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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수소경제 실현 가능할까범부처 수소 R&D 협의체·내년 2월 수소법 공식 시행까지 추진 박차
‘그린수소 구현 언제’, ‘보조금 없이도 될까’··· 안고 갈 우려의 징조들
생산과 저장, 이송 대비 활용에만 치중돼 있던 국내 수소산업 구조는 앞으로의 수소경제 구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수소충전소 모습)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그린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수소경제 구현을 향한 세계 각국의 변화는 시작됐다. 정책적 지원을 위한 법과 제도들도 그만큼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동력이 될거란 믿음에서다. 핵심은 ‘기술’이다. 격차를 좁히고 벌리기 위한 ‘속도전’을 펴는 이유다.

2019년 1월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올해 2월 ‘수소법’ 제정, 그리고 ‘범부처 수소 R&D 협의체’ 구성부터 내년 2월 수소법의 공식 시행까지. 공격적으로 전개된 대한민국의 발자취다. 드러나는 성과도 있었다. 수소연료전지 승용차 보급이 7000대를 넘어섰고, 발전용 연료전지 용량도 530MW 수준이 됐다. 40여개의 수소차충전소도 전국에 구축됐다.

하지만 ‘그린수소 생산’, ‘脫 보조금’, ‘안전환경인프라’ 등 알려진 과제는 숱하다. 문제는 이러한 취약점들이 수소 생산부터 저장, 이송, 활용까지 ‘전 주기’의 균형발전이 필요한 수소산업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거란 사실이다. 결국 후발주자에 머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를 포함 학계와 기업 등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국내의 수소산업이 대부분 ‘활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말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수소가 일반사회에서 별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만드는 시장이 작았고 기업투자가 없었다. 정부의 R&D 예산 또한 활용 분야로 쏠렸다.

이는 연료전지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수소연료전지차’와 ‘발전용 연료전지’의 성장이 대표적이다.

무르익는 ‘수소연료전지차 코리아’

무엇보다 완성차 업계에 닥친 탈탄소 흐름은 ‘친환경’으로서 수소연료전지차의 필요성을 가중시켰다. EU의 연비규제는 물론 중국은 내연기관 차량을 만드는 신규공장을 허가하지 않는다. ZEV(무공해차) 규제가 적용되는 국가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무공해차를 팔도록 하는 내용이다.

박순찬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실 상무는 “EU의 연비규제는 갈수록 강화돼 자칫하면 벌금액이 차량 판매수익을 웃돌수 있는 상황”이라며 “친환경차의 판매와 개발은 필수가 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 현대차의 성장세는 매섭다. 지난 2018년 출시된 모델 넥쏘는 올해 6월까지 7000여대가 팔렸고, 전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트럭’을 만들었다. 수출길에 올라 현재 매달 10대씩 스위스에 판매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라인업 44개를 출시한다고도 발표했다.

그치만 아직 한계는 뚜렷하다. ‘정부보조금’ 이라는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생산을 위한 R&D와 재료 투입, 제조설비 구축 등의 비용을 반영하기엔 시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이에 대해 “차세대 제품개발 과정서 재료비를 줄이고, 네고를 높이는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며 “우리 만의 차량 연료전지 시스템을 판매한 이익 창출도 하나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 판매만으로는 당장의 이득이 안되니, 자사 시스템을 하나의 발전기로 적용할 곳을 찾아 시장성을 메워간다는 계산이다.

수소 밸류체인(Value Chain)의 가장 끝단에 있는 연료전지 분야를 벗어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먼저 ‘그린수소’로 대변되는 ‘수전해’ 부분이다.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어내는 기술로, 밸류체인의 가장 상단인 ‘생산’의 영역이다.

이 분야의 국내 상황은 초라하다. 강자는 단연 독일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 지난해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독일은 이미 55MW 이상의 수전해 설비가 사용 중인 반면, 한국은 아직 개발 단계에 그치고 있다. 일본도 10MW급의 용량을 갖추고 있다.

그린수소, 수소경제 길목의 최대 난제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생태계 구축에서 그린수소가 가지는 상징성은 절대적이다. 기존 정유화학 과정에서의 부산물인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는 온실가스를 동반한 ‘그레이(Gray) 수소’라서다. 수소사회가 앞으로의 국가경쟁력으로 여겨지는 배경에 ‘저탄소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방향성이 틀리다.

그레이 수소 사용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96%에 달하는 지금, 각국이 수전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다음은 저장과 이송의 문제다. 여기서는 ‘액상수소저장기술’과 ‘선박이송’이 관건이다. 가장 가벼운 기체라는 특성상, 수소는 기체 상태로 저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소를 액체화합물 안에 저장시키는 LOHC(액체유기수소운반체) 분야를 놓고 보면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이 앞서있다.

국내 수소산업 현황 (2019년 기준) <자료제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양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본부장은 “고체상태의 저장기술은 국내도 앞서있으나, 액상저장 부분에서의 격차는 뚜렷한 상황”이라면서 “이송 측면에서는 향후 그린수소를 도입하고 수출하는 데 활용될 선박이송기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제일 선방한다는 분야인 ‘수소 활용’ 또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연료전지의 얘기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한국을 포함, 미국과 일본의 3파전 구도다. 500MW급 이상이 국내에 갖춰지는 데 주축이 된 두산 PEMFC와 한국퓨얼셀 MCFC가 활약하고 있으나, 최근 미국 Bloom Energy (사)의 제품이 53% 라는 높은 효율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업체엔 효율 향상이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된 셈이다.

궁극적인 과제는 따로 있다. 가격과 발전단가를 낮추는 일이다. 양 본부장은 “발전용 연료전지의 과제는 중소형 가스터빈 수준으로 연료비와 설치비를 줄이는 것”이라면서 “그러려면 부품소재 저가화와 모듈화 설계 제조기술이 필수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에 ‘부품 공용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연료전지 소재 부품을 같이 쓰면서 독점을 막고 가격을 낮춰, 장기적으로는 시장 활성화를 도모할거란 해석이다.

‘가정용 연료전지’ 분야는 특히 일본과 한국의 격차가 극명하다. 판매량부터가 확연하다.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파나소닉과 아이신 (사)의 연간 판매 대수는 5만대 이상으로, 국내 제품은 300~400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의 이 두 회사는 ‘10년 보증 판매’에 나섰다. 무상수리 기간을 10년으로 하면서 그만큼 내구성을 보장할 단계임을 입증한 것이다.

정부 의지는 결과로 말해야

내년 2월 수소법의 공식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는 정부는 수소경제 구현의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각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범부처 수소 R&D 협의체’도 구성해 정확한 ‘맥’을 짚은 정책을 추진하고자 함을 내비쳤다.

정부가 세운 수소경제 추진 로드맵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1회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주제의 심포지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소법 출범에 따라 수소기업들의 지원을 위한 생태계 조성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야 한다는 각 부처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수전해 시설 R&D와 액화수소 유통 분야에 관한 프로젝트를 적극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도 “그동안의 R&D는 활용에 집중되다 보니, 생산 및 저장과의 기술 성숙도 차이가 큰 상황”이라며 “각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R&D 분야 전략을 수립해놨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에 따르면 범부처 수소개발사업들에 대한 예비타당성 기획보고서가 지난 8월 나와, 현재 기술성 평가 단계에 있다. 정부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 선택한 곳으로 예산이 곧 흘러간다는 얘기다. 결국은 투입 예산 대비 실효성의 문제다.

양 본부장은 지금의 상황을 두고 이렇게 조언했다. “R&D는 예산만 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걸 통해서 인력이 양성돼야 하고 기업은 성장해야 한다. 정부 수소 로드맵 발표전, 관련 대학의 연구 자금 지원은 거의 없었고 이는 현재의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학·연 협력을 꼭 활성화 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R&D와 함께 기업을 위한 장기보급계획 등의 여건도 만들어 줘야한다”라며 “그렇지 않고 R&D만 하라고 하면 거기에 그칠 우려가 있다.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센터를 구축해 기술을 확실히 평가하고, 검증되면 꾸준히 시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용구 기자  cyg34@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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