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발발을 알리는 소식으로 모든 매체의 눈과 귀가 중동에 쏠려있다.
여기 저기서 ‘전쟁’이라는 단어를 아무 여과없이 써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 10시간 전, 2시간 전 시간별 상황을 발표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해 가는 중동전운을 느낄 수 있다. 그토록 뜸을 드렸던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다.
“여기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입니다. 미사일의 집중 포화로 이라크 군대는 거의 전의를
상실한듯 합니다” 급박한 종군기자의 목소리가 들리며 전쟁 상황이 포격소리와 총소리로
실감나게 들려온다. 명분없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수많은 반전시위를 뒤로 한 채
미국과 이라크 전쟁은 현실이 되었다.
각종 첨단 장비를 겸비한 미군의 무기가 이라크 본토로 수없이 떨어지고, 이에 맞서
이라크는 화학전까지 불사하며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쉼없이 쏟아붇는 각종 무기들로 이라크 전역의 산과 들 그리고 건물들은 황폐화 되어갔다.
무차별적인 전쟁의 희생양으로 환경은 끝없이 훼손됐다.
인간과 인간, 국가대 국가, 각종 이해관계가 맞물려 중동의 석유 장악권을 획득하기 위한
석유전쟁이라는 등, 명분없는 전쟁에 이라크 국민뿐만 아니라 사람들 보다 그곳에 오래 버티고 있던 환경은 아무런 보호 없이 그렇게 묵묵히 희생되고 없어져갔다.
화학전에 10∼20년이 걸려도 복구할 수 없는 거의 지옥과도 같은 환경으로
이라크 전역은 죽음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
또 한번의 이기심이 불러온 전쟁으로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역사적 아픔을 남겨주게 됐다.
탈레반 정부와 빈라덴을 잡겠다고 거의 수십, 수백, 수천톤에 가까운 가공할 만한 무기로
산과 들에 지하벙커를 파괴하기 위한 공세는 흙과 모래만을 만들고 땅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사람들간의 싸움으로 우리의 환경 역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그 역사의 현장에서 사라져갔다.
전쟁이라는 큰 명분아래 환경은 보이지 않는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의 고귀함을 주장하는
인간들은 전쟁에서만은 잔혹해지고 야비해 지면서 끝이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그렇게 전쟁이라는 두 단어에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간다. 세계 1차대전, 세계 2차대전,
베트남 전쟁, 중동전쟁, 테러와의 전쟁 등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낸 아집과 이기심으로 평화로운
환경에 크나큰 상처를 주고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까지 해결되지 않는 아픔을 주고 있다.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야 100세정도 되는데 백년보다 천년보다 더 오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온
나무, 풀, 잔디, 야생화, 돌, 동물, 파충류 등 그 땅에 인간보다 오랜된 토박이에게는 아무런 의견도
묻지 않은채 땅을 파헤치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신 화학물질로 소리 없는 비명만 질러대고
백년 천년의 그 자리에 황무지만을 남기고 없어져 간다. 그런 환경을 일구기 위해
인간은 또 수천억원을 들여가며 ‘환경보호’라는 표어를 내걸고 호들갑들을 떨게 분명하다.
언젠가는 환경도 인간과의 전쟁을 준비하지 않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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