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舊 지식경제부가 보상기준 마련했지만 시행은 오리무중

[환경일보] 한국전력이 권익위가 제시한 5개 과제 가운데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과제는 즉시 시행한 반면, 소비자 권익을 위한 과제 4개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정부가 정전피해 보상기준을 마련했지만 한전이 9년째 시행을 미루면서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12월 매년 4000여건의 정전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소비자의 ‘정전피해 배상 절차의 투명성 제고’ 방안 마련을 한국전력공사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구자근 의원이 권익위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권고과제 이행현황’에 따르면, 이행 권고 5개 과제 중 한전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전기사용신청(계약) 과정에서 소비자의 불이익 가능성에 대한 고지 강화’ 1개 과제만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행하지 않은 4개 과제는 소비자의 피해를 보호·구제하는 것으로 ▷정전사고 발생 이후 소비자에 대한 사후통지 강화방안 마련 ▷배상심의위원회에 외부위원 참여 ▷정전피해에 대한 합리적인 배상기준 마련 ▷합의 배상 관련자료(배상통계, 관계 규정 등), 손해배상 판례 등을 한전 누리집 등에 주기적 공개 등 4개다.

배상기준 마련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1년 舊 지식경제부에서 보상기준(안)을 마련했지만 한전은 이를 중장기 과제로 분류하고 다른 과제 역시 조치 기한인 6월30일이 지난 현재까지 방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약 2만여건의 정전이 발생했지만 소비자인 국민들의 정전피해 규모는 한전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정전 2만건 발생

최근 5년간 약 2만여건의 정전이 발생했지만 소비자인 국민들의 정전피해 규모는 한전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정전피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5~2020.6) 정전으로 인해 민원 454건, 소송 47건(소가 총액, 약 80억원)이 발생해 ‘합의배상’ 11건(5087만원), 소송 패소로 인한 배상 9건(3억6512만원)으로 나타나, 피해 규모와 배상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더욱이 이는 권익위의 집계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권익의 권고문에 따르면 정전건수는 연평균 3979건에 달해 ▷2014년 4219건 ▷2015년 3929건 ▷2016년 4078건 ▷2017년 3740건 ▷2018년 3721건이 발생했다.

권익위는 매년 발생하는 약 4000여건의 정전사태에 비해 배상 건수와 배상 금액이 현저히 낮은 이유에 대해 “정전사고 조사, 배상책임 여부 결정을 한전 내부직원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판단하며, 배상심의회 또한 한전 내부직원으로만 구성·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구자근 의원

구 의원은 “소비자인 국민 대부분은 한전의 피해보상 제도의 절차, 방법은커녕 존재 여부도 모를뿐더러 이의 신청을 해도 한전 내부직원만으로 구성된 배상심의회는 국민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며 “권익위의 권고처럼 배상심의회에 외부 인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가 지난 2011년 ‘정전 사고피해 보상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통해 보상기준 및 세부지침(안)을 마련했음에도 아직까지 제도화되지 않은 것은 한전의 이득을 위해 국민을 보지 않으려는 기업의 이기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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