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30년 NDC는 1.5℃ 달성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

[환경일보] 최근 국회도서관에서 한-EU 정책세미나가 개최돼 영국, 프랑스, 독일의 기후변화 정책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환경부, 산업부 등 정책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관련한 현안과 방향을 논의했다.

파리협정의 당사국들은 올해 2050년까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담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세기말까지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의 배출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없는 ‘탄소중립’ 또는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탄소중립”을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작년 ‘저탄소 사회비전포럼’을 통해 2050년 목표에 대한 전문가 의견수렴을 진행했고, 저탄소 사회비전포럼은 최종 정책 권고안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제외하고 2050년까지 2017년 대비 40~75%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5개안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정책세미나에서는 이미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한 국가들의 사례와 경험을 소개하고, 탄소중립 목표의 달성 가능성 및 달성 방안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행사는 환경부와 유럽연합의 후원으로 국회의원 이소영이 주최하고 기후솔루션이 주관했으며,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프로젝트(Strategic Partnership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Paris Agreement)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OECD 37개국 중 31개 국가 2050 탄소중립 선언

프랑스 소재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관련 정책 자문기구인 ‘2050 패스웨이 플랫폼’의 싯다르트 파타크(Siddharth Pathak) 국장은 전 세계적인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추세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기후목표상향동맹(Climate Ambition Alliance)에 120개 국가가 참여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며 “OECD 37개국 중 31개 국가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거나,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449개의 지방정부, 995개의 기업, 38개의 대규모 투자자 등 비정부기구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2030년 탄소중립 목표와 같은 더 야심찬 목표를 선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파타크 국장은 “한국도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세우고 국가적인 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기반을 전환해나갈 수 있는 기초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ommittee on Climate Change)의 리처드 밀라(Richard Millar) 선임연구원은 영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2008년 기후변화법을 제정한 영국은 지난해 법정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85%에서 100%로 상향한 이후 이를 반영한 전략과 더불어 6차 탄소예산(2032년-2037년 간의 온실가스배출 허용량)을 설정 중이다.

밀라 연구원은 “발전·산업·건물·수송·기타 부문의 현재 배출량을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취합한 뒤, 2050년까지의 잠재 감축량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한 부문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50년까지 발전, 수송부문의 배출량은 대부분 감축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으나 항공부문과 농업부문, 그리고 산업의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건물부문은 상쇄기술과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산림조성과 탄소포집·저장(CCS)기술, 수소, 히트펌프를 활용한 전기화 등의 다양한 선택지들을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로선 불확실해 보이는 추가적인 저감기술 개발도 지금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부문별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금의 기술로 어떤 한계점이 있는지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예산을 투입해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생태전환부(Ministère de la Transition Ecologique)의 조세프 아자르 국장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야심차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ambitious yet reachable goal)”이며,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2015년에 수립한 장기 감축목표 수정작업을 올해 상반기에 진행했으며, 정부와 기업·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아자르 국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산업, 건축, 농업 등 사회 전 부문을 아우르는 감축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동시에 이를 통해 30만~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050년까지 GDP를 3~4% 상승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발전부문에서 2029년까지 석탄화력을 퇴출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한국, 2029년까지 석탄화력 퇴출해야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설정 방안에 대해 발표한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의 우르술라 푸엔테스(Ursula Fuentes) 박사는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간 목표에 해당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상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푸엔테스 박사는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으로 설정된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1.5℃ 달성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최소한 59% 감축 수준으로 상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발전부문에서 2029년까지 석탄화력을 퇴출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한국 측 패널들이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 논의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고 유럽의 경험을 물었다.

고덕규 환경부 기후전략과 서기관은 “한국도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서 올 연말 LEDS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성에는 동감하나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적인 한국 산업의 구조가 고민”이라고 밝혔다.

성시내 산업통상자원부 온실가스감축팀장은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한국은 첨단산업 구조로 전환한 유럽과 후발 제조업 국가인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샌드위치 처지”라며 “이런 상화 속에서 급격한 산업구조의 전환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푸엔테스 박사는 “독일 역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를 가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10~20년 간 많은 기술 개발과 비용 절감이 이뤄졌고, 앞으로도 철강과 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의 배출을 감축하는 기술적 발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설립돼 올해 초까지 운영됐던 저탄소 사회비전포럼의 청년분과위원으로 참여했던 임재민 위원은 “이제는 임기응변식 대응이 아니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후위기 대응의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산업의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2050년을 살아갈 세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넘어 좌초산업이 초래할 경제적인 부담까지 짊어질 것”이라며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지금 다루고 장기적으로 사회시스템을 어떻게 전환할지 논의해야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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