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발생 자체 줄이는 순환경제, 그린뉴딜로의 가치 충분
자원순환 쏙 빠진 정부 발표···‘지속가능’ 이해한 출발인지 의문

지난 8월1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자원순환특별위원회 국회토론회 참석자들 <사진=최용구 기자>

[국회=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폐기물 발생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미흡한 분리배출과 민간 중심 수거체계에 따른 부작용, 재활용품 수요처 부족 그리고 불법처리까지 자원순환사회를 만들기에 기존 ‘폐기물 관리’ 위주의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환경부는 자원순환정책의 큰 틀을 바꾸고 있다. 발생에서의 감량은 물론 지자체 공공수거관리 강화와 플라스틱 ‘전 주기’의 개선, 충분한 처리시설 확보로 안정적 처리망 구축 등이 골자다. 최근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자원순환사회 형성을 통한 순환경제의 실현까지도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저탄소의 경제를 만들어 사회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그린뉴딜이 공식화되면서 부터다. 

자원순환정책이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다는 특성도 그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8월1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자원순환특별위원회 국회토론회를 주최한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자원순환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그린뉴딜 각 정책의 집행과 예산 사용에 허점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일 때”라며 “자원순환은 특히 실생활과 깊이 연관돼 있기에, 그린뉴딜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에서 지혜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린뉴딜과 자원순환이 함께 가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린뉴딜과 순환경제의 상관관계

2.4%(2017년 기준).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에서 폐기물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900만톤CO₂eq (이산화탄소 산출량)에 달한다. 이 가운데 폐기물의 ‘매립’과 ‘소각’등 폐기물로부터의 배출은 1680만톤CO₂eq이다. 그중에서도 매립(47%)과 소각(43%)이 대부분이다.   

3년간(2015~2017년)의 자료를 놓고 봐도 각각 1630만톤CO₂eq(2.4%), 1650만톤CO₂eq(2.4%), 1680만톤CO₂eq(2.4%)으로 폐기물처리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전체에서는 크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17년의 전년도 대비 증감률은 2%로 ‘에너지’ 부분(2.2%)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 폐기물 분야의 온실가스배출은 전체로 보면 적은 비율이지만, '최종 폐기물처리' 과정에서 만의 집계치라는 걸 감안하면 의미는 다르다. <사진=최용구 기자>

폐기물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집계가 ‘최종 폐기물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양 만을 가리킨다는 것 또한 살펴볼 문제다.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건물을 짓지 않는다면, 에너지와 산업공정 등 다른 영역에서의 배출량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안 더불어민주당 자원순환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그린뉴딜 형성의 첫 걸음은 대량생산과 과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의 감량과 처리에 있다”고 피력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재 그린뉴딜 국면에서 자원순환, 더 나아가 순환경제를 실현시켜야 할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폐기물처리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한 포인트지만, 순환경제의 관건은 어떻게 폐기물 생산 자체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원순환이 그린뉴딜과 함께 가야하는 이유도 이런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고민할 때 의미가 있다”라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폐기물처리의 비중이 적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하위 단계의 고민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원순환특위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송옥주 의원과 정재안 위원장 <사진=최용구 기자>

그린뉴딜의 개념 정립은 제대로 됐나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에서 그린뉴딜의 3대 과제로 설정된 것은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모빌리티다. 대부분 건설과 에너지, 자동차 분야라는 점에서 개발과 성장 중심의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자원순환을 고려한 구체적 대안책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그린뉴딜을 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와 개념이 정립 됐는가에 물음표를 던진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회를 바꾸는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방향은 기본개념의 이해와 목표 의식에서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탈탄소’가 아닌 ‘저탄소’로 명시했다는 것과, 순환경제를 온전히 다루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자원순환특별위원회에서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상운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돌이켜보면 과거 녹색성장의 출발배경도 기후변화였고, 정책의 세부내용도 지금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라면서 “지향하는 목표와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구별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린뉴딜이 실현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밝혔다. 바꿔 말해, 과거 녹색성장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본부장도 “재정규모가 적을뿐더러 목표가 됐어야 할 탈탄소화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이 걱정이다”라며 “우리사회를 어떻게 탈탄소사회로 만들지에 대한 기본개념 확대부터가 그린뉴딜의 출발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원순환 체계 하의 순환경제에 적극적인 유럽은 어디까지 나아가 있을까.

지난 3월,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그린딜’ 계획의 일환으로 ‘신순환 경제 실행 계획(New 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을 알렸다. 5년 전인 과거 2015년에는 이미 신순환경제 패키지(New Circular Economy Package)를 발표했었다. 

이 계획은 ‘제품 설계에서부터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지속가능한 제품정책체계를 필두로 ▷순환형 모델로의 이행 잠재력이 큰 산업 ▷폐기물 감축 등 세 갈래로 나뉘어 추진된다.

순환경제에 성큼 다가간 EU

눈여겨볼 특징은 ‘서비스로서의 제품(Product as a Service)’ 모델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품 생산자가 단지 판매에 그치지 않고, 제품의 소유와 성능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아울러 2021년까지 소비자 보호 정책이나 제품정책에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포함시킬 것을 제시한다. 당장 제품 구입시 제품수명과 이용가능한 수리서비스부터 예비부품, 수리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얻도록 하는 내용의 ‘EU소비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더욱 구체화 될 거라는 전망이다.

사실 국내에서도 순환경제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과거 2018년 정부는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을 통해 행정계획 상에 언급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기존 자원순환 개념의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이 계획은 폐기물 발생량 감축, 순환이용률 개선, 최종처분율 감소라는 기존 자원순환의 개념과 별 차이가 없다”라며 “폐기물 발생이 매년 늘고 자원 재활용은 정체되는 현재, 순환경제와 자원순환을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이해한 별도의 지표가 그만큼 절실하다”고 말했다.

앞서 위에 언급한 “순환경제의 관건은 어떻게 폐기물 생산 자체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라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실리는 얘기다.

토론회 주요 발제자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환경전문위원,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왼쪽부터). <사진=최용구 기자>

현재로선 정부의 그린뉴딜 흐름에 자원순환이 얼마만큼 올라탈 수 있는지는 예산 편성만 놓고 봐도 그 한계가 드러난다. 자원순환사회를 위한 구체적 대안 제시는 이번 그린뉴딜에는 빠져, 따로 편성된 재원은 없기 때문이다. 정책의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는 동력이 현재로선 부족한 셈이다.

이는 자원순환정책의 큰 틀을 전환하려는 환경부가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단가를 높여 ‘제대로 된’ 처리시설을 만드는 데 방점을 두었다는 걸 감안하면, 원활한 사업을 위한 지속적인 예산 조달이 가능할 수 있냐는 상황과도 연결된다.

예산부족은 또 R&D(연구개발)라는 지식재산의 축적에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승희 경기대학교 교수((사)한국바젤포럼대표)는 “전세계적으로 활용되는 전기전자제품만 4000여개인데, 처리와 활용을 위한 자원순환의 체계적인 정책 목표가 있어야 한다”라며 “기술개발은 이를 위한 필수요소이지만 예산은 너무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자원순환사회, 그린뉴딜 흐름 탈 수 있을까

문제는 부족한 연구개발 예산이 지금에선 단지 기술의 개발만을 늦추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이는 그간 진행해온 연구개발의 맥이 끊긴다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교수는 “자원순환분야에서 진행되오던 다수의 연구들이 기간 만료시점이 다가왔으나, 후속사업은 전무한 상태”라면서 “자원순환분야에서 진행돼오던 지난 30년간의 노력들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희선 박사(前 KEI 선임연구원)도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한국판 그린뉴딜의 지향점을 글로벌 녹색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성의 확산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의 실현을 위해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대응할 녹색산업 영역의 발굴은 결국 R&D에서 시작된다”는 뜻을 표했다.     

그린뉴딜 체재에서의 입법체계 역시 고민해 볼 문제다. 자원순환에 그린뉴딜을 녹일 수 있는 법적인 준비가 돼있냐는 것이다.

김도형 환경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은 “그린뉴딜을 자원순환에서 찾으려면 폐기물을 논할 수 밖에 없다”라면서 “기존 자원순환기본법의 집행법적인 성격을 개선하고, 폐기물관리법 상에 추상적인 폐기물의 정의를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자원재활용법에 대해서도 “복잡하게 혼재된 내용은 분법화하는 한편, 포장재법을 만들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이었다.

정부의 이번 그린뉴딜 정책에서 자원순환이 부각되지 않는 데 대해 환경부는 추후 포함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굳이 그린뉴딜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모습이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정부에서도 이번에 발표한 것에만 한정 짓고 있는건 아니다”라면서 “굳이 뉴딜성격이 아니어도 제도개선 등을 통해서 유발할 수 있는 효과들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입장은 다르다. 환경전문검사 출신인 안종오 대표변호사(법무법인 AK)는 “지금의 흐름으로 본다면, 현재의 부실한 폐기물 처리시스템을 정부가 인지하고 개선코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몰래 수출한 쓰레기가 되돌아 오고, 수거 거부와 업자들의 불법투기 등 숱하게 노출된 기본문제 조차 또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박창신 변호사(법무법인(유한)강남)도 “정부의 발표에서는 자원순환 분야 정책의 근본적 문제를 살피고 정책을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의견을 보탰다.  

정부의 현재 그린뉴딜 방향을 두고, 부실한 폐기물관리 시스템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최용구 기자>

어쨌거나 그린뉴딜은 코로나19 이후의 지속가능한 국가성장전략으로 선택됐다. 그리고 이러한 지금의 분위기는 분명 긍정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는 “국민인식 전환과 협업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구슬이 많이 나왔으니, 그걸 잘 꿰어야 한다는 것이 남겨진 과제”라고 제언했다.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필요성이 커진 국제적인 흐름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정부가 말한 이번 그린뉴딜의 도입 배경이다.

다만 그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자원순환사회의 형성’도 필히 맞물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자원순환을 그린뉴딜의 중심으로 끌고 올 충분한 당위성과도 다르지 않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교수(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회장)는 “기존 폐기물 관리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과, 국민 안전과 친환경성이 보장되는 제도적 필요성을 공유한 지금이 변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 당부했다.   

과연 정부가 공개한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에 자원순환도 잘 꿰어져 걸릴 수 있을까. 그린뉴딜에 시동이 걸린 지금, 향후 정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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