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사업 장려했던 정부, 이제와 예산 없다며 뒷짐

[환경일보] 최근 경상북도가 언론을 통해 봉화군 춘양면 일대에 국내 첫 야생동물 생츄어리인 ‘국립 백두대간 생츄어리(가칭)’ 추진 계획을 밝혔다.

경상북도의 계획에 의하면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원 24만5600㎡에 생츄어리가 들어서며, 해당시설은 동물원 폐원 등으로 오갈 곳이 없어진 동물, 공중안전 위험도가 높은 동물, 매매·양도가 어려워 유기 위험이 높은 동물을 보호하고 철창 속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사육곰 150여 마리의 터전도 마련될 예정이다.

경상북도의 결정은 반려동물 중심의 동물보호 정책을 야생동물로까지 확장하는 동시에 인간의 유희를 위해 동물을 가두고 이용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동물단체들은 물론 시민들 역시 생츄어리 건립에 동의와 함께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79.3%가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금도 수많은 사육곰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다행히 지자체에서 먼저 발 벗고 나섰으나, 정부의 책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육곰 사업을 장려했던 정부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그날까지 원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지자체 홀로 생츄어리를 건립하고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가 직접 생츄어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마련에 나선만큼 사육곰 문제의 소관 부처인 환경부와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기재부 등은 이제라도 생츄어리 마련에 전향적인 태도로 임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것이 사회적 합의라는 허울 뒤에 숨어 수많은 사육곰들이 고통 속에 생을 달리하도록 방관했던 과거를 속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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