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김학순 할머니 공개 증언을 계기로 국회에서 국가기념일로 제정

[환경일보] 8월14일 국가 기념일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국회 전시회가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 시작 30년, 2017년 국회의 국가 기념일 지정 3년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김상희 국회부의장,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 남인순·양이원영·이수진(비례)·인재근 국회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전시회 ‘뚜벅뚜벅’을 공동주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의 모임인 ‘평화예술행동 두럭(DoLuck)’ 소속 그림, 조각 분야 34명 작가의 작품 34점이 전시됐다.

주요 작품은 고경일 상명대학교 교수의 그림 ‘WAR’ 시리즈,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피해자 초상화, 김종도 작가의 ‘김복동 할머니 초상’ 등이다.

10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린 국회 전시회 ‘뚜벅뚜벅’ 개막식에는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 양이원영·용혜인·윤미향 의원,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평화예술행동 두럭 등이 함께 참석했다.

가수 손현식 씨의 노래 공연으로 시작한 개막식은 참석자 인사말, 박석주 씨의 기타연주, 매듭풀기, 캘피그라피, 국회 내 나비날기 AR 구현, 참석자들 응원 메시지 쓰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사진제공=윤미향 의원실>

‘내가 바로 피해자다’

윤미향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 할머니들이 국회의원들이 머무는 공간까지 찾아올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주고, 모습이 되어주고, 목소리가 되어주신 문화예술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윤 의원은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 중에 아직도 제 심장에 가시처럼 박혀 있는 ‘한국 여성들 정신 차리시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또 당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우리가 새겨들어야 한다”며 “살아남은 우리가 새겨들어야 하는 말씀이 ‘내가 바로 피해자다’라는 얘기다. 가해자이기도 한 정부에도 ‘내가 바로 피해자다’라는 소리가 들리게 하는 자리”라고 국회 전시의 의미를 새겼다.

이어윤 의원은 “일본에서 오늘 활동을 보고 계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전국행동, 희망씨앗기금 여러분, 힘내셔서 어려움이 닥쳐도, 우리 앞에 수많은 아리랑 고개가 있다 하더라도, 그 고개를 잘 넘어서 평화의 세상, 해방의 세상을 함께 맞았으면 좋겠다”라고 희망을 전했다.

앞서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인류 보편의 문제이고 유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이라는 심각한 문제”라며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에서 이제 세계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주체가 됐다. 그동안 해온 성과가 있었고 이제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와 평화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역사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민간에 맡겨왔던 위안부 문제를 국가가, 국제사회가 함께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양이원영 의원은 “빼앗긴 나라가 지키지 못했던 소녀들이 인권활동가가 되어 전 세계에 보편적 인권, 평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적절한 보상, 무엇보다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받아내는 것은 이 사건뿐만 아니라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도 마찬가지”라며 “남아있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그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해자들이 피해자다워야 한다는 말을 극복해야 하고 더 당당하게 가해자에게 요구할 힘을 가질 수 있게 끝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시민사회와 국회, 정부가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이번 전시회가 문회예술인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노력과 국회의 노력이 만나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인권운동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1대 국회가 인권과 평화를 위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송갑석 의원은 “제 고향 광주에서도 40년 전에 살육이 있었다. 광주항쟁의 진실,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우다가 죽기도 했는데 결국 30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공감됐다. 그 보편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큰 무기는 문화예술이라고 느꼈다. 저희에게 남겨진 몫이 크다. 뚜벅뚜벅 함께 하겠다”라고 전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축사에서 “개막식 30분 전에 와서 작품을 보면서 눈물이 많이 났다. 경기도 역시 할머니들 곁에서 일본의 진정한 사과, 합당한 배상을 받아낼 때까지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평화의 소녀상 챌린지 캠페인’ 진행

이번 국회 전시는 14일까지 열리며, 이 기간 동안 ‘평화의 소녀상 챌린지 캠페인’도 진행된다. 인류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의미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영혼을 의미하는 나비가 AR로 구현돼 국회와 거리를 날아다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가 공개 증언한 날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세계 전시 성폭력 생존자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2012년 국내외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11차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매년 8월14일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하면서 시작했다.

국회는 2017년 12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이어받아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번 국회 행사는 한국과 일본 단체들이 공동주관으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한국 측에서는 ‘평화예술행동 두럭’, ‘김복동의희망’,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이, 일본 측에서는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희망씨앗기금’이 함께했다.

한편, 오는 14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사회운동으로서의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인의 권리보장’을 주제로 토론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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