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로봇이 꿀벌을 대신할 수 있을까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그린기자단=환경일보] 홍설원 학생기자 =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말했듯이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간도 4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 꿀벌이 없다면 식물이 종자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꽃가루 받이가 멈출 것이고, 식물이 종자를 남기지 못하면 그 식물은 절멸할 것이다. 이는 야생식물뿐만 아니라 농작물에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인간도 멸망할 것이다.

벌집군집붕괴현상(CCD)으로 사라지는 꿀벌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2006부터 시작된 서양꿀벌(Apis mellifera)의 벌집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으로 전세계 서양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농업생산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벌집군집붕괴현상으로 작년까지 1/3 서양꿀벌이 사라졌다.

1945년 5백만 벌통이였던 것이 급격히 감소해 2011년 2백만 벌통을 겨우 넘기고 있다. 그런데 많은 농작물이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당근, 수박, 사과, 딸기, 복숭아, 배, 호박, 오이, 양파, 포도, 체리, 아몬드, 키위, 스트로우베리, 블루베리, 브로콜리, 아보카도, 올리브, 꽃양배추 등 등을 포함한 100종의 과일과 야채가 꿀벌의 수분 기능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형 낭충봉아부페병 바이러스(KSBV)으로 사라지는 토종벌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시작된 한국형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Korean Sacbrood Virus; KSBV)로 인해 현재 토종벌(Apis cerana)의 90%가 사라진 상태이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여양3로 토종벌 농가 2020년 8월 촬영. <사진=홍설원 학생>

우리 토종벌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을 일으킨 범인은 색부르드 바이러스(Sacbrood Virus)다. 피코르나 바이러스과(Picorna virus)에 속하는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작다'(pico)와 RNA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외피가 없는 양성 단일가닥의 RNA 바이러스다. 색부르드 바이러스는 1904년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미얀마, 태국, 중국과 일본을 거쳐 2008년경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여양3로 토종벌 농가 2020년 8월 촬영. <사진=홍설원 학생>

2009년 11월, 강원도 홍천의 토종벌 농가에서 낭충봉아부패병 피해가 처음 확인됐고, 이후 바이러스는 전남과 경남 토종벌 농가에 극심한 피해를 주면서 전국 토종벌 농가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는 토종벌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극심할 때는 전국 토종벌의 95%가 사라졌다.

2019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보급하고 있는 저항성 토종벌 ‘한라벌’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정부의 여러 토종벌 지원사업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토종벌 농가들은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인공지능, 로봇기술이 꿀벌을 대체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과수농가에서는 농작물의 꽃가루 받이를 위해 사람이 직접 붓과 같은 도구로 꽃가루를 옮기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일부 과수농가에서는 농약살포용 드론을 활용해 꽃가루를 물에 타서 살표하기도 하지만 수정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드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꽃가루 받이가 시도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에이지로 미야코 박사 연구팀은 꽃에 드론을 충돌 시켜서 꽃가루를 옮겨주는 방식인데 꽃의 피해가 생기고 수정되는 효율도 낮다. 더군다나 사람이 직접 드론을 수동 조종하는 방식이라서 상업성도 없다.

2018년 미국 월마트는 꽃가루 받이용 꿀벌 모방 드론을 포함해 식물 해충을 추적하는 드론, 다양한 농작물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드론 등 5건의 특허를 출원한 바있다.

특허 출원은 했으나 상용화된 제품을 출시는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미국의 하버드대 연구진은 작년 무게 80㎎, 길이 3㎝의 곤충의 몸 구조와 동작을 본떠 만든 초경량 비행체를 개발했다.

꽃가루 받이에 활용려고 하는 드론의 개념도 <그래픽=홍설원 학생>

초소형화된 드론이지만 유선으로 전원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꽃가루 받이 기능을 추가하기에는 요원하다. 마지막으로 미국 사바나예술대학교(SCAD) 산업디자인팀이 인위적으로 수분(受粉)하는 드론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유선으로 사람이 조정할뿐만 아니라 유선 전력을 사용하므로 공간이동에 제약이 있다.

드론이나 서양꿀벌이 국내 생태계에서 토종벌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어

만약에 농작물과 같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꽃가루 받이에 인공지능, 소형 드론을 활용한 꿀벌 드론이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남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토종벌이 수행하는 야생 식물의 수분 매개자의 역할이다.

토종벌은 서양벌보다 크기가 작아서 크기가 작은 꽃을 지닌 야생화, 멸종위기 자생식물종의 꽃가루받이에서 없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싸리나무의 꽃은 서양꿀벌은 크기가 커서 꽃가루 받이를 할 수가 없지만 크기가 작은 토종벌은 꽃가루 받이를 할 수 있다.

또하나 고려해야할 문제는 서양꿀벌의 꽃가루 받이 영역이 삼림과 농경지의 경계부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종벌은 삼림에서 주로 서식하고 키워지기 때문에 더욱더 야생 식물의 보호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토종벌이 전체 꽃가루 받이의 25% 정도는 차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서양꿀벌에만 의존해서는 안될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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