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 인근 주민들의 공해병 집단발병.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주민들은 물론, 예전부터 이런 문제를 경고했던 여러 전문가들이 분노하고 있다.
경남 고성에서 최근 중금속 유해물질에 오염된 주민들이 발생했다. 이곳 주민들은 뼈마디가 쑤시고 요통과 관절통을 심하게 호소해왔는데, 뼈가 자주 부러지고, 외지에 나가 사는 자녀들도 이런 증세를 보였다고 주민들은 토로했다.
이 마을에는 30여년전 폐광된 구리광산이 있었는데 갱내 유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돼 이물을 이용해 논에서 재배된 쌀을 오랜 기간 섭취한 결과 쌀에 함유된 카드뮴 성분이 인체에 축적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근 폐광 갱내 유출수에서는 카드뮴 성분이 먹는 물 수질기준의 5배, 하천수 기준의 2.5배 까지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기관의 조사결과 주민 7명이 소변검사에서 카드뮴이 일반인 함유 기준의 2배에서 6배까지 높게 검출 되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 주민은 비만 오면 광산에서 침출수를 마을 앞 냇물에 쏟아 부었던 지난 수 십년을 회상하며, 정부와 지방행정당국의 늑장행정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공해병 발병사고가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환경부는 부랴부랴 민관 합동조사단을 만들어 현지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조사단이 밝힌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환경부의 태도는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이타이이타이’병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정부가 할 태도가 아니다. 우리 주민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병명이 뭐가 중요한가 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중금속 유해물질에 의해 중독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런 사실에 대해 예전의 조사결과에 따른 조치 미흡 등으로 인한 결과임을 시인하고 문제해결에 발 벗고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환경부가 2000년 6월부터 9개월간 폐금속광산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폐광 주변지역 613개 지점에서 998개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토양오염우려기준 초과지점은 총 257개 지점(41.9%)이며, 토양오염대책기준 초과지점은 145개 지점(23.7%)로 나타났다. 대책기준을 초과한 지역의 토지용도는 밭(53), 광산(39), 논(28), 산(17), 하상(5), 잡종지(3)의 순으로 나타났다. 납, 크롬이 기준치의 2배 이상 검출된 경우도 있고, 고추와 고구마에서는 1.8배~2배, 벼는 1.5배~2배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 조사결과는 이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환경부가 알면서도 그대로 쉬쉬하며 방치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고성의 경우는 시작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본 지에서도 지난 2002년 태백 광미침전지의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환경부와 태백시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민관협의체니 위원회니 구성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하루 속히 피해주민들을 치유하고, 폐광과 주변 광석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 해 더 이상의 오염 및 인체 피해를 막아야 하며, 폐광지역 주민 전원에 대한 정밀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편집국장 김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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