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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김도희 기자] 의료 패러다임이 진단과 치료에서 예측과 예방으로 변화하면서 유전체 분석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세계 5위권을 자랑하는 유전체 분석 기술력과 달리 규제의 벽이 높아 해당 분야 국내기업의 경우 대부분 해외시장에 비중을 싣고 있다.

㈜메디젠휴먼케어도 그중 하나. 해외시장 중에서도 유전체 분석 관련해 성장 잠재력이 큰 신남방지역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이 기업은 지난해 이노비즈기업이 주선한 ‘한-인니 기술교류 상담회’를 통해 인도네시아 굴지의 그룹사와 협약에 성공, 인도네시아는 물론 신남방지역에서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다.

유전체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젠휴먼 케어는 해당 분야 국내 1세대 기업으로, 지난 2012년 창립과 더불어 국내 유전자분석업계를 열었다.

이 기업 신동직 대표는 유전학을 전공한 의과 대학 교수 출신으로 20년 넘게 유전자와 질병의 연관 관계를 연구해온 인물. 그는 의료현장에서 암이나 심혈관계질환 등이 발병할 경우 사회적 경제적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면서 유전적 요인 분석을 통해 예방 혹은 발병 확률을 낮추거나 시기를 늦추는 연구에 매진해왔다.

학자로서 유전자분석의 가치를 증명해오던 그가 기업인으로 포지션을 수정한 데는 2008년 에 참석한 미국유전학회 영향이 컸다. “학회에 참석한 2만5,000명에 이르는 방대한 인원을 한 유전자분석기업이 후원한다는 점에서 놀랐어요. 무엇보다 평소 제가 연구해오던 분야를 사업화했다는 데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죠. 주로 백인을 대상으로 한 그 기업과 달리 그동안 아세안 위주로 유전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구해온 만큼 동양인 대상의 유전자분석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창립 이듬해까지는 매출이 없다시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전자분석 관련 규제의 벽이 매우 높은 까닭. 다행히 규제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2014년부터 건강검진센터의 검사항목에 유전자분석검사를 추가한 데 이어 기업체 건강검진의 옵션으로도 추가해 지금까지 50만 명이 유전자분석 검사를 받았다.

신 대표는 이처럼 규제개선을 통해 국내시장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한편 해외시장을 개척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중국에 이어 신남방지역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 조인트벤처 (Joint Venture)를 설립했다.

“신남방지역 아세안 10개 나라는 이제야 개발도상국에 진입한 데다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습니다. 20, 30대가 전 국민의 60%를 차지한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열심히 일한 대가로 이들이 중산층을 이루면 가장 먼저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될 테고, 자연스레 개개인에 맞춤한 헬스케어산업이 발전하게 될 겁니다. 따라서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 할 수 있죠.” 이 같은 이유로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진출을 모색하던 중 신 대표는 지난해 4월 이노비즈협회가 주선한 ‘한-인니 기술교류 상담회’에 참여했고, 인도네시아 진출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그룹사와의 협약 체결로 활발한 교류

‘한-인니 기술교류 상담회’에서 메디젠휴먼케어에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온 인도네시아의 기업은 재계 2위인 살림그룹(Salim Group)의 투자기관 NSI였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보험회사 중 하나인 ‘인도라이프’와 4개의 건강검진센터를 둔 전문의료기관 ‘쿄아이(KYOAI)’를 소유한 NSI가 메디젠휴먼케어의 유전체분석 기반의 헬스케어 솔루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때만 해도 신 대표는 쿄아이병원의 유전자분석 의뢰 정도를 예상했지 만, 정작 NSI가 염두에 둔 협력은 그 스케일이 예상보다 훨씬 크고 정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상담회 시점으로부터 2, 3주 만에 인도네시아 현지를 방문했습니다. 쿄아이병원과는 유전체분석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플랫폼에 대한 수출 계약 체결에 이 어 교육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고요. 인도라이프와 기타 보험사 4곳 연합을 대상으로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컨설팅 후 본 계약까지 진행했는데요. 메디젠휴먼케어가 고객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보험 사가 이를 토대로 고객별 맞춤형 보험상품을 추천하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사가 고객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를 보험 상품 개발이나 판매에 적용하는 건 불법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고객과의 합의를 전제로 개인의 유전자정보에 맞춤한 보험상품 구성 및 판매가 허용돼 있다.

코로나19로 시기가 늦춰지고 있지만 인도라이프는 첫해 40만 명을 시작으로 이듬해는 100만 명, 3년 차 때는 1,000만 명까지 유전자분석 인원을 늘려 나가겠다는 계획 이다. 이는 금액적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매출 효과를 낳는다.

40만 명에 대한 유전자분석만 어림잡아 100억 원이 넘는 셈. 50%의 지분을 갖는 메디젠휴먼케어는 이 사업 하나로 최소 50억 원의 매출을 보장받게 된다.

“이번 협약은 NSI가 자국의 유전자분석기업을 포함해 싱가포르, 일본, 독일기업 등 선택지를 다양하게 둔 상태에서 비교분석 후 저희 기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데요. 이노비즈 인증이 갖는 공신력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노비즈 인증이 한국의 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뢰를 담보해 NSI로 하여금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면, 기업인 이전부터 신 대표가 쌓아온 연구력은 기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즉, 1994년부터 아세안 여러 나라의 혈액, 타액 등 유전자 데이터를 축적해온 그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8개 나라의 유전자를 분석한 논문을 국제적으로 인증된 SCI에 발표한 바 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인도네시아를 다시 세분화해 민족별로 샘플링 했는데, 이는 신 대표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더불어 메디젠휴먼케어와의 협약을 서두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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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 및 더 광활한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

인도네시아 진출의 포문은 NSI로 열었지만, 신 대표가 인도네시아 에서 이루고자 하는 사업 목표는 좀 더 원대한 곳을 향해 있다. 먼저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과 중국(각기 100만), 일본(20만) 등 헬스케어 에서 앞서가는 나라들은 국가 차원의 헬스케어 자료나 신약개발 에 활용한다는 계획 아래 이미 상당한 양의 유전자 데이터를 확보 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인구가 많은 만큼 100만 명에 대한 유전자 데이터 확보를 계획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우리나라의 유전자분석기술을 활용해 신뢰를 쌓는다면 이후 자연스레 이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생물자원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토착종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우수한 생물자원의 유전체를 분석해 어떤 성분이 이로움을 주는지 데이터화 함으로 써 추후 복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생물자원 유전체 뱅킹을 만드는 것.

신 대표는 이 과정에서 인건비와 분석비용, 관련 특허권 등 사업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안에서의 치밀한 사업계획과 더불어 주변 신남방 국가 들과의 접촉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단순히 해외 진출 국가를 늘려나가겠다는 취지에서가 아니라 일찍이 신 대표가 그려놓은 해외시장 진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우리와 지도상 맞닿은 중국에 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홍콩엔 법인, 대만엔 지사를 두고 있어요. 필리핀의 한 대형 그룹과도 컨택 중이고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말레이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브루나이와도 최근 활발히 접촉하고 있습니다. 친일본 성향이 강한 태국은 좀 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계획이죠. 또 중앙아시아와 중동 진출을 위해 먼저 우즈베키스탄과의 교류의 폭을 넓혀나가는 중인데요. 국가 차원에서 신남방정책을 만들기 전부터 이 나라들을 하나의 벨트로 만들고 싶었어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가 의 노동력, 인구수 등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더 성장하기 전에 유전체분석기술을 비롯해 헬스케어분석기술, AI분석기술, 플랫폼 기술 등을 집약해 유럽과 미주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입니다.”

메디젠휴먼케어는 이를 위해 사업의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지금도 16개 나라 19개 민족의 유전자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만큼 한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 걸쳐 확보한 방대한 양의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플랫폼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단순 유전자 분석 서비스 제공 외에 항노화, 피부미용, 건강기능식품, 헬스케어 등의 사업 과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유전자 분석 사업 확장과 함께 체외진단키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염병을 포함해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바이러스성 질병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로 기업의 또 다른 기술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 이는 유전자분석 분야 독보적인 기술력과 더불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메디젠휴먼케어 의 저변을 더욱 넓히고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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