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물, 흙 모두 인간과 자연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오염상태에서 회복되기 힘들까. 그렇다 바로 흙이다. 공기는 일단 오염되더라도 공해물질 발생을 줄이는 노력에 의해서, 빗물에 의해서 정화가 가능하다. 물도 오염원을 차단하고 정화노력을 통해 다시 맑아질 수 있다. 그런데 흙은 안된다. 특히, 기름이나 유독성폐기물, 화학물질에 의해 오염된 흙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오염된 토양에서 수확한 먹거리는 인간의 몸속에서 심각한 휴유증까지 일으킨다.
미국의 경우 1976년 불거진 미국의 러브커낼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엄청난 양의 유독폐기물을 수년간 불법 매립한 결과, 이를 모르고 이주한 주민들은 기형아출산, 유산율증가, 피부병, 두통에 시달려야했다. 이 지역은 1979년 이후 플라스틱 덮개를 덮고, 복토 위에 잔디를 심었으며, 높은 울타리로 폐쇄되어 지금도 유령도시로 남아있다. 이 지역의 복원을 위해 무려 8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퍼부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이에 비해 환경보존을 생활화하고 실천하기로 유명한 독일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헤프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어느 중년의 남자가 자기 집 마당에서 엔진오일을 갈고 있었다. 별다른 시설이 없는 상태의 작업이라 당연히 몇 방울의 기름이 흙에 떨어졌다. 그리고 나서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경찰차가 들이닥쳐 남자를 연행해갔다. 남자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옆집 할머니의 즉각 신고 때문이었다. 이어 ‘오염토양 수거반’이 특수차량을 타고 나타났고, 오염토양은 특수 용기에 담겨 오염토양 정화시설로 옮겨져 그야말로 ‘세탁’됐다. 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애국행위인지 잘 알고 있는 독일인들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물론 흙이 소중한데, 안타깝게도 우리 우방인 미군이 우리 땅을 오염시켜왔다. 미군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오염문제가 바로 그것인데, 몇해전 부터야 비로소 복원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돼 얼마나 토양이 오염됐는지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참으로 실망스럽게도 미군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상 ‘미군기지 반환시 미군 측의 원상회복 및 환경복구의무가 없다’는 조항을 들고,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등 온갖 핑계를 동원해 책임을 회피해왔다.
다행히 최근 미군은 원주시 미군기지 캠프롱 기름유출에 대해 공동조사를 실시했고, 또 유출사고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복원에 책임을 지고 비용을 지불할 것을 합의했다. 당연한 결과지만, 미군은 이번 복원약속을 ‘충분히 제대로’ 지켜야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선진강대국, 미국의 군대로서 갖는 자부심과 함께 이미 30여년전 토양오염으로 엄청난 재앙을 겪었음을 상기하고 이제부터라도 남의 나라 흙도 함부로 다루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기회에 그동안 미군부대에서 발생된 오염토양에 대해서도 책임지려는 그야말로 ‘선진국 군대’ 같은 면모를 기대해본다.

편집국장 김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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