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제약에 온실가스 배출 줄어···기후위기 ‘실낱 희망’
‘기후기술·그린 비즈니스’ 카드, 해법은 데이터 그리고 행동

'기후기술'과 '그린 비즈니스'가 포스트 코로나 까지를 아우른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사진출처=경기도>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코로나19는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렸지만 가져온 긍정적 신호도 있었다. ‘하늘이 깨끗해졌다’ 라는 거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평균 8.3%가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경제적 제약과 불편을 감수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그리고 관건은 이 교훈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다.  

기후기술이 접목된 그린 IT, ‘자연·사회·경제의 건전성을 모두 높인다’는 취지의 그린 비즈니스가 앞으로의 대안이 될거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28일 열린 온라인 국회기후변화포럼에서 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어봤다.

거리두기로 이산화탄소 발생 실제 줄어 

최근 한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끌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서 도심 속 배출이 차지하는 정도를 국내 연구진이 수치적으로 규명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확연한 변화도 확인됐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서울 도심인 남산타워와 용산 두 곳에 관측망을 설치해 서울시 전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비교했다. 그 결과 도심에선 약 5.2%(코로나19 확산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다. 사회적 거리두기 첫 시행(3/22~4/19) 기간 이 수치는 3.6%로 떨어졌고, 보다 강화된 2.5단계 시행(9/1~9/13) 때는 약 2.7%까지 낮아졌다. 일상의 제약들이 실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산화탄소는 미세먼지와는 달리 농도가 높아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장기간 체류하는 특징으로 인해 그만큼 줄이기 힘들다. 정 교수는 “비록 서울시에 한정된 결과이나, 작은 기여들이 모이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럼에도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안타깝게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는 일시적일 수 있으며, 근원적 전환 없이는 다시 급증할 거라는 반응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앞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내년엔 약 3.5% 증가할 거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리바운드(Rebound) 효과’다.

이는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은 줄었으나, 회복 후 배출량이 치솟았던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억제 조치로 비디오 스트리밍, 화상 회의, 온라인 게임 등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데이터 사용에 따른 에너지 소모 역시 늘어날 거란 우려도 함께 작용한다. 앞으로의 대안으로 ‘그린 IT’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9월28일 국회기후변화포럼 '기후기술과 그린 비즈니스의 과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사진출처=국회기후변화포럼>

‘정보기술 제공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친환경화하고,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 개념은 사실 새롭지 않다. 

정부는 지난 2019년 5월 발표한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부터 같은 해 12월 ‘제5차 국가환경종합계획’까지 이미 수차례 그린 IT를 강조해왔다. Facebook과 Amazon, 국내 네이버 등 유수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이를 적용 중이다.

관건은 기후기술과 그린 IT의 시너지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IT인프라 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프라 설비는 커지고, 소요되는 전기요금 또한 많아진다. 설비에서 발생되는 열을 낮춰줄 냉방 효율도 중요하다. 자연을 활용해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소모할 방법을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여기에 ‘기후기술’이 접목된다. 친환경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면서, ICT와 연계 잠재력이 있는 녹색기술을 찾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다소 복합적인 얘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데이터’다. 

그러나 관련 정보들이 아직 산발적이고 분절화돼 있다는 점은 국내의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힌다. 

이산화탄소 측정망 <사진제공=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김형주 녹색기술센터 선임부장은 “흩어져 있는 다양한 기후 및 에너지 정보들을 연계하고 집적하는 활동이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정수종 교수도 “온실가스에 관한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국가 단위의 지상관측망이나 위성관측망 등 추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환경과 경제는 늘 상충됐다. 과거에 비해 그 정도가 희석됐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환경은 경제문제의 대척점에 있다고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사회 곳곳이 위축된 현재, ‘미래의 환경을 위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중들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그린 비즈니스로서 풀어야 할 과제다.

정유업계는 그 영역 가운데 하나다. 플라스틱의 원료를 만들어 내는 기업으로서 자원순환이 절실한 지금에 느껴야 할 사회적 책임은 막중하다. 근본적으로 발생을 줄여야 하지만, ‘대체 불가’ 하다는 특징으로 인해 사용과 생산을 줄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택배와 위생용품 등의 수요도 늘고 있다.

이에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초점은 ‘재활용’으로 맞춰지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물리적 또는 화학적으로 처리해 제조 원료로 다시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심에는 ‘열분해 기술’이 있다. 

그린 비즈니스로의 ‘전환’

SK종합화학은 여기에 적극적이다. 현재 울산에 준비 중인 시설은 플라스틱을 열분해시켜 ‘열분해유’가 나오면, 이를 후처리공정에서 정제한다. 이어 다시 석유화학 공정의 원료로 투입되도록 하는 체계다. 내년 초에 파일럿 단위로 가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기술이 완성도를 높인다 하더라도, 사업이 활기를 띄기에는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 철저한 수거·선별과 열분해유의 수요처 마련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이종혁 SK종합화학 경영기획실 팀장은 “플라스틱의 수거와 선별부터 재활용 이후의 수요처 확장까지 아우르는 정부 정책과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라면서 “열분해유라는 개념을 현행법상에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의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수단으로 '열분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관광업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량 대비 여행 이동에서의 배출 비중은 3.7%였다. 2016년에는 5%까지 상승했다. 또 오는 2030에는 5.3%까지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다.

숙박업소와 여행사, 관광지 등 관련된 각 부분에서의 지속가능성 확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실제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해외 온라인 여행사로 잘 알려진 Bookdifferent.com이나 Booking.com, Agoda는 하루 숙박당 어느 정도의 탄소발자국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친환경을 고려한 여행 일정을 세울 수 있다. 아울러 온라인 여행사들은 국제 표준을 도입, 친환경 인증을 받은 호텔을 검색 상위에 배치하는 홍보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분야에 뒤처진 국내 관광업계에는 모두가 앞으로의 과제다. 강미희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장은 “여행사들의 이러한 변화 흐름에 더해, 숙박시설 자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가기 위한 솔루션을 배울 수 있는 웹사이트 등 정보 창구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는 국내 모텔이나 펜션 등 소규모 숙박업계에는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교통 부분의 변화도 눈에 띈다. 특히 ‘자전거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이 오히려 호재가 된 분야다. 대중교통 이용을 꺼려 개인 이동과 레저 목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지난 이동제한조치 해지(5/11) 이후 자전거 판매율에 확연한 변화를 띠고 있다. 현지 스포츠 전문 업체 Intersport의 매출 보고에 따르면, 해지 후 하루 판매량이 약 4000대 이상 껑충 뛰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5배 증가한 수치다. 프랑스 스포츠·자전거 산업 연맹(Union Sport & Cycle)도 5월 마지막 3주 동안의 판매량이 작년보다 114% 증가했다고 밝혔다.

확진자 수가 일평균 4000명 이상(2020년 8월 기준)에 육박하고 있는 페루도 마찬가진다. 현지 통계조사기관 VERITRADE는 5월부터 자전거 수입이 급증, 총 47만 달러의 수입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가세는 이어져 지난 7월까지만 160만 달러 규모로 확대된 상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전용도로 확대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구매 및 수리 보조금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펴는 중이다. 무엇보다 파리와 수도권 곳곳을 잇는 총길이 650㎞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 특급 노선’이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또 페루 수도 리마에는 총 301㎞의 자전거 도로가 단계별로 추진되고 있다.

되돌릴 수 있을 때 바꿔야

그린뉴딜 정책으로 전기와 수소차의 확대 보급을 공식화한 국내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일방적 공급에만 치우치치 말고, 수요의 측면을 면밀히 살펴야 할 때란 설명이다. 그 중심엔 ‘생태교통’이 있다. 무탄소 교통수단의 확대를 전제로 한다. 

포스트 코로나에는 생태교통 수단의 수요 확대를 고려해 도로마다 모든 교통수단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갈거란 전망이다. <사진=최용구 기자>

박상준 한국교통연구원 기후변화·지속가능교통연구팀 팀장은 “생태교통 수단의 수요 확대를 고려해 도시계획상에 정책적 반영이 필요하다”라면서 “자전거나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제도 정립과 전용도로 확대를 통해, 앞으로는 도로에 모든 교통수단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 가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 온 바이러스는 일상에는 제약을 줬지만, 그 때문에 하늘은 맑아졌다. 다만 어디까지나 작은 가능성을 봤을 뿐 이대로 하면 된다는 해법이 아니다. ‘기후기술’과 ‘그린 비즈니스’가 앞으로의 대안으로서 효력을 낼 수 있을 조건은 ‘다시 되돌리고 준비할 시간이 있을 때’라는 거다.

OECD는 보고서(Biodiversity: Finance and the Economic and Business Case for Action)에서 지구 평균 온도가 2℃ 올라가면 99%의 산호초가 사라질 것이라 내다봤다. 가디언지(The quardian)도 보고서(Thermal bottlenecks in the life cycle define climate vulnerability of fish)를 통해 수온이 1.5℃만 상승해도 2100년까지 물고기의 10%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위기는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구자호 연세대학교 교수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도 행동패턴으로 어떻게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현재 드러나고 있는 데이터와 신호들에 더욱 다급함을 가져야 한다. 되돌릴 수 있을 때 바뀌어야 한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현 시대의 대안으로 나온 기후기술과 그린 비즈니스가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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