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실로 식중독유발 의혹
-필터청소 등 버리는 물 다량
-업체, 교육청 ‘책임없다’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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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가 여전히 세균의 온상이 되고 있다.
최근 일반음식점 정수기물이 수질기준에 미달된다는 대전 식약청 발표에 이어 광주에서는 시내 학교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4대당 1대꼴로 기준치 이상의 일반세균이 검출되는 등 여전히 정수기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일부 학교에서는 교내에 설치된 정수기를 없애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반발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로 정수기 필터를 거친 물이 오히려 시내 상수도보다 수질이 저급하게 나온데다 임대한 정수기일수록 위생상태가 더욱 엉망으로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이준섭 담당자는 “정수기검사만 하고 지나쳤던 과거와는 달리 올해부터는 분기마다 검사한 결과를 직접 보고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엄격하게 정수기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지만 정작 정수기를 점검하는 웅진코웨이측은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사용하는데다 물탱크에 이물질을 빠뜨리는 등의 장난으로 인해 물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만큼 한달에 한번 점검하는 것도 안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학교의 예산부족은 정수기 관리부실로 이어지고 있으며 안전성검증이 채 안된 물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가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정수기가 오히려 병을 주는 정수기로 전락하기 전에 철저한 정수기 관리가 촉구된다.


제기능 잃은 정수기
차라리 수돗물을 마시겠다!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만들어진 정수기. 말 그대로 물을 걸러주는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오히려 정수기에서 걸러진 물이 더 저급한 상황에 이르렀다.
물속의 일반세균에는 다양한 세균이 존재해 인체내에서 직접 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적정한 조건이 되면 식중독균등이 다량 증식되어 인체의 내장에서 소화를 돕는 미생물과 경쟁해 장내 미생물 균총을 변화시켜 배탈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만큼 특히 여름철 물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식중독 주의보
그 진앙지는 바로 ‘식수’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청 대전지방식약청은 하절기 식중독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대전, 천안, 공주지역의 갈비집, 횟집 등 일반음식점 54개 업소에서 냉·온수기를 이용해 제공되는 접객용 음용수를 수거·검사한 결과, 26개업소의 음용수에서 일반세균이 다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결과 음용수에서 대장균, 살모넬라균등 식중독균은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위생상 청결여부의 지표가 되는 일반세균이 ml당 최고 1만7300개까지 검출됐다.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등에 관한 기준에는 100개이하/ml로 정해져 있다.
대전지방식약청 관계자는 “다량의 세균이 검출된 것은 접객업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냉·온수기 등을 정기적으로 살균·소독하지 않거나 위생관념의 부족으로 세균에 오염된 행주 등을 사용해 세척하는 등 비위생적으로 취급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며 “앞으로 업소에 대한 냉·온정수기등 기기와 노즐의 세척·살균방법 및 종업원의 개인위생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토록하고 앞으로 다중 이용시설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대하여 연중 지속적인 수거·검사와 더불어 감시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3월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가정집 정수기 수질안전성평가를 위해 48개 가구의 정수기를 대상으로 일반 수돗물과 정수된 물에 대해 47개 수질기준 항목에 대한 측정 결과, 수돗물은 대부분이 기준치를 만족했으나, 정수된 물 중 68.8%가 기준 치를 초과해 수질기준 부적합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난달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초중고교 250개 학교의 급식소와 복도 등에 설치된 정수기와 냉·온수기 405대를 대상으로 수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73개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100대의 정수기와 냉·온수기에서 일반 세균이 기준치(1cc당 100) 이상 검출됐다. 특히 일반 세균 검출량이 기준치를 10배 이상 초과한 학교가 14개교나 됐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수기를 폐쇄 조치하는 한편 해당 학교장에 대해 경고 조치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인 가운데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정수기를 사용했었지만 오히려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바로 정수기를 없애고 수돗물을 음용하고 있으며 요즘엔 학생들도 심각성을 느끼는지 아예 개인물통을 들고 다니며 집에서 싸온 물을 마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다 정수기에서 나온 물도 다시 걸러마셔야 할 상황이 오지 않을까하는 우려감마저 드는 실정이다.

필터 갈기가 두렵다
만만치 않은 필터교환비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것보다는 그나마 정수기를 사용하면 더 안전한 물을 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수기의 보급량 및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정수기의 관리를 제대로 할 각오를 가진 소비자가 아니라면 정수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정수기종합관리센터 관계자는 “각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필터교환주기가 짧지않고, 누수율이 적고, 냉온 정수기보다는 일반 정수기가 관리 및 고장율이 적다”고 말했다.
시판중인 정수기의 99%는 수돗물을 정수하도록 허가된 정수기인 만큼 노후된 상수도관과 관리가 부실한 물탱크를 거치면서 수돗물을 오염시킨 각종 오염물질과 염소 및 발암물질을 제거해서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깨끗하고 좋은 물로 되돌려 놓는게 정수기의 기본기능이지만 국내 정수기를 제조, 유통하기 위해서는 한국환경수도연구소, 화학시험연구원, 경희대부설 지구환경연구소 등에서 5개(냄새, 맛, 색도, 탁도, 일반세균)항목에 성능 시험을 통과만 하면 되는데다 이같은 시험방식은 활성탄여과 필터만 갖춘 정수기도 통과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시험이라는데서 허술한 정수기의 유통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정수기를 안전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필터의 교환, 물저장탱크 내부의 청결유지 등이 필수적”이며 “식약청 발표만 봐도 일반 가정집에서 검출된 세균의 수치가 이 정도라면 손님으로 들끓어 정신없는 식당 및 공공장소에서의 정수기 관리실태가 어느 정도일 지는 가늠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환경수도연구소 조사에서 수돗물만을 정수할 경우, 정수기가 어떤 것이든 정수된 물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밝혀진 만큼 정수기 값의 높고 낮음을 떠나 철저한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웅진코웨이의 경우, 멤버쉽 가입자나 렌털을 한 상황에 한해 무료 위생점검을 해주고 있다. 멤버쉽은 가정용, 업소용에 따라 즉 점검 빈도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한달에 만원 정도를 추가 지급하면 점검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정수기 업체에서는 7가지 항목(맛, 냄새, 색도, 탁도, 철, 알루미늄, 아연)이 제기능을 하는지 점검하는 반면 학교에서는 일반세균, 대장균군, 클로로포름 항목을 체크하게 되어있어 아예 학교 양호실에서 자체검사를 실시하는 학교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미생물 항목 체크는 시료채취나 분석방법적인 면에서 특별한 조취가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서비스하기 난해하다”고 전해 실질적으로 꼼꼼한 점검이 어렵다고 설명했다.청호나이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호나이스 본사 한동호 담당자는 “학교에 비치된 정수기의 경우 2개월에 한번씩 점검을 하며 학교에서 요청할 경우 방문하기도 한다”며 “오히려 자주 방문하면 학교에서 귀찮아하는 경향도 없잖다”고 전했다.
정수기 청소는 필터못지 않게 탱크 위생이 중요한만큼 최근 시판되는 정수기는 자체 순환으로 물이 고이지 않도록 설계된게 대부분이다. 탱크 청소시 버려지는 물이 많은 이유도 필터를 통과할 수 없는 물질을 필터밖으로 내보내기 위함인데, 이럴 경우 2차적인 문제, 즉 정수기에서 방출된 오염된 물이 다른 곳의 오염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웅진코웨이나 청호나이스 모두 국내 대표적인 정수기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수기 점검서비스는 무늬로만 남아있으며 학교측에서 비용을 들여 의뢰를 해야 간신히 점검을 해주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 김종래 의원도 지적했듯 정수기 관리능력이 부족한 일반학교가 여러 시선때문에 무조건 정수기를 설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무튼 여름철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과 맞물려 식수로 인한 이질발생 역시 끊이지 않는 상황인 만큼 보다 철저한 정수기 관리, 필터관리만이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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