보험사 ‘이익’, 환경부 ‘낙하산’에 눈멀어 공공성 흐려

2014년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정 후 2016년 6월부터 환경책임보험 의무가입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당시엔 환경오염 피해자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한 혁신적 제도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시행 4년이 지난 지금 민영 보험사의 돈벌이 수단이며, 환경부의 제 식구 ‘낙하산 자리’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공공성은 책임지지 않고 기업들은 세금으로 인식하는 총체적 부실 덩어리라는 것이다.

1기 보험사업의 3년간 손해율은 고작 3.5%에 불과했다. 걷어 들인 보험료의 3.5%만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공영보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환경산업기술원 보증계약에서 보상한 송유관 사고 보험금 35억원을 제외하면 손해율은 1.5%로 더 낮아진다.

민영 보험사는 환경사고의 예측불허성을 고려해 경험통계가 충분히 쌓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만 4년의 세월이 흘렀다. 경험을 핑계로 누리고 있는 막대한 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민영보험사의 환경책임보험은 손해율이 140%를 초과하면 그 초과분부터 무한대까지 국가에서 지급을 책임지는 국가재보험에 가입돼있다. 아무리 대형사고가 한 해 여러 차례 발생해도 한 해 40% 이상 손해를 볼 일이 없다.

지난 3년간 매년 96.5%씩 벌어들인 수익으로 향후 7년간 40%씩의 손실을 충분히 메울 수 있고, 설령 대형 사고가 매년 수차례씩 발생한다 해도 보험료를 다시 조정하면 된다.

민영 보험사의 과도한 이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보험 의무가입 사업장은 1만4000여개로 법 적용대상 사업장 20여만 개의 7%에 불과하다. 의무보험제도라면 적어도 전체 대상 시설의 절반 정도는 가입돼야 촘촘한 피해보상이 가능하다. 의무가입 대상을 늘리면서 보험료 부담은 줄이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자연환경을 훼손한 경우 배상 가능성이나 적용범위, 구체적 책임 요건 등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라 구체화할 필요도 있다. 사업장 시설뿐만 아니라 제품에 의한 배상책임을 명확히 해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보험의 역할을 갖춰야 한다.

사업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환경피해를 일으킨 경우 피해금액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유사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영보험사들은 환경책임보험 약관에 보상하지 않는 손해의 범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만들어 공공성을 약화시켰다. 실제 1기 사업 기간 동안 보험금 청구 61건에 대해 지급 사례는 11건에 불과했다.

보험사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제도개선 의지가 없는 사업단장을 선임해 공공성 강화 추진을 무력화하고 보험사의 과도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림수가 보인다.

특정 보험사가 장기간 대표보험사를 맡고, 자사 출신 인력을 요직에 앉히면서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환경부는 시늉만 하고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환경책임보험 제도, 사업단의 역할, 인선과정, 단장의 역량, 업무추진 실적 등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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