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기’·‘대중교통 기피’···교통계에 불어온 변화의 시그널
전문가들이 말한 ‘기후변화 대응 위한 교통정책의 전략과 과제’

향후 교통정책은 기능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도로와 교통수단의 역할이 단순 신속한 이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한둘이 아니다. 그치만 웃은 분야도 있다. ‘자전거 시장’의 얘기다. 대중교통 이용을 꺼린 소비자들이 개인 이동과 레저 목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이동제한조치 해지(5/11) 후 하루 판매량이 약 4000대 이상 껑충 뛰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5배 증가한 수치다. 프랑스 스포츠·자전거 산업 연맹(Union Sport & Cycle)은 5월 마지막 3주 동안의 판매량이 작년 대비 114% 증가했다고 밝혔다.

확진자 수가 일 평균 4000명 이상(2020. 8월 기준)에 육박하고 있는 페루도 마찬가진다. 현지 통계조사기관 VERITRADE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자전거 수입이 급증, 총 47만 달러의 수입 규모를 기록했다. 증가세는 이어져 7월까지만 160만 달러 규모로 확대된 상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전거 업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 증가 상위 10개 업종 가운데 최고다. ‘공유자전거’ 이용도 늘어, 서울시 따릉이의 경우 올해 1~7월 월별 대여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최고 69% 증가했다.

교통수단에 대한 인식 또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 이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네덜란드 교통정책연구소(Netherlands Institute for Transport Policy Analysis)가 현지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말부터 7월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41%는 자동차를 이용했으며 37%는 자전거를, 5%는 스쿠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걷는다’는 반응도 17%를 차지했다. 

눈여겨 볼 점은 코로나19 후에도 현재의 자전거 이용자들 중 52%는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교통정책연구소는 “약 반년 이상 이어진 코로나 시대로 사람들의 통행 패턴은 크게 변해,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라며 “교통정책이 승용차의 수단 분담율을 낮추고, 대중교통 및 공유수단의 활성화를 목표로 해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존 정책의 실효성에 부정적 의문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이 같은 변화가 국내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앞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된 ‘환경분야 최상위 계획’인 제5차 국가환경종합계획(2020-2040)은 환경오염배출 전망 분석과 ▷생태환경 ▷생활환경 ▷기후변화 등 공간환경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토대로 한 공간환경 전략 마련을 기본 성격으로 한다. 환경오염과 생태 그리고 인간의 생활을 모두 고려한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맞춰 국내 교통분야에도 더욱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9월25일 진행된 2020 한국환경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교통정책의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한 특별세션에서 김정곤 서울주택도시공사 단장은 “우리가 사는 도시구조는 너무 승용차 중심”이라면서 “늘어나는 자전거와 개인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의 수요를 고려해, 도로교통수단 관련 시설도 이제는 ‘그린인프라화’한 큰 울타리 안에서 가야한다”고 당부했다.

박창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현재와 앞으로를 대비하는 데 있어, 도로와 교통수단의 가치도 변해야 한다”라면서 “기존 A에서 B로 얼마나 신속히 움직이냐에 대한 기능적 관점서 벗어나, 주민 공공성과 쉼터로서의 역할이 강조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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