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맑은공기포럼, 감염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코로나 공기전파 가능성 받아들여야”

코로나 팬데믹인 현재 밀폐구역의 실내환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코로나19 확산은 야외활동을 줄이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 전반적인 사회 움직임을 감소시켰다. 덕분에 공기질은 나아졌다. 대기오염 실시간 공개시스템 에어코리아 분석에 따르면 지난 1~5월 국내 대기 중 이산화질소(NO₂) 농도는 최근 3년 동안의 같은 기간 평균보다 25.4%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 NO₂는 질소산화물로 미세먼지나 오존 생성의 주 요인이다. 중국도 이 기간 41.4% 낮아졌으며,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럽 각지도 마찬가지 양상을 띄었다. 

이 가운데 코로나 전파는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확진자수는 4060만명을 훌쩍 넘겼고, 사망자수도 110만명을 돌파한지 오래다. 수치는 연일 새롭게 갱신되고 있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낙관론만 펼수는 없다. 백신이 책임져 줄거란 기다림 이전에 당장의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공기전파 가능’ 곳곳서 나와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최근 “코로나가 밀접 접촉을 통해 주로 감염되지만 간혹 공기 중에서도 전파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공기전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밀폐된 실내활동이 많아진 현재를 감안하면 우려되는 소식이다.  

호주 퀸즐랜드 공대(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QUT) 리디아 모로스카(Lidia Morawska) 교수를 포함한 미국·중국 등의 학자들은 지난 9월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How can airborne transmission of COVID-19 indoors be minimised)'이라는 논문을 기고했다.

이 내용은 실내활동을 자주 접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바로 ‘환기’다. 

우리는 대화, 기침, 재채기 등에서 호흡기 비말이 발생한다. 호흡기가 열리고 닫히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리디아 모로스카 교수는 실험을 통해 대화나 호흡에서 발생되는 입자의 크기가 대부분 5마이크로보다 작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료출처=Lidia Morawska 교수 연구팀>

리디아 모로스카 교수는 이러한 호흡기 움직임을 통해 비말이 더 작은 미립자로 세분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말보다 작은 ‘에어로졸(Aerosol)화’ 돼 입 밖에 나온뒤 더 오래 그 환경 내에 체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입자가 클수록 침강성이 높다는 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가 실험을 통해 대화나 호흡에서 발생되는 입자크기분포를 파악한 바에 따르면, 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입자들이 대부분으로 관측됐다.  

호흡기 입자, 작아서 장시간 체류 가능

이에 관해 “호흡기 활동으로 배출된 입자들은 크기가 작아 오랫동안 떠있으며, 환기나 기타 방법으로 제거되지 않는 이상 계속 체류할 수 있다”라는 게 연구 주체인 모로스카 교수의 의견이다.

지난 10월20일 세계맑은공기연맹 주최로 열린 ‘제11회 온라인 세계맑은공기포럼’에서 그는 효율적인 환기를 위한 공학적 해법을 제시했다.

건축공학을 활용해 충분한 환기가 가능토록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관련자료를 축적한다는 접근이다. 공기재순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하나의 ‘전염병 확산에 대한 과학적 메커니즘화’ 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다른 이론도 주목을 끌었다. 

홍콩대학교의 Yuguo Li 교수는 매개물로부터의 감염을 고려한 ‘굴뚝효과’를 강조했다.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물이 튀면서 그로 인한 에어로졸이 배수관을 타고 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감염에 영향을 준다고 본 것이다. 이 역시도 공기전파를 전제로 한다.

Yuguo Li 교수는 현지의 사례를 인용 “확진자와 방을 같이 썼었던 경우보다 오히려 같은 건물의 다른 공간에 있던 사람의 감염률이 높았던 경우가 있었다”라며 “변기로부터 발생하는 에어로졸로 인한 이러한 굴뚝효과 영향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잠잠하던 국내 코로나19 감염은 지난 8월부터 가파르게 상승, 434명(해외유입 제외)의 확진이 발생한 8월27일 전후로 매섭던 확산세는 좀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지속 중이다. 

실내환기가 핵심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손제정, 표면소독 등이 일상화됐으나 공기전파에 대한 이 같은 동향은 제대로 된 ‘실내환기’ 역시 표준으로 자리 잡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봐라보는 사회적 인식이다. 

모로스카 교수는 “코로나19 재앙을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라며 “환기를 고려한 공공건물과 실내공간의 설계 과정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수반되는 경제적 비용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 “공기전파로 인한 감염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Lidia Morawska 교수는 "공기전파로 인한 감염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라고 당부했다. <사진출처=세계맑은공기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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