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그린뉴딜에 ESG 정착 여부 관심, ‘제1회 지니포럼’에서 녹색금융의 나아갈 바 모색

정부가 오는 연말까지는 녹색금융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거라는 전망이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그린뉴딜의 시작을 알린 정부가 구체적인 녹색금융에 대해서도 연내 공개할 예정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소식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녹색금융의 표준화에 들어가면서 오는 4분기 내로 국제표준의 완성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채권, 녹색펀드 등이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분야다. 명확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할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린뉴딜을 대규모 녹색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한국형 뉴딜의 앞으로에 빈틈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월1일, (재)기후변화센터가 주관한 ‘제1회 지니포럼’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봤다.

녹색금융의 견인차 ESG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유도하는 구조로의 변화와 그를 위한 투자’, ‘기후금융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고 저탄소 사회를 구현한다’. 이러한 사회적책임 투자를 뜻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대세가 되고 있다.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국제결제은행)는 지난 1월, 그린스완(Green Swan)이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를 정의했다. 이는 위험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결국 금융시장에서도 기후 관련 리스크가 작용한다는 걸 분명히 한 셈이다.

이제는 금융안전을 위해 녹색금융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가졌지만, 투자를 통한 수익의 관점에서 보면 환경을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접근에 한계가 있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있느냐의 문제다. 

이옥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는 “금융은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마중물과도 같다. 기후금융은 결국 에너지산업의 전환과 연결되는 데, 이는 분명 전통적인 기업들의 관성에서는 동참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기후변화의 금융지원 과정에서도 규모가 있는 곳은 관심이 없거나, 관심은 보이지만 역량이 부족한 난제에 봉착한다”고 토로했다.

물론 기후변화의 대처를 위한 자금조달과 사업진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ESG와 RE100 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 Corporation)는 지난해 ESG분야를 연구하고 평가하는 글로벌 선도기업 비제오 에이리스(Vigeo Eiris)를 인수한 바 있다. 또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는 매년 전 세계 시가총액 2500여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ESG를 평가하는 등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특히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다국적 IT기업들은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RE100의 준수를 통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속가능한 책임투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뚜렷하다.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가 조사한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 동향’에 따르면 2016년(22.8조 달러)대비 2018년(30.6조 달러)에는 그 규모가 34% 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요국 가운데 일본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무려 36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해외 주요 연기금들인 캐나다 CPPIB(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나 노르웨이 GPFG(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 및 일본의 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 등도 그린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중 GPFG는 지난 2019년 Environment-related equity mandates 부분에서 투자 수익률 35.8%를 기록, 종전의 ‘환경은 수익률에 저해된다’는 우려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다. 

하지만 이 같은 동향은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 당장의 롤모델까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의 실정이 그렇다. 최근 한국전력과 삼성물산은 베트남 붕앙2기 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해외 주요 투자기관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수익률 35.8%, 가능성 보여준 사례

업계에서는 해외의 경우 단지 ‘선량한 기업’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자산배분 구조와 전략이 국내 성격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느냐를 알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분석실장은 “캐나다 CPPIB는 해외투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이들 이 ESG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해외시장에 대한 자산의 추구인 셈”이라면서 “국내시장의 비중이 절대적인 국민연금의 구조와는 다른 자산배분전략의 차이를 감안하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전의 경우를 놓고 봐도 국내 주식의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이 석탄화력이라는 기후대응에 역행하는 투자를 막기 위해 한전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는,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와도 같은 맥락이다.

각종 지표들은 녹색금융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현재 국내 사정이 어떻든 확실한 건 지금의 녹색금융이 반짝 흐름에 그칠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각종 지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간 성장전망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움직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으며, 언급했듯 BIS는 그린스완을 정의했다. 또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TCFD)’는 전 세계 1057개 기관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7개 정부의 지지를 받았다. 환경부도 지난 5월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연금이 자체 법과 지침에 환경분야 3가지(기후변화·청정생산·친환경제품 개발) 등 책임투자의 근거를 두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에 대해 “앞으로 기후변화에 잘 대처하는 정책이나 산업의 경우는 투자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면서 “기후변화 요인을 적극 반영한 투자자금을 통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선순환을 만드는 게 과제”라고 제언했다.

그렇다면 녹색금융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뿌리 내리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목표와 방향을 제시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풀이법은 ‘정부’와 ‘시장의 변화’ 각각으로 나뉜다.

먼저 정부의 역할은 ‘녹색경제활동 분류체계(Green Taxonomy)’ 도입과 ‘투자세액공제’를 통한 투자자 유도책 마련이다. 그린뉴딜이 대규모 녹색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해 그린 워싱을 막아야 한다.  

결국은 정부와 시장의 변화

시장에서는 ‘투자’와 ‘배제’라는 투트랙 접근으로 녹색인프라에 투자하면서, 녹색의 취지를 저해하는 기관의 투자는 과감히 회수할 수 있는 은행권의 역할이 강조된다. 아울러 단기 성과나 사업이 아닌 장기적인 방향성을 고려한 투자자의 인식전환도 요구된다. 

글로벌 에너지 회사로 잘 알려진 덴마크 Orsted가 수행한 전세계인 대상의 설문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전세계적 문제’라고 답한 비율은 66%였던 반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는 그보다 많은 82%가 찬성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독립성 향상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봤다.

기후변화를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보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원하는 비중이 더 높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 환경공학과 소속으로 ‘한국에서 그린뉴딜 에너지 정책이 전력공급 안정화와 비용 일자리 건강 기후에 미칠 영향’이라는 보고서의 주인공인 마크 제이콥슨(Mark Z. Jacobson) 교수는 이를 “해결책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문제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시행해야 할 때”라고 해석했다.

9월1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1회 지니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지금의 녹색금융 전환기에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강조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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