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의 보급은 국민들의 위생환경을 개선시킴으로써 평균수명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3년 보건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지난 60년부터 2000년까지 23.1년이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기간동안에 우리나라의 수돗물 보급은 시설용량 600,000 ㎥/일에서 2001년 현재 시설용량 28,561,000 ㎥/일로 약 47배가 증가되었으며 1인1일 평균급수량은 362L가 되었다. 물론 평균수명의 증가는 의료서비스의 확대 등과도 연관이 있지만 많은 부분은 수도의 보급에 따른 효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같이 중요한 수돗물은 양적으로만 괄목할 성장을 이룬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89년 수돗물 수질파동 당시에 2도이던 탁도기준은 2001년 7월 이후에는 0.5NTU로 강화되었으며, 2004년 7월 이후에는 1일 10만톤 이상 생산시설을 갖춘 대규모 정수장에서는 95%의 시료에서 0.3 NTU 이하를 달성하여야만 한다. 강화되는 탁도기준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수장에서는 기존시설의 개선과 최적화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정수장 진단기법이 정형화되었고, 정수장 평가제도가 확립됨으로써 닫혀있었던 정수장의 운영현황이 공개되게 되었다. 21세기 벽두에 있었던 바이러스 파동은 정수처리기준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어 정수장의 시설과 운전을 더 한층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당시에 28개이었던 수질검사항목은 55개로 증가되었으며 광역시의 정수장들은 자체적으로 120여개 이상의 항목들을 매월 검사하고 있다. 실제로 대도시 정수장의 이러한 수준은 미국이나 유럽의 정수장과 비교해도 별로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그리 높지 못하다. 수도사업자들은 수돗물이 안전하므로 안심하고 드시라고 목이 아프게 홍보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돗물 대신에 생수나 정수기가 더 선호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이 공공사업자인 수도사업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수돗물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체계에 아직도 취약한 부분이 있다는 의구심을 시민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생산자인 수도사업자가 안전한 물에 대한 기준을 정하여 놓고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형태이지 소비자인 시민들이 바라는 바가 수도사업자들에게 전달된 적은 없었다. 한 예로 수도사업자는 살균을 위하여 염소소독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이로 인하여 수돗물에서 염소냄새가 나는 것은 안전한 물의 증거라고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있다. 소비자가 염소냄새가 나는 수돗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최근의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염소냄새를 매우 싫어하며 염소냄새가 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물을 원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소비자가 원하는 물을 생산하여 보급하려면, 수도사업자는 염소의 잔류기준을 0.1 mg/L 이하로 낮추면서 염소의 사용방법을 조정하거나 관망의 관리를 개선하여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수도사업자는 염소냄새가 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물을 공급하여야 하겠다는 인식이 미흡하다. 뿐 만 아니라 최근에는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계기로 일부 정수기 회사나 생수회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시켜 시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지식의 유통은 시민들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것이지만 지식의 유통주체와 전달경로가 없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불신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수돗물 시민위원회는 시민들의 요망을 수도사업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수돗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유통시키며, 수도사업과 관련된 각종 제도와 체제를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안함으로써 신뢰받는 수돗물의 생산과 공급에 일조하는 것에 한 가지 역할과 목표가 있다.

최승일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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