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태풍 ‘매미’는 공식 집계만으로도 사망 및 실종자 130여명, 재산피해 4조3천여 억원이라는 크나큰 아픔을 우리에게 남겼다.
천문학적 복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또 복구를 위해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군, 민간단체, 개인, 재외동포 등 초국가적 지원이 눈물겹게 진행됐고, 우리는 진한 동포애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하지만, 돌아봐야할 것들이 있다. ‘90년대 들어 대규모 홍수, 태풍, 폭설 등 자연재해가 늘면서 그로 인한 피해도 계속 증가해왔다. 지난 수년간 발생했던 재해의 상처는 아직도 여러 곳에서 치유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그리고 매번 반복되고 있다.
한결같이 재해의 끝 장면은 마치 녹화된 비디오 테입을 다시 틀 듯 똑같다. 복구에 구슬땀 흘리는 주민들, 대민지원에 나선 군인들, 성금모금, 국회특위에서의 책임전가 등이다. 그리고 달라지는 건, 없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왜일까.
우리는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 지나치게 여유롭고 관대하다. 또, 닥쳤다 하더라도 아픔을 빨리 극복하곤, 잊어버린다. 강한 민족이라서 그럴까.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고통쯤은 일도 아니다.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수없는 외침, 자연재해, 인재로 인한 고통과 아픔을 모두 견뎌냈다. 게다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지만, 미리 투자하는 부분, 사전예방의 노력을 쓸데없는 낭비(?)로 보는 묘한 특성도 있다.
국회 모 의원의 지적처럼 정부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기상예보만 해주고 주민 대피나 피해예방은 국민들 스스로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로 재난관리를 했고, 이것은 전형적인 뒷북치기식, 땜질식 행정이라는데 어떤 변론의 여지도 없다. 이는 같은 태풍이 지나간 일본의 경우 단 1명의 사망자만 발생한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제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 즉, 재난발생이 예상되면 즉시 주민대피와 인력투입 등 체계적인 재해관리 시스템이 가동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예방 중심의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구차원의 환경오염의 결과,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이상 기후가 빈번히 발생하며, 우리 나라 역시 아열대기후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자연재해는 ‘자연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더 이상 정부는 이런 재해들을 천재지변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2회이상 반복되면, 이건 인재(人災)라 봐야한다. 즉, 정부가 관여해서 피해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용적으로도 사전예방의 경우가 보다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실감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다. 이젠, 정말 인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
내년에도 태풍은, 홍수는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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