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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내일로 시즌2-제주도편④] 에너지를 넘어 공동체를 생각하다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이주원

[환경일보] 어느덧 에너지내일로 여행의 6일차인 7월 29일. 에너지내일로 단원들은 본격적으로 제주도의 풍력발전 현장을 돌며 마을 이장님들을 만났다. 제주도 서쪽으로는 각각 100M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추진돼 온 한림읍 수원리(한림해상풍력)와 대정읍 동일리(대정해상풍력)를, 동쪽으로는 국내 1호 주민주도형 풍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구좌읍 행원리를 방문했다.

제주도는 일찌감치 풍력의 자원화가 진행돼 풍력발전을 둘러싼 경험이 많은 지역이다. 그만큼 제주도 주민들도 풍력발전에 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을 터, 단원들은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현장의 기대와 우려, 풍력발전의 주민참여를 고민하다

제주도 북서쪽에 위치한 수원리는 단원들이 묵었던 숙소 인근이었다. 사무소에 들어가자 발전사업 자료를 살펴보던 이장님이 단원들을 맞아줬다. “수원리는 밭농사와 양식장 임대업 외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작은 마을”이라며 운을 뗀 양정언 이장은 해상풍력 사업이 가져올 마을의 발전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주민들이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사업에 주주로 참여해 마을 발전기금을 받는 것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지가 하락 등 약간의 주민 우려 요소에 대해서도 보상책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으로 마을의 농업 소득이 위협받는 상황인지라, 소음이나 어획량 감소 등 흔히 제기되곤 하는 풍력발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단 안정적 수입을 통한 주민들의 삶 개선에 더 주목하는 듯했다.

수원리 이장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에너지내일로 단원들

이후 단원들은 전기차를 타고 30분을 달려 제주 남서쪽에 위치한 동일2리에 도착했다. 풍력사업이 논의되는 마을은 아니지만, 인근 동일1리에서 대정해상풍력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터라 방문해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했다. 동일2리 사무소는 이전에 방문한 지역들과는 사뭇 온도가 달랐다.

사무소에 있던 한 주민이 먼저 현행 재생에너지 보급과 주민 참여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토로했다. 양임복 동일2리 이장 역시 “발전사업 개발 과정이 사업자 중심인 것 같다”며, 주민 의견이 무시된 채 주민 생활권을 파괴하는 방식의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진정한 주민 참여를 위해선 객관적인 정보가 충분히 공유돼야 한다는 이장님의 말을 듣고, 어쩌면 주민 수용성 문제의 핵심은 찬반 대립 그 자체가 아니라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접근성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이어 방문한 동일1리의 김영수 이장은 이와 반대로 풍력발전 유치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동일2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일1리는 지난 5월 대정해상풍력단지의 시범지구 지정 건이 제주도 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곧이어 열린 본 의회에서 최종 부결되면서 현재 사업이 첫발조차 떼지 못한 곳이다. 김 이장은 마을 내외로 해상풍력에 대한 반대가 거셌음을 인정하며 “반대 측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도 정작 주민들이 오지 않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정확한 정보와 객관적 근거가 오가는 건설적인 토론을 위해선 도 차원의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이장님의 의견은 분명 동일2리에서 느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행원리: 주민 참여를 뛰어넘은 '주민주도’

단원들은 국내 최초로 주민 주도형 풍력사업을 하고 있는 제주도 북동쪽에 위치한 행원리도 찾아갔다. 이곳은 2012년 9월 마을 이장의 주도로 풍력발전 법인을 설립한 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마을 소유 풍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이일형 이장은 “발전사업자로부터 보상을 받는 형태의 타 지역과는 다르다”며 지자체와 기업, 마을 주민 모두를 본인이 직접 설득해 시작된 행원리 풍력발전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현재 이곳의 풍력발전기는 마을의 고정적 수입원으로 마을 예산 집행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업 초기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주민들도 이제는 “1.3MW 발전기 날개가 한 바퀴 돌면 500원을 번다”는 식으로 발전량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한편 “늘어난 이주민들과 풍력 사업 지속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주민 협의를 바탕으로 진행한 풍력발전에도 주민 수용성 고민이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행원리 이장님과의 대화 중 창밖으로 보인 풍력발전기

지속가능한 에너지, 지속가능한 공동체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조금 먼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길을 나섰던 제주도의 상황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 언뜻 달라 보이는 마을들이었지만 사실 이들은 모두 마을의 발전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의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을 공동체의 결속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함께 고민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 소통의 장을 구축하는 것이 이 두 가지 목표의 조화를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주민들 간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지속적으로 공유된다면 상호 불신을 넘어 발전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한 기후위기 대응의 진정한 관건은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공동체 구축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이를 위해 고민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그 해법은 앞으로도 현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내일로의 고민이 시즌2에서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글 /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이주원, 사진 및 자료제공=빅웨이브>

오동재 객원기자  ohdongdo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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