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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유충 사고는 ‘관재(官災)’생산비용 줄이려 기술인력 대폭 축소··· 안전 확보 어려워
수돗물 품질관리 위한 인증체계와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환경일보] 최근 인천광역시의 수돗물에서 유충이 연이어 발생되고 있어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수돗물 유충 발생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숙련된 기술인력의 확보 ▷수돗물 사고에 대한 중앙과 지방간 소통체계 구축 ▷수돗물 품질관리를 위한 인증체계와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9일 인천광역시 공촌정수장을 통해 직접 수돗물을 공급받는 수계 내 주택의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최초 민원이 접수됐다.

이후 인천광역시 수도사업소가 자체적으로 현장 조사한 결과 수돗물에서 살아있는 유충이 발견됐다.

이에 환경부가 7월15일부터 17일까지 3일 동안 인천광역시 정수시설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 정수장 49개소를 점검한 결과 7개소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수돗물 유충이 4급수에서도 살 수 있는 수질오염 지표종인 깔따구라는 것이 확인된 후 전국적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인천광역시 공촌정수장 수계 8500여 가구는 붉은 수돗물(赤水) 피해를 겪었고, 발생 초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사고가 지속돼 수돗물을 급수하는 중구 영종동, 영종1동과 강화군까지 번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후 재발방지를 약속한 인천광역시 시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정부는 ‘수돗물 안전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으나 이번 대규모 사고를 막지 못했다.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인천 부평구 부평정수장을 방문해 고도정수처리시설 활성탄 여과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인천에서 연달아 수돗물 사고

수원(水源)으로 부터 취수(取水)된 물은 표준정수 처리공정인 경우 정수처리장 착수정에서 ‘혼화-응집-침전여과-소독’을 거쳐 정수지로 보내지고 이후 송‧배‧급수 돼 가정으로 공급된다.

그러나 작년 붉은 수돗물 관리방안으로 도입된 고도정수처리 공정(오존접촉조와 활성탄 여과지) 중 우선적으로 가동되고 있던 활성탄 여과지에 깔따구 성충이 유입돼 부화된 유충이 걸러지지 않고 정수장, 배수지를 거쳐 가정까지 공급됐다.

환경부는 합동정밀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반영해 8월 말까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며, 종합대책 수립 전에 우선 정수처리시설 내 유충유입 방지, 수도 공급계통 유충 번식 차단, 대국민 정보제공 확대 및 국민 소통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7월15일과 28일에 긴급조치 1‧2호를 발동해 수도시설 소형생물(깔따구 유충 등) 관리방안과 수돗물 위생관리 긴급조치사항을 인천광역시에 각각 통보했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 수돗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예방, 대응, 안심 단계의 전략과 추진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환경부의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같은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가중되면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사건의 핵심은 전문성 없는 공무원들의 관리부실로 발생한 수돗물 참사다. 지난해 붉은 인천수돗물 사태 후 수백억을 들여서 보상과 시설개선을 했고, 향후 수돗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수돗물 유충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는 것에 대한 명백히 책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위에서부터 표준정수처리 공정도, 고도정수처리 공정도, 공촌정수장 공정도 및 운영 현황. <자료제공=환경부>

상수도 기술인력 대폭 축소

이번 수돗물 유충 사고 이면에는 수도시설 운영인력의 절대적인 감소와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한 관리역량의 부족 문제가 있다.

2007년 지방공무원임용령과 지방연구직 및 지도직공무원의 임용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직군·직렬 개편으로 상수도 운영 기술인력이 대폭 감축됐고, 절대적인 종사 인원도 2008년 1만5000명에서 2017년 1만3000명으로 줄었다.

또한 161개 지방자치단체 중 74개 지자체에만 시설 책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인력을 살펴보면 586명 공무원 중 연구직은 19명으로 대부분이 행정·관리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실은 현장에서 일하는 상수도 공무원들의 목소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월 전국공무원노조 상수도본부지회가 서울신문과 함께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붉은수돗물 사태의 원인으로 71.0%가 ‘보직 순환으로 인한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상수도 공무원들은 “승진에 불리하고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기 때문에 한직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안전 대신 경제성 선택

둘째, 고도정수처리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한데, 현재의 정수장 운영실태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산업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급증하고 이 물질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환경에 유출돼 상수원수에 악영향을 미친다.

상수원수를 통해 취수된 원수는 응집-침전-여과와 같은 기존 표준정수처리공정으로는 제어되기 어렵기 때문에 고도정수처리공정이 도입됐다.

고도정수처리의 주요한 기작인 활성탄여과지 운영은 여러 인자들과 활성탄의 역세척(backwashing)주기가 중요하다. 역세척의 경우 처리수의 수량과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수장별로 4∼30일 범위로 운영된다.

역세척은 많은 역세척수와 동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정수장의 운영적인 측면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인력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세척주기를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다.

왼쪽부터 깔다구 알, 유충, 성충. <자료제공=환경부>

중앙-정부 소통체계 부족

셋째, 중앙과 지방의 사고 대응을 위한 원활한 소통체계가 부족하다. 환경부는 수돗물 안전관리 종합대책 4대 전략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돗물 유충 민원이 7월9일 발생한 후 4일이 경과된 13일에야 언론을 통해서 사태를 인지하고 7일 후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마저도 개선된 것으로 작년 붉은 수돗물사태 때는 주민여론 악화를 우려해 인천광역시가 자체 해결을 추진하다가 수습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발생 후 14일 만에 환경부에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넷째, 실태점검 가운데 현장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 일반수도사업자의 운영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나 실태점검이 서류심사 위주에 그치고 있고, 감점사항도 중대한 안전사고 발생, 시설개선명령 미이행, 서류심사 자료 미제출에만 적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정으로 급수되기 전 마지막 처리공정인 활성탄여과지에 사용되는 활성탄 구매가 처리 효율을 따지지 않고 최저가로 입찰되고 있어 수돗물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

숙련된 기술인력 확보

정부는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수돗물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의 전문 기술인력이 정수장에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도법에 따라 정수시설의 운영과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격을 부여받은 정수시설운영관리사가 적절하게 평가받고, 이러한 전문인력이 승진과 같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기술인력을 배치한 지자체에 대한 평가체계를 통해 우수한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상수도 분야의 자동화와 기술혁신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술인력 감축은 운영 및 유지관리 여건의 악화와 상수도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수돗물사고가 지체 없이 중앙에 전달될 수 있는 소통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수돗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수돗물사고 소통체계 구축은 국가차원의 문제이다.

수돗물 민원신고 창구를 중앙정부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숨기는 지자체에 대한 제재 규정을 두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담당부서를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환경부의 물 관련 조직에서는 수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수도정책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물이용기획과’의 명칭을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등을 계기로 2024년까지 노후상수도 정비사업을 앞당기기로 했다. <사진제공=한국수자원공사>

활성탄 운영 기준 필요

수도용 자재와 제품의 범위에 수돗물 안전을 위해 필요한 활성탄도 인증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활성탄운영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돗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고도산화공정 중 하나인 활성탄여과지는 많은 오염물질을 한꺼번에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그만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활성탄 조달 시 인증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활성탄교체주기 결정을 위한 주요성능인자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는 상수도사업소 운영자들의 기술력 부족으로 인한 관재(官災)라는 지적이 있다.

정수처리장에 방충망이 설치돼 벌레가 직접 활성탄여과지에 접근하지 못하고 활성탄지의 활성탄 관리를 위한 전문가가 현장실태점검을 했다면 일어나기 힘든 사태이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 제공이라는 환경부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수도 분야에 전문 기술인력이 확보될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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