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질병이 깨어나고, 현존하는 질병이 장소 옮기며 진화해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2050 거주불능 지구 도서와 코로나19 예방물품 <사진=박재영 학생 기자>

[그린기자단=환경일보] 박재영 학생 =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대유행. 이와 함께 대두되는 환경 문제. 이들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쳐올 12가지(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집어삼키는 바다, 치솟는 산불, ‘날씨’가 되어버릴 재난들,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마실 수 없는 공기, 질병의 전파, 무너지는 경제, 기후 분쟁, 시스템의 붕괴)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에 대해 다룬 ‘2050 거주불능 지구(The Uninhabitable Earth)’를 통해 알아보자.

빙하가 녹아 인류 역사 이전의 질병이 퍼져

얼음은 일종의 기후 장부 역할을 한다. 얼음은 냉동된 역사이기도 하며, 그중 일부는 얼음이 녹아내리면 현재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북극의 빙하에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공기 중에 퍼진 적 없는 질병이 갇혀있다. 인류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질병이 대부분이다.

인류 역사 이전 질병이 얼음 밖으로 나오면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팬데믹으로 이어질 것이다. 북극에는 비교적 최근에 활약했던 질병 역시 저장돼 있다. 예컨대 알래스카에는 1918년에 5억 명을 감염시키고 500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독감 바이러스의 자취가 발견됐다.

50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당시 세계 인구의 약 3퍼센트이자 1차 세계대전 전사자 수의 6배에 달하는 수치로 독감이 세계대전에서 소름 끼치는 절정 역할을 한 셈이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얼음에 갇혀 있지 않았더라면 인류 역사의 일부가 됐을 다른 수많은 질병 역시 갇혀 있다고 추측한다. 질병 역사의 축소판이 북극의 태양 아래 곤죽처럼 놓여 있는 것이다.

질병 옮기는 매개체 발생 범위 늘어나며 전염병의 세계화

전염병학자들이 먼 옛날의 질병이 깨어나는 것보다 더 염려하는 상황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현존하는 질병이 장소를 옮기고 관계망을 바꾸며 심지어 진화를 거듭하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지구촌 손에서 급속한 속도로 뒤엉켜 살아가고 있음에도 생태계는 대부분 안정된 편이며 덕분에 우리는 특정한 질병이 주로 어떤 환경에서 퍼지고 또 퍼지지 않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그처럼 안정된 생태 환경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지금으로서는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질병이 모두 일정 경계 내에서 발병하지만 열대 지방의 범위가 10년에 48km로 확대되면서 경계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황열병 발생 범위가 하이마고구스(Haemagogus) 및 사베테스(Sabethes) 속(屬) 모기가 번성하는 아마존 분지 지역으로 몇 세대에 걸쳐 한정됐다.

그러나 2016년부터 모기가 밀림을 벗어나 산개하기 시작하면서 황열병의 발생 범위 역시 아마존 분지를 벗어났다. 결국 2017년에는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거대도시 주변까지 확장됐다. 대다수가 판자촌에 살고 있는 3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치사율이 3~8%에 이르는 전염병을 마주하게 됐다.

지구가 뜨거워짐에 따라 점점 더 널리 이동하는 모기들이 퍼뜨리게 될 질병은 황열병 말고도 많을 것이다. 전염병의 세계화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세계은행에서는 2030년이면 36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말라리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리라 예측한다. 그중 10억 명은 순전히 기온 상응 때문에 말라리아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21세기가 지나가는 동안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은 전염병의 그늘 아래 놓일 것이다

기후변화, 우호적 공생하던 박테리아를 병균으로 돌변 원인이 되기도

기후변화는 우리가 난생처음 마주하는 질병, 다시 말해 아예 존재 자체를 몰라서 걱정조차 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질병 역시 불러일으킬 것이다.

‘새로운 차원’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100만 종 이상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그보다도 발견하기가 까다로운 박테리아에 대해서는 이해가 훨씬 부족한 상태다.

우리 몸속에 사는 박테리아 역시 지금은 평화롭게 공존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인간의 몸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중 99% 이상은 아직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인간은 기후변화가 몸 속 내장 안에 있는 박테리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실상 모르는 채로 작동하고 있다. 음식을 소화하는 일부터 불안을 조절하는 일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현재 인류가 의존하는 온갖 박테리아 중 기온 상승에 의해 재구성되거나 감소하거나 완전히 박멸될 박테리아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물론 현재로서는 인간의 몸을 집으로 삼는 박테리아는 인간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토착종 큰코영양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2015년 5월, 큰코영양의 전체 개체 수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불과 며칠 사이에 떼죽음을 당했다.

넓이가 플로리다만 한 지역에서 큰코영양이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조리 사망해 수십만 구에 달하는 사체가 해당 지역을 뒤덮었다. 이와 같은 떼죽음을 가리켜 ‘대량 사망(mega-death)’이라고 하는데 이번 사태의 범인은 파스테우렐라 물토키다(Pasteurella multocida)라는 평범한 박테리아로 드러났다.

큰코영양의 편도선에 기생하고 있던 파스테우렐라균은 여러 세대에 걸쳐 숙주에게 어떤 식으로도 해를 입힌 전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급격히 확산하기 시작해 혈류를 타고 간, 신장, 비장까지 이동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애틀랜틱(The Atlantic)’에서 에드 용(Ed Yong)은 이렇게 설명한다. “2015년 5월에 큰코영양이 떼죽음을 당한 지역에서는 기온과 습도가 극도로 높았다. 사실 습도는 1948년에 기록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로 높았다. 1981년과 1988년에 발생한 두 차례의 떼죽음에서도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동일한 양상이 나타났다. 온도가 너무 뜨거워지고 공기가 너무 축축해지면 큰코영양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방아쇠라면 파스테우렐라균이 총알과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습도가 정확히 어떤 원리로 파스테우렐라균은 무기화하는지 이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인간 같은 포유류의 몸 속에 서식하는 온갖 박테리아(오직 1%만 파악했으며 우려스럽게도 나머지 99%는 아무런 지식도 이해도 없이 몸에 지니고만 있는 박테리아) 가운데 얼마나 되는 박테리아가 기후변화에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해 수백만 년에 이를 수 있는 우호적인 공생 관계를 끝내고 병균으로 돌변할지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은 아니다. 기후변화가 닥치면 답을 어느 정도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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