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평순,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진 지음

‘인류세: 인간의 시대’ 표지

[환경일보] “2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가 46억 년을 버텨온 지구를 파괴했다.”

콘크리트, 플라스틱, 치킨,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멸종, 그리고 신종 전염병까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은 2000년에 열린 한 과학 회의에서 ‘인류세’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의 역사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한 새로운 지질학적 용어로, 20년이 지난 지금 ‘인류세’라는 단어는 과학계를 넘어 인문, 예술, 사회, 정치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이 시대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단어로 ‘인류세’를 꼽고 있다.

인류세는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된 한 생물종이 지배하는 시대로,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연간 수백억 마리가 도축되는 닭 뼈로 뒤덮이는 지구, 온실가스가 일으킨 지구온난화로 폭염, 태풍 등 기후 재난의 규모와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멸종사태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와중에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생물량이 전체 포유류와 조류의 97%를 차지한다.

너무나 강력해진 인간이 만든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 ‘인류세의 인간과 자연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남기게 될까’··· 이러한 질문들의 답을 찾아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2년여의 제작 기간 동안 전 세계 곳곳을 방문하고 에드워드 윌슨,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석학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10개국 현지 촬영 끝에 3부작 다큐멘터리 <인류세>가 탄생했다.

신간 ‘인류세: 인간의 시대’(해나무)는 <인류세> 제작진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를 다니며 목격한 생생한 현장의 기록, 분량상 담지 못했던 과학적인 내용, 촬영의 뒷이야기, 그리고 인류세 현장과 인간의 미래를 마주하면서 느낀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덴마크 닐스보어 연구소의 냉동고의 빙하코어를 비롯해 인도 마무물루 동굴의 석순, 영국 닭 뼈를 연구하는 지질학자, 멸종위기 동물을 보존하는 냉동방주, 말레이시아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걱정하는 연구자들, 하와이에서 발견된 인류세가 낳은 새로운 암석, 캘리포니아 플라스틱 연구 과학자, 샌프란시스코 해양 플라스틱을 고민하는 청년, 인류세 축소판 인도네시아 붕인섬, 그리고 명백한 인류세 현장인 대한민국까지, 제작진의 심층 탐사·기록은 인류세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과학자들부터 다음 세대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한목소리로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금. 우린 정말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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