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 업체 모(母)기업 주식 대량 보유, 배우자는 10억 넘게 보유
공직자윤리위, “종속기업까지 파악하기 어렵다” 해괴한 논리로 승인

[환경일보] 대표적인 인허가 기관인 식약처를 이끌고 있는 이의경 처장이 직무관련 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처장의 배우자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20만주 넘게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10월12일 종가로 계산해보면 10억원이 넘는 규모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관보에 등록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처장과 배우자는 A기업 주식을 각각 6400주, 21만9136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강선우 의원은 “식약처는 맡은 업무의 중요성만큼 다른 어떤 기관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A기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자회사들이었다. 자회사 B기업은 음압병동 관련 기업이고, 자회사 C기업은 마스크 소재 제조업체다. 이 처장이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성이 아주 높은 기업들이다.

이 처장은 취임 당시에도 A주식 때문에 논란이 있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자회사 B기업과 C기업 때문에 다시 논란이 있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종속기업까지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해괴한 논리로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강 의원은 식약처 직원 32명이 5억원이 넘는 직무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달 24일 배포했다. 대표적인 인허가 기관인 식약처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위를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식약처는 이튿날 훈령까지 개정하며 신속히 대응했다. 하지만 ‘꼼수’였다. ‘오타’가 있는 것도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서둘렀다.

식약처 공무원 행동강령 제12조의2 제2항을 보면, 부서를 이동한다는 뜻의 ‘전보’를 ‘정보’로 표기했다. 명백한 오타다.

내용도 미흡했다. 직원들의 자진 신고에 의존하는 내용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인허가를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에 한해서만 감사를 진행한다는 내용도 역시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만, 인허가 담당 부서 직원은 다른 부서로 이동하더라도 6개월간 금융투자상품 매매를 제한한다는 내용만 추가됐을 뿐이다.

식약처 공무원 행동강령 제12조의2 1~3항 <자료제공=강선우 의원실>

강 의원은 “식약처는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려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9월24일과 25일 이틀간 보도자료를 무려 13개나 배포했다”며 “평소 2~3개씩 배포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불리한 기사를 밀어내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대표적인 인허가 기관이다. 인허가 여부에 따라 특정 기업의 존폐가 결정될 수도 있을 만큼의 큰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98년 식약청으로 분리된 이후 20년 동안 식약처 직원들은 자유롭게 직무 관련 주식거래가 가능했다. 금융투자상품 거래 내부 감사는 지금껏 단 한 차례만 시행됐고, 그마저도 자진 신고된 내역만 살펴봤을 뿐이다.

강 의원은 “식약처는 맡은 업무의 중요성만큼 다른 어떤 기관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 신속히 실행하기 바라며, 무엇보다 청장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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