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초 읽기에 들어갔다”, “핵 항모가 전쟁준비를 끝냈다”는 등의 중동 전운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을 즈음, 우리나라 역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한다.
다름아닌 에너지와의 전쟁. 년초부터 소리없이 기름값이 오르고, 공공요금이 함께 상승하는 등 일반국민들의 가계에 부담을 주는 각종 세금이 덩달아 술렁인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는 감기에 걸려 몸살을 앓는다’는 우스게 소리가 나올만큼 세계속의 한국은 에너지 즉,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원유에 속수무책이다.
1991년 1월16일 TV에서 생중계로 걸프전을 방영했던 그때 그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걸프전이 발발하기 전 이라크에 경제제재 조치가 들어감과 동시에 세계 원유가가 급등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생산품 값이 동시에 올라가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제품을 생산하는 원료비용이 올라가는데 대한 무방비 상태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1997년 IMF 한파로 수천만명에 달하는 실직자를 양산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2003년 새정부가 들어서기까지 10일정도의 여유기간 동안 에너지 한파는 계속해서 봄이 아닌 겨울을 국민에게 안겨주고 있는 현실이다.
세계정세가 이라크 전 임박을 알리며 술렁이고 있을 때 저녁 9시 뉴스 시간 전후로 하는 황금시간때에 정부는 대대적인 에너지절약 홍보를 준비중이며, TV의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 에너지절약 내용이 자연스럽게 포함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한다.
관련기관 역시 “국민이 나서서 절약해야 합니다”, “10부제 운행으로 한방울의 기름을 아껴야 합니다”라는 등의 국민 실천적 방안을 제시할 뿐 뚜렷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심지어 유흥업소 네온사인 및 도심경관 조명 등 옥외조명 사용제한, 골프장, 스키장, 놀이공원, 영화관, 대중목욕탕, 찜질방 에너지사용시간 제한, 편의점, 상점 실내조도(照度) 제한, 고속도로 휴게소 옥외조명 제한, 도로 과다조명 소등 승강기 3층이하 운행금지 및 격층운행, 승용차 강제10부제 전면시행 등의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대안들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2단계 에너지절약대책 시행방안은 에너지절약 인센티브제를 확대하고 야간 조명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였다.
또한, 정부·공공기관과 공영주차장에 승용차 강제10부제가 시행되는 것은 국민생활에 다소 제약이 가해지는 대목들이었다.
이처럼 시민들의 밤거리는 어두워지고, 한 방울의 기름을 아끼고자 난방시간도 단축하는 국민들이 있는 반면, 새벽 야심한 시간에도 한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고 입안하는 곳, 국회에서는 보다 환하게 밤 거리를 밝히고 있다.
야간 조명을 제한한다는 정부 발표를 무색하게하는 유난히도 밝은 국회 새벽 야경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뭔가 획기적인 정책안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