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호 선정기사, 김이현 동탄국제고등학교 학생

메뚜기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김이현 학생>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환경일보] 김이현 학생 = “이 정도의 메뚜기 떼는 현대에 전례가 없으며, 성경에 기록된 규모의 재앙이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발한 COVID-19는 여전히 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다. 여론의 관심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집중된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환경 재난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지나간 자리는 모두 갉아먹어 황폐화시키는 거대한 메뚜기 떼가 그것이다.

메뚜기 떼의 급습을 처음 받은 국가들은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원래부터 식량난을 겪던동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의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지역도 약 480만톤의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현재 메뚜기 떼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거쳐 중국까지 진출했고, 최근 한국에서도 드물게 발견돼 우려를 자아낸다.

흔히 “메뚜기 떼”로 불리는 이 생물의 정확한 명칭은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 Schistocerca gregaria)이다. “가장 파괴적인 메뚜기”로 알려진 사막 메뚜기는 1㎢ 규모의 작은 무리가 사람 3만5000명분의 식량을 먹어치울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보인다.

또한, 사막 메뚜기 무리는 하루에 150km까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메뚜기 떼로 인한 피해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70년 만에 최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례적이다. 바로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인데, 세계 경제 포럼은 “한 무리의 메뚜기 떼는 뉴욕 시티의 3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케냐의 하늘을 뒤덮었다”고 보도한 다 있다.

현재 사막 메뚜기의 기승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살충제 대량살포이다. 이방법을 첨단 기술과 융합하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UN은 센서와 살충제 살포 기능을 장착한 드론을 인한 피해 지역에 투입하기 위해 시도 중이다.

드론의 활용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실험적인 단계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동아프리카를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들에서 드론 사용은 엄격한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비행 시간이 길고 살충제 살포량이 많은 대형 드론을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살충제는 당장의 피해를 줄여줄 수는 있지만 메뚜기 떼가 발생하는 근원적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거대한 메뚜기 떼가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기후변화“라고 답한다. 본래 건조한 지역에 서식하는 사막 메뚜기는 우기에만 산란과 부화를 하며, 건기에는 알의 상태로 땅속에 존재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인도양에서 사이클론이 더 자주 발생해 중동 지역의 강수량이 높아지게 되고 주기도 불규칙해진다. 결과적으로 사막 메뚜기 번식에 이상적인 조건이 형성되며 한 번에 많은 메뚜기가 부화돼 거대한 무리가 탄생했다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가장 지배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막 메뚜기의 기승과 COVID-19은 여러 유사점을 가진다. 질병생태학자 토마스 길레스피(Thomas Gillespie)박사 등 석학들은 야생동물을 숙주로 삼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감염시키게 된 원인 중에는 밀렵과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가 있다고 지적한다.

COVID-19 이전에 발발한 중동호흡기중후군(MERS)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박쥐의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인간과의 접촉이 잦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밀렵, 서식지 파괴 등은 모두 서로 뗄 수 없는 문제들이며, 그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다만 한쪽은 결과가 곤충으로, 한쪽은 바이러스로 나타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재난들 관의 상관관계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마지막 항목은 ‘글로벌 파트너십의 활성화’이다. 역사학자이자 저명한 석학 유발 하라리 또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지구적인 협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COVID-19과 사막 메뚜기의 습격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재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해결책을 마련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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