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행동지침은 ‘매각’, 현장에선 화재 우려에 ‘매몰’

[환경일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야생멧돼지의 사체 처리가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작성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SOP)‘에 따른 ‘소각지침’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현장 매몰 지시로 지자체가 혼선을 빚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이 7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와 직접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10월3일 야생멧돼지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총 751건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751건 모두 매몰 처리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야생멧돼지 사체 처리를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작성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SOP)’에 근거해 대응하고 있다. ‘SOP’에 따라 현재는 ‘심각단계’로 야생멧돼지 사체는 소각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발견 장소에 사체를 매몰하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는데, 이는 ‘관심 및 주의단계’에 해당한다.

환경부가 자신들이 작성한 ‘SOP’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에 현장 매몰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환경부가 산불을 우려해 소각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환경부가 작성한 ‘SOP’는 해외사례에 근거했을 뿐, 야생멧돼지가 발견되는 지역은 대부분 산지라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야생멧돼지 사체 매몰은 ‘야생생물법 시행규칙’에 따라서 하천, 수원지, 도로와 30m 이상 떨어진 곳, 또는 유실, 붕괴 등의 우려가 없는 평탄한 곳에 매몰해야 하지만, 일부 사체는 인삼밭 인근에서 발견돼 그대로 묻혀 관리되거나 도로 변에도 매몰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289건이 발견된 화천군은 환경과 공무원 1명이 289곳 매몰지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매몰이 어려워 쓰레기 소각장에서 사체를 소각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환경부의 ‘SOP’에 따른 ‘삼각단계’에는 소각 처리해야 하지만, 산불 우려로 매몰 방식이 고수돼, 지자체 공무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2020년 9월28일 현재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289건이 발견된 화천군은 환경과 공무원 1명이 289곳 매몰지를 관리하고 있으며, 여기에 신고접수, 국립환경과학원 보고, 울타리 설치 및 관리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는 일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국가방역업무”라며 “환경부가 만든 ‘SOP’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규정을 개정하고, 일선에서 일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피로도를 덜기 위해 대응인력을 늘리는 등 환경부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하지만, 소각시설을 현장에 가져가지 못해 매몰하고 있으며, 산불 우려도 있다”며 “하천 근방에는 매몰해서는 안 된다. 현장을 점검해서 발견되면 이전 매몰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하천변 매몰은 유실이 우려되는 18곳을 소멸 처리했다”며 “ASF 확산을 막는 과정에서 외국의 SOP를 도입해서 1년간 적용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야생멧돼지 사체가 대부분 산지에서 발견되는데, 소각설비를 가져가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렇다고 맷돼지 사체를 소각시설이 있는 곳으로 옮기면 전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매몰 처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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