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개미스러워...섬세하게 개미의 행동도 따라하는 개미거미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개미를 의태하는 거미를 개미거미라고 부른다.

[그린기자단=환경일보] 정재욱 학생기자 = 등산로의 데크에서 개미들이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등산객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친 생명체가 개미가 아닐 수 있다. 숲 속에는 개미를 따라하는 거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몇몇 생물들은 포식자로부터 피하거나 은밀하게 사냥하기 위해 주변 환경이나 특정 생물을 따라한다. 이런 전략을 ‘의태’라고 한다. 의태의 종류는 다양하다. 나뭇잎이나 줄기와 같은 자연물에 의태하는 경우도 있고, 벌이나 딱정벌레와 같은 생물체를 의태하기도 한다.

그 중, 개미를 의태하는 생물들이 있다. 약 2000종의 절지동물이 개미를 흉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마귀, 귀뚜라미, 거미 등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개미를 의태하는데, 거미의 전략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도 서식하는 ‘개미거미’

개미를 의태하는 거미를 개미거미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에는 개미거미 속, 어리개미거미 속 총 2개의 속이 있다. 개미거미 속에는 산개미거미, 불개미거미, 각시개미거미, 엄니개미거미 그리고 온보개미거미까지 총 5종이 포함되어 있다.

주로 봄, 여름에 활동하며 평균 크기는 5mm 내외이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커다란 턱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생김새부터 행동까지 개미와 판박이

개미거미의 몸의 형태는 개미와 유사하다. 머리와 가슴이 분리되어 있는 곤충과 달리, 거미는 머리와 가슴이 합쳐진 머리가슴의 구조를 가진다. 개미거미 또한 머리가슴의 구조이지만, 마치 머리와 가슴이 따로 있는 듯하다. 또 머리가슴과 배를 잇는 연결부위가 개미의 허리와 유사하고 다리도 길고 얇기 때문에 더욱 ‘개미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생김새 외에 개미거미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개미의 더듬이를 흉내낸다. 하버드 대학교의 폴 샘블 박사의 연구진은 초고속 카메라로 산개미거미(Myrmarachne formicaria)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개미거미는 첫 번째 다리 쌍을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여 마치 개미가 더듬이로 물체를 감지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듬이 모방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걸을 때 사용하는 다리의 개수는 곤충과 같이 6개라는 것이다.

개미다운 모습으로 산다는 것

그럼 왜 개미를 모방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먼저, 거미는 뛰어난 사냥실력을 지닌 포식자다. 특히 깡충거미는 상대적으로 높은 시력과 민첩함을 이용해 먹이를 사냥하는 거미다. 곤충뿐만 아니라 동족이나 다른 종류의 거미까지 먹잇감으로 삼는 무시무시한 사냥꾼이다. 깡충거미를 포함한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개미거미는 기발한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개미를 의태하는 것이다. 개미는 공격적인데다 개미산을 내뿜어 맛이 없기 때문에 포식자들이 기피하는 먹잇감이다. 개미거미는 이런 점을 이용해 포식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개미라고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케이틀린 더키 박사와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포식자가 어떤 먹이를 많이 사냥하는지, 포식자 앞의 개미거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했다. 실험에는 개미거미와 개미, 일반 깡충거미, 포식자 깡충거미가 사용됐다. 그 결과, 포식자는 개미를 피하는 경향을 보였고, 일반 깡충거미보다 개미를 의태하는 개미거미가 사냥당할 확률이 더 적었다. 즉, 맛이 없고 까다로운 먹이인 개미를 의태할수록 생존율이 높아진다.

개미를 의태하는 거미는 생각보다 많고 앞으로 새로운 종이 계속 나올지도 모른다. 개미를 흉내낸다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 개미거미의 행동과 관련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개미거미의 행동에 대한 연구주제는 흥미롭다. 한국에도 개미거미가 서식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국내의 정보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의 생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주목할 만한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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