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정책 만들고, 전과정 에코디자인 가이드라인 보급해야

자원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성장모델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다. 순환경제는 희소자원의 사용 대신 설계단계부터 재사용을 염두에 두며 성장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앞으로 200년 이상 세계 경제의 생산, 소비 방식에 가장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폐기물을 향후 10년간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킨다면 약 5조 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015년 12월 EU 집행위원회는 ‘신순환경제 패키지(New Circular Economy Package)’를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EU 공통목표로 2030년까지 도시폐기물의 65% 재활용과 포장폐기물 75% 재활용, 매립폐기물량은 전체의 10% 이내로 제한 등의 내용을 담았다.

4년여 지난 올 3월엔 ‘신순환경제 실행계획(Action Plan)’을 발표했다. 이 중 지속가능한 제품정책체계는 제품의 전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품의 환경에 대한 영향은 대부분 제품설계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사전검토를 강조하고 있다. 제품의 내구성·개량가능성·수리가능성, 유해화학물질 포함 문제해결,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향상 등이 고려대상이다.

탄소 및 환경발자국 감소, 일회용품 제한 및 조기노후화 방지, 디지털 여권 및 태그 등 제품정보의 디지털화, 높은 성능 수준과 인센티브 연계 등도 담고 있다.

생산자가 제품의 전과정에 걸쳐 책임지는 ‘서비스로서의 제품(product as a service)’ 모델이 눈에 띤다.

전자제품과 ICT 분야에서는 제품의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수선성, 재사용과 재활용 가능성, 낙후된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권리를 포함한 ‘수선 권리(right to repair)’에도 무게를 뒀다.

특히, 수선 권리와 관련해 소비자가 제품 구입 시점에 제품의 수명, 이용가능한 수리 서비스, 예비부품, 수리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EU 소비자보호법도 개정할 예정이다.

제품이 빨리 고장나서 빨리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개선하도록 지속가능성 라벨이나 로고를 부여하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한국의 전자제품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REACH와 에코디자인을 포함해 전기·전자 장비의 위험물질 제한에 대한 EU 규칙도 재검토할 것을 규정했다.

배터리는 제조시 탄소발자국, 원료의 윤리적 획득, 재활용 촉진, 재활용과 용도 변경 등을 고려한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요건 마련을 주문했다.

EU 순환경제 행동계획은 매우 구체적인 대안들을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다. 오랜 도전과 현장에서의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성해 실천성을 높이도록 제시됐다.

우리도 2018년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기본계획의 목표가 폐기물 발생량 저감, 순환이용률 제고 등 기존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순환경제 개념을 제대로 담은 정책을 수립하고, 전과정 에코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보급해 실천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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