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올무에 걸려 피를 흘리며 뛰어다니는 장면을 보았다. 비록 이 땅을 지배하는 동물이 인간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생명의 존귀함을 뺏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밀렵으로 808건이 단속 됐으며,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을 잃어가고 있다. 밀렵 역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자가 존재한다면 공급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중 까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동물이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해야 할 실정이지만, 희귀 동물은 어디 어디에 좋다는 근거없는 낭설로 무분별하게 포획돼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산과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개구리, 뱀, 반딧불 등은 이제 깊은 두메산골이나 박물관에서 박재된 모습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야생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과 지나친 보신문화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계적 망신을 피할 수 없다. 2002한?일 월드컵 전 우리나라는 개고기 먹는 나라로 소개되어 여러 나라의 비난을 받았다.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도구이자 국민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함부로 다른 나라의 음식을 비난하거나 비난 받을 수 없지만 우리의 보신문화가 유별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제 부터라도 우리의 산과 바다에 평화로이 날거나 달리는 동물을 보고 싶다면, 동물이 사라진 황량한 땅을 보기 싫다면, 우리 스스로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항상 갖고 이 땅에 같이 사는 주인으로 인식하여 서로 공생하는 동반자가 되어야겠다.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대대로 물려 받은 이 땅을, 대대로 물려줄 이 땅을, 우리는 항상 빌려 쓰고 있다는 마음을 잊지 말고 받은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것이다.

오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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