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표방했지만 일자리에만 치중, 탄소중립은 뒷전

이날 토론회에는 한정애 의원, 유연철 대사 등이 참석했다. <사진=김봉운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지난 2016년 세계 주요국은 신기후체제인 파리협정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약속했다. 이후 5년이 지나고 각국은 특성에 맞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변화가 아닌 ‘버티기’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환경문제의 새로운 변화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그린뉴딜’을 발표하고 변화를 예고했지만 핵심인 ‘에너지전환’과 관련 탄소중립을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지 정확한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특히 ‘그린’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부가적인 효과인 일자리창출,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시적인 이벤트성 정책으로 단기적인 성과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와 관련해 에너지전환 문제가 기후변화대응에 핵심요소로 부각되면서 이에 관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지난 24일 ‘파리협정의 이해와 기후협상의 후속과제’를 주제로 국회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 협상 대표단이 주요내용에 대해 발표하고 기후협상의 후속과제를 설명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사진출처=환경부>

파리협정으로 신기후체제 진입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통해 전 지구적 움직임을 약속한 국가 간 합의문이다.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과거 기후변화체제인 교토의정서(1997년)는 모든 당사국에 구속력을 가졌지만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후 파리협약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해 2016년 11월 발효된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체제인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올해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직후인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파리협정의 주요 내용으로는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결정기여) ▷감축 ▷시장 메커니즘 ▷적응 ▷투명성 ▷전지구적 이행점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협정은 장기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은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그대로 인정하고 2020년부터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기적인 이행 상황 및 달성 경과보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점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종합적 이행 점검 시스템을 도입해 2023년에 최초로 실시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기후변화 적응도 필요

이번 세미나는 파리협정 주요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맞은 기후협상의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를 비롯해 각 분야 협상 대표단이 NDC, 감축, 시장메커니즘, 적응, 투명성, 전지구적 이행점검 등 각 의제별로 주요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자리에서 강주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전문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이 있다”며 “적응은 현재에 나타나고 있거나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와 영향에 대해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중단해도 지금까지 대기로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는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강 연구원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기후변화 적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오진규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팀 박사가 NDC와 관련해 발표를 진행했다. NDC는 ‘국가결정기여’로 파리협정의 목적을 이행하는 핵심수단이다.

파리협정은 NDC를 통해 ▷대기온도 상승폭 2°C~1.5°C 목표 달성 ▷기후변화 적응능력 증진 ▷저배출 발전을 위한 재원조달 목적을 목표로 한다.

오진규 박사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체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면서, 2°C 목표를 향한 전 지구적 감축체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면서 “각국이 감축뿐만 아니라 적응 및 지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는 각국의 상황에 맞춰 감축행동을 강화할 수도 있고 적응행동을 강화할 수도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EU, 탄소중립 법제화 움직임

EU를 포함한 17개국이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해 당사국에 제출했다.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은 기후변화 대응 뿐 아니라 사회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장기계획으로 국가의 미래상을 국민에게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이에 한국환경공단 기후변화대응처 임서영 과장은 토론에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제출한 EU회원국을 중심으로 국내 기후변화관련법에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장기 저탄소발전전략을 단순한 지향점이 아닌 반드시 이뤄내야 할 미래로 만들겠다는 명확한 정책적 시그널을 우리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은 정부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정책목표 달성을 견인하는데 중점을 뒀고 전통적인 규제에 의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최우선 목표였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대규모 설비를 통한 독점적 에너지 공급체계에서 가격규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고착화 시켰다. 

에너지 수요가 강조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에너지 공급 및 소비주체의 자발적인 유인체계를 조성하는 데 한계가 있고 결국 투자대비 성과측면에서도 비효율성이 초래된다.

세계 주요국은 화석연료에너지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 분산에너지원 확대, 신기술 적용, 에너지소비측면 다양한 참여자 및 서비스 확대 등 과거와 다른 형태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석탄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노후화 된 석탄발전소가 온실가스 배출과 미세먼지에 악영향을 가져온다며 많은 노후석탄발전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석탄발전소보다 용량이 10배가 큰 규모의 발전소를 신규로 허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부문은 여전히 과거 전통적 규제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린뉴딜’을 통해 강조된 신기술(전기차 등) 활용이 기존 에너지시스템에 적용돼 운영된다면 그 성과에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 기술의 확대는 에너지 효율 향상에 획기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하지만 현재의 에너지 공급 및 소비체계가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그린뉴딜은 가시적인 이벤트 정책으로 지적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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