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공기와 더불어 생명유지의 근간이다.
물은 체내에서 세포의 형태를 유지시키고, 혈액과 조직액을 통해 영양소를 흡수 운반해 세포로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체온을 조절한다.
사람은 가능한 충분한 양의 순수한 물을 마셔야 하며, 이렇게 좋은 질의 물을 공급받을 수 없다면 물을 정수하거나 증류시켜 마셔야 한다.
그런데 수돗물을 불신하고 정수기를 사용하면서 관리가 안돼 오히려 세균이 포함된 물을 학교에서 학생들이 섭취하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대구에서는 일반 수돗물과 정수된 물에 대한 수질기준 항목 측정결과 수돗물은 대부분 기준에 적합했지만, 정수된 물 중 68.8%가 기준을 초과해 수질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광주에서는 250개 학교에 설치된 정수기 등에서 73개교 100대의 정수기에서 일반 세균이 기준치 이상 초과 검출됐고, 기준치를 10배이상 초과한 학교도 14개교나 됐다.
이를 보면 계속되는 학생 집단식중독 사고도 결코 ‘오염된 정수기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서울시의 경우는 참으로 한심스럽다. 시가 그토록 믿고 마셔도 된다고 자랑하는 수돗물 대신 학교 내 정수기 설치를 지원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서울시도 인정했지만, 시가 예산을 들여 학교에 정수기를 지원했고, 관리부실로 세균을 배양해 학생들에게 먹인 결과가 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늦게나마 서울시는 금년부터 학교 내 정수기 설치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답변이다.
결국 수돗물을 믿지 못해 정수기를 설치했지만, 정수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아예 설치하지 않느니 못하다는 얘기다.
수돗물행정이 이래서는 안된다. 수돗물을 안전하게 공급하고, 우리 미래세대에 수돗물 안전의식을 고취시켜야 할 행정기관이 거꾸로 돈을 들여 ‘수돗물은 못 믿으니 정수기에 걸러먹으라’고 한 모순을 보인 것 아니겠는가.
정수기가 안고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필터교체 등 제대로 관리가 안돼 정수기가 오히려 ‘세균배양기’와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정수과정에서 ‘낭비되는 수돗물’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리가 안돼서 오히려 보건안전상 문제가 있고, 서울시가 ‘자랑하는’ 수돗물도 다량 흘려버려야 하는 이 정수기를 계속 쓰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최근 들어 살균기능까지 강화된 정수기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번에 수많은 학교에 정수기를 설치한 정수기업체들은 제 기능을 다 못하는 기존 정수기를 리콜해서 폐기하던가, 다시 살균기능을 강화해 재공급하는 것이 그나마 도덕적 책임을 지는 행동이라고 본다. 저항력 약한 우리 어린이들에게 정수기 한 대 던져놓고 할 일 다 했다고 하는 정도면 아예 사업을 접는 것이 나을 것이다.
교육청과 정수기를 설치한 각 급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서울시를 믿고 수돗물을 마시게 하던가, 정수기 회사에 요구해 살균기능이 있는 정수기로 교체하던가 해야 할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행정, 영업은 이제 그만하자. 우리 아이들이 먹는 물이다.
편집국장 김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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