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코로나 시대 이해관계자 포용하고 혁신해야

대기업을 포함해 어느 정도 규모나 영향력 있는 기업들은 매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다. 한 해 동안 달성한 경제·사회·환경적 성과들이 정량·정성적으로 소개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목표와 비전, 고객에게 제공한 제품과 서비스,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 협력사와 공정거래, 사회공헌활동 등을 담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보여주기 식 홍보물의 수준을 넘지 못하지만, 세계적 추세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방식도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사회가치경영은 기업이 먼저 나서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기업은 고객·직원·주주·협력사·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작년 미국의 180여 주요기업 CEO 모임에서는 기업의 목적은 경제적가치의 극대화가 아닌 이해관계자들과의 공동발전에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후위기로 세계 도처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펀드가 급성장하고 있다.

환경보호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글로벌 ESG 펀드는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에서는 ESG를 우선 투자조건으로 삼는 펀드가 2700개를 넘었다. 여러 국가들이 녹색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규제와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환경친화적 기업들은 힘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ESG 투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건전한 사회변화도 만들 수 있다면서 ESG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ESG 펀드의 일종인 사회책임투자(SRI) 운용펀드는 41개로 설정액은 3680여억 원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을 받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중요한 경영목표로 두고 있다.

그동안 지배구조나 사회적책임에 비해 소외됐던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국내 4대 금융사가 발행한 ESG 채권은 5조1700여억 원 규모다.

이들 금융사들은 신재생에너지·오염방지·환경친화적 건축사업 등에 채권을 배정했고, 환경파괴나 인권침해 문제가 있는 개발사업에는 대출하지 않겠다는 등의 원칙도 검토 중이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의 탈석탄금고 선언도 ESG 도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은 매우 어렵고 힘든 때다.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어떻게 미래를 살아가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

기후위기를 겪고 있지만, 획기적 대안은 보이지 않고 본격적인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이런 때 일수록 협력과 연대가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이 녹색경제, 녹색경영을 추진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기업은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진정성 있는 사회책임경영을 시작해야 한다.

한 기업이 바뀌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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