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10년 동안 연초박 2242톤 유통, 14명 암으로 사망

[환경일보] 익산 장점마을에서 주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초박 비료 제조과정에서 KT&G가 연초박 판매 금액과 절감한 폐기비용이 최대 6억2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 제조 후 남은 찌꺼기인 연초박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의 주원인으로 밝혀진 바 있다.

7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철민 의원은 “KT&G는 2018년 연초박의 발암 위험성을 인지한 후에도 1년 더 이를 유통시켜 7960만원의 수익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KT&G는 2019년 기준 한해 매출액 4조 9657억원을 올린 대기업이다.

장철민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한국환경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초박의 유일한 생산자인 KT&G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에 유통한 연초박은 약 5367톤이다. 이 중 2242톤이 장점마을 인근 금강농산으로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에 따르면 연초박은 ㎏당 평균 10원에 금강농산에 판매됐다. 판매비용과 ‘식물성 잔재물 소각처리 단가’에 따른 절감 폐기 비용을 합산하면 KT&G가 얻은 수익은 약 6억2700만원에 불과하다.

2019년 연초박 반입 현황을 보면 지역별로는 강원도에 210.74톤, 경상북도에 73.78톤이 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들은 KT&G로부터 지속적으로 연초박을 반입하여 퇴비를 생산해온 곳으로, 2019년 역시 예년과 동일하게 재활용돼 퇴비 생산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KT&G는 2020년부터는 1220.25톤 전량을 폐기물처리 전문업체에서 소각하고 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이 장점마을 사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제공=공동취재단>

환경부, 뒤늦게 역학적 관련성 인정

연초박은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집단적 암 발병 원인물질이다.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금강농산의 비료공장 설립 이후 2017년 12월31일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으로 고통 받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2017년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며 연초박 비료공장을 집단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환경부는 2018년 7월 연초박 발암물질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건강영향평가 중간보고를 받고도, 2019년 11월에서야 공식적으로 공장 배출 오염물질과 주민 발암 간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했다.

게다가 농촌진흥청은 올해 9월에서야 연초박을 비료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그 사이에도 연초박은 계속 비료 원료로 유통됐다.

장 의원은 “환경부과 농촌진흥청의 방관 속에서 2019년에도 연초박은 여전히 비료의 원료로 사용됐고, KT&G는 제도의 허점을 통해 대략 7680만원의 소각비용을 절감하고, 280만원의 판매 이익을 올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초박은 그 특성상 고온 환경에 놓이면 발암물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련 논문에는 60℃에 보관된 연초박에서 발생한 TSNA의 농도가 10℃에 보관된 경우보다 월등히 높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돼 있다.

단순 퇴비 제작 과정에서도 축산분뇨‧톱밥 등과 함께 부숙‧발효하는 공정이 있어 연초박은 70~80℃로 상승하게 되고, 특히 2019년에 가장 많은 210톤의 연초박이 반입된 A사의 경우 퇴비 제작 공정 중 80℃ 이상의 고온을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어 연초박에서 발암물질이 배출될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다.

장 의원은 “거대기업이 새발의 피인 폐기물 처리비용을 아끼느라 최소 14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익산시 뿐 아니라 전라북도와 환경부 그리고 농촌진흥청에도 책임이 있다”며 “장점마을 외에도 연초박이 유통된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 피해 발생 여부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환경부는 신종 위험물질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정비해 다가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 역시 “KT&G 홍보팀이 법적인 기준을 갖춘 비료 공장에 연초박을 매각했고 금강농산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않다고 발뺌을 했지만 KT&G가 상온에서도 나오는 연초박 발암물질의 위험성까지도 판매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KT&G는 잠정마을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잠재적 가해자로써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 의원은 “환경부가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의 NNN,NNK 물질을 특정대기오염물질로 신규등록해 관리해야 한다”며 “KT&G가 연초박을 제공한 처리업체가 전북, 경북, 충남, 강원, 충북, 전남 등에 산재된 만큼 업체의 소재지는 물론 인근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연초박의 모든 이동 경로를 따라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금강농산의 비료공장 설립 이후 2017년 12월31일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으로 고통 받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사진=환경일보DB>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KT&G 백복인 사장은 성의 없는 답변으로 빈축을 샀다. 장철민 의원은 담배에 포함된 위험물질인 TSNA에 대해 물었지만 백 사장은 “기술직이 아니라서 모른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장 의원은 “정말 많은 생명이 희생됐고, 앞으로도 줄줄이 소송이 예고된 상황에서 사장이 보고조차 받지 않았다, 몰랐다, 이렇게 나오면 장점마을 사태는 누가 책임지는가? 사장 자격이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한 장 의원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도 지키려면 KT&G가 TSNA에 대해 어떤 연구를 했는지 자료를 소상하게 공개해야 한다. 약속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백 사장은 “가능한 여건 하에서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형식적인 답변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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