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적발로 입찰자격 잃은 업체, 이름만 바꿔서 용역 수주

[환경일보] 끊이지 않는 비위로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기상청이 올해도 ‘관피아’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기상청의 용역 수주 과정에서 담합으로 입찰자격을 잃은 업체가 이름만 다른 법인으로 바꿔서 용역을 수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감사원 감사까지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기상청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관피아 근절 지긋지긋하다”며 기상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임이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진관측장비 유지보수 용역을 맡아왔던 H업체는 용역 수주 과정에서 담합을 벌이다 공정위에 적발됐고 이에 입찰 자격을 상실했다.

공정위에 담합이 적발됐음에도 H업체는 입찰자격 상실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입찰에 참여했고, 이에 대해 기상청은 “법인명이 다르고 대표가 다르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수수방관했다.

국정감사에 질의에 답변하는 김종석 기상청장 <사진제공=공동취재단>

그런데 2020년 용역을 수주한 S업체와 H업체는 직원 27명 중 17명이 겸직을 하고 있다. H업체 대표는 S업체 기술이사로 옮겨갔고, S업체 부장은 H업체 대표로 옮겨갔다.

게다가 H업체와 S업체는 같은 이름의 담당자가 직원모집 공고를 냈다. 특히 공정위 담합이 적발된 H업체는 앞으로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없음에도 직원을 모집한 것이다.

임이자 의원은 “H업체 직원 대부분이 지질자원연구원 출신이다. 그런데도 기상청은 관련 업체가 한 곳뿐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찾아보니 관련 업체가 50개가 넘었다”며 “이게 관피아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의원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텐데 법인 이름만 바꿔서 용역을 수주하는 게 말이 되는가. 국가가 이렇게 무능해서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역시 “현행 국가계약법의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서 부정당 지정 업체가 용역을 계속해서 수주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다른 회사로 넘기는 방식으로 공정 계약을 어지럽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봐도 부적절한 계약 체결에 대해 기상청은 법령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기상청의 무책임함을 질타했다.

이어 “형식적으로 다른 회사이지만, 실질적으로 같은 회사일 경우 부정당 업체와의 불공정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정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국가계약법의 허점도 보완해야 한다”며 “기상청도 이번 사건을 기상관련 장비 및 용역 계약의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석 기상청장은 “조달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법상에서 기상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어떤 방법이 있는지 찾아서 보고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질의 말미 송옥주 환경노동위원장 역시 “정치인들과 국민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예보 정확도뿐만 아니라 관피아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 파악을 하고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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