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때 유실된 상당수 지뢰로 날마다 공포···철원 이길리 주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열어
“무책임한 국방부 허술 대응 마냥 못 봐”, 국제사회 권고 IMAS 도입 체계적 대응 촉구

철원군 이길리 마을주민 등 30여명은 21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집단 항의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여름철 집중 호우로 인한 접경지 부근 매설 지뢰의 상당수 유실로 일상 속 불안 등 정신적 피해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철원군 이길리 마을 주민들이 21일 정부에 집단 항의했다.

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녹색연합 및 (사)평화나눔회 회원 30여명은 이날 11시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의 중구난방식 대처로 인해 국민 안전권을 위협받고 있는데 대한 피해 호소와 함께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를 강력 촉구했다. 

발언에서 김종연 이길리 이장은 “날마다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국방부의 중구난방식 대처로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라며 “우리도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똑같은 국민이기에 더이상 방치시킬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에서 나서 지뢰제거전담기구를 만들고 체계적으로 관리해달라”고 피력했다.     

이번 호우로 인한 민통선 이북지역과 접경지 내 지뢰 유실로, 이들 지역에서 국방부가 8~9월 수거한 물량은 모두 259발에 이른다. 특히 이길리 마을의 경우 낮은 지대로 인해 침수도 잦아, 앞으로의 추가 지뢰 피해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방부가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면서도 정작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관련 자료 또한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불과해, 국방부 차원의 대응은 더이상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참석한 또다른 주민 최정례 씨는 “지뢰때문에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무서워서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지경”이라면서 “일상에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시골사람들에게는 무관심하다”고 정부를 원망했다.       

이 같은 국방부 차원의 단독 대응이 신뢰를 잃고 있는 데 대해 UN 권고의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이사장은 자리에서 “아직 지뢰 제거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이를 군이 맡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베트남 뿐”이라며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 통일부, 강원도 지자체가 공동 주체로 시급히 나서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차원의 대응 필요성에 관한 목소리는 추가로 이어졌다. 

정규석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현 상황에 대한 행안부의 무책임한 대응에도 비난의 날을 세웠다.  

현행 정부조직법 제34조에 따르면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비상대비, 민방위 및 방재에 관한 사무의 관장’을 행안부 역할로 명시하고 있다.

그는 이에 관해 “어떤 지역에서나 안전에 관한 문제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부처가 행안부다”라면서 “이길리에서 수많은 지뢰 사고가 났을 뿐만 아니라 최근 수해로 인한 지뢰 유실로 마을 전체가 ‘지뢰밭’이 되었음에도 어느 누구도 관심없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은 ▷정부는 국무총리실 또는 행정안전부 소속의 지뢰전담기구를 신설해 지뢰 문제를 해결할 것 ▷정부는 유실 지뢰 피해에 관한 법과 절차를 마련하고, 이길리 주민 피해에 대해 즉시 보상할 것 ▷정부는 국방부에게 전략적 필요가 사라진 지뢰지대 관련 정보 공개를 지시할 것 등 3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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