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환경부 책임 회피,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속수무책

[환경일보] 올해 3월 환경정화를 마친 의정부 주한미군반환공여지인 캠프 시어즈 부지에서 온갖 유독화학물질, 중금속, 발암물질 등이 검출된 것과 마찬가지로, 강원도 춘천시의 캠프 페이지에서도 토양 부실정화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오염조사’에 관여한 국방부와 환경부는 이 역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도 춘천시의 캠프 페이지는 1951년부터 2005년까지 55년간 주한 미군이 주둔했었고, 2007년 국방부로 반환된 이후 2012년 국방부에서 춘천시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그 과정에서 국방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공여지 내 9만4347톤의 토양오염정화 작업을 마쳤는데, 정화 직후에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327㎎/㎏로 토양오염 우려기준 농도 50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강원도청 등 4개 광역지자체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로부터 “춘천시가 캠프 페이지 부지에 문화시민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확인한 뒤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이유를 물었고, 이에 최 지사는 “토양오염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민철 의원은 “주한미군 공여지 특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이 토양오염을 제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캠프 페이지 부지에서의)오염물질 발견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고 추가로 질문했으며, 이에 최 지사는 “캠프 페이지뿐만 아니라 원주 캠프 롱 등 강원도 군사기지들이 대부분 그런 상태다. 미군이 떠난 후에도 시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굉장히 오래됐고 비용처리도 안 되고 있어서, 국방부나 국가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라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주한미군 공여지 특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이 토양오염을 제거해야 한다. 환경부 장관은 환경보전법에 의해 여러 책무가 있다. 그렇다면 국방부에서 넘어올 때 다 정화를 하지 않고 넘어온 것 아니냐. 그러면 책임은 국방부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최 지사는 “책임이 명백히 국방부에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김 의원이 “국방부와 협상을 한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최 지사는 “(반환)받을 때는 몰랐는데, 사업을 하려니 문제가 발견됐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 부처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아직도 정화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부실하게 정화한 것은 국가예산 낭비다. 책임을 맡는 사람이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안보를 이유로 많은 것을 희생했던 지역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데, 지사님이 국방부와 환경부에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해주실 수 있느냐”며 “토양환경보전법에 보면, 정화 책임자를 알 수 없거나 토양 정화가 곤란하다고 인정된 경우에 지자체장이 정화를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지금의 경우는 환경부와 국방부의 책임이 명확한데 왜 지자체에서 돈을 들여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원이 “환경부가 ‘토양 오염만 제거한다’고 하고 그 아래 ‘암반에 묻어있는 것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최 지사는 “본인들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공유지법을 보면 국방부가 제거할 것에 ‘토양오염 등’이라고 돼 있다. 그러므로 국방부는 당연히 해야 한다. 환경부는 ‘암반’이라는 부분이 들어있지 않아서 안 하려고 하니까, 법률의 그 부분도 검토해서 개정안을 내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민철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미군기지 반환대상 80곳 중 58곳이 반환됐는데, 그중 29곳에서 인체에 위험한 TPH, BTEX, 납, 아연, 니켈, 구리에 카드뮴, 비소 등 온갖 유독화학물질, 중금속, 발암물질 등이 검출됐다.

반환된 주한미군 공여지 토양에서 오염물질이 정화가 안 된 채 다량으로 발견된 사건을 법률 규정에 따라 살펴보면, ‘환경오염조사’는 환경부와 국방부가 관여하고, ‘환경오염 정화’와 ‘검증’은 국방부가 책임져야 한다. 시‧도지사 역시 법률상 여러 가지 책임을 지고 있다.

김민철 의원은 “줄곧 토양환경보전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시도지사가 정화 책임자에게 오염된 토양의 정화를 명하거나 오염토양의 정화를 직접 할 수 있으므로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시도·지사가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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