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온에서 굽거나 튀긴 감자류에서 인체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은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신 영국 암학회지(British Journal of Cancer)는 아크릴아마이드가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음식의 섭취와 타겟 암이라고 할 수 있는 방광암, 신장암 그리고 대장암 발생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실험용 쥐에 주사나 입을 통해 투여 될 경우, 폐, 구강, 소장, 난소 등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그리고, 국제 암연구 협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에서도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은 물질(probable human carcinogen)로 규정해 놓은 상태이다.
스웨덴의 칼로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은 987명의 암환자와 538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지난 5년 동안 아크릴아마이드가 많이 포함된 14가지 음식의 섭취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아크릴아마이드의 섭취와 암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공동으로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아크릴아마이드가 포함된 음식을 ‘많이(300-1200 μg/kg)’ 혹은 ‘적당히(30-299 μg/kg)’ 섭취한 그룹이 ‘적게’ 섭취한 그룹에 비하여 암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 나아가 가장 많은 양을 섭취한 것으로 알려진 상위 25%는 하위 25% 그룹의 사람들에 비해 대장암의 발생이 오히려 낮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예상과 빗나가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실험용 동물에게 투여되는 고농도의 아크릴아마이드에 비해 우리가 일상의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양은 현저하게 적고, 또한 정상적인 식사를 통해 섭취된 소량의 아크릴아마이드 성분은 몸 안의 해독작용에 의해 제거될 수도 있기 때문에 동물실험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장 많은 양을 섭취한 사람들이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이 오히려 낮았던 것에 대해서는, “감자나 고구마 등에는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섬유질과 비타민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예방효과가 아크릴아마이드에 의한 발암 가능성보다 컸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리가 어떤 ‘물질’의 인체 유해성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자료인데, 안타깝게도 아크릴아마이드의 인체 독성에 대한 자료는 극히 적은 편이다. 다만,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초래하는 신경독성 물질이라는 정도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한, 몇몇 연구에서는 직업적으로 고농도의 아크릴아마이드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약간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결과를 보고한 적이 있었지만, 음식을 통해 섭취한 아크릴아마이드의 인체 발암성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현재 턱 없이 자료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그 동안 동물실험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암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인간이 먹는 음
식에서 아크릴아마이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연관지어 해석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동물에서 나타난 독성이 인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특히
암과 같은 질병 발생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단지 인간에
대한 독성(발암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보조자료에 불과하다.



인간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아크릴아마이드와 암발생 사이에 이렇다
할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과를 보고한 이번 연구는, 아크릴아마이드 함유 음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크릴아마이드가 함유
된 음식을 마음 놓고 먹어도 좋다는 뜻을 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국을 비
롯한 선진국에서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크 푸드(junk food, 칼
로리는 높으나 영양가는 낮은 인스턴트 식품 등)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은 굽거나 튀긴 음식의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앞으로 전개될 인체 영향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지켜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www.eandh.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