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시민들과 청주동물원 깜짝 방문

[환경일보] 녹색연합은 14일 시민 20명과 함께 웅담채취용 사육곰 농장에서 구출된 반달가슴곰 3마리를 만나기 위해 청주동물원을 찾았다.

시민들은 ‘반이’, ‘달이’, ‘들이’ 세 친구에게 행동풍부화를 위한 먹이와 놀잇감을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

행동풍부화란 동물들에게 야생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고, 다양한 자극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말한다.

철창 안에서 태어나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반이, 달이, 들이가 구출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청주동물원은 그동안 다양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처럼 사육사와 수의사의 정성어린 보호 아래 건강을 회복한 세 친구는 합사에도 무사히 성공해 함께 지내고 있다.

참가자들은 반이, 달이, 들이를 위한 간식과 놀잇감을 준비했다. 커다란 호박의 속을 파내고 도토리, 땅콩, 과일 등으로 가득 채웠다. 정성스레 만들어진 호박은 곰들 지내는 야외 방사장으로 옮겨졌다.

구출 사육곰에게 전달한 직접 만든 호박 간식을 든 시민들 (사진제공=녹색연합)
구출 사육곰에게 전달한 직접 만든 호박 간식을 든 시민들 (사진제공=녹색연합)

그 외 동물원 관람 유리벽에 새충돌 방지를 막기 위한 스티커 붙이기 등 다양한 참여 행사가 이뤄졌으며 모든 과정은 사육사의 안전한 지도 아래 진행됐다.

행동풍부화물 만들기를 마친 시민들은 드디어 구출 사육곰을 만났다. 반이, 달이, 들이는 콘크리트 바닥이나 철창이 아닌 흙을 밟고, 나무를 오르며 한층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시민들을 반겼다.

시민들이 선물한 호박을 발견한 반이, 달이, 들이는 구멍에 손을 넣어 과일을 빼 먹기도 하고, 통째로 들고 가 구석에서 깨물어 먹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참가자들과 동물원 관람객들은 세 친구의 모습에 즐거워하며 보람을 느꼈다.

구출 사육곰들에게 선물할 호박 간식을 만드는 시민들 (사진제공=녹색연합)
구출 사육곰들에게 선물할 호박 간식을 만드는 시민들 (사진제공=녹색연합)

이어 녹색연합과 참여 시민들과 함께 39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사육곰 산업의 역사부터 사육곰을 구출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나눴다.

청주동물원은 녹색연합과 함께 구출에 참여한 시민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했다.

구출 이후 동물원에서 건강을 회복한 반이, 달이, 들이의 변화를 상세히 설명하고 청주동물원이 앞으로 야생동물 보호와 교육에 앞장서는 곳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녹색연합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400여 마리의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잔인한 현실이 종식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호박을 먹고 있는 구출 사육곰 (사진제공=녹색연합)
호박을 먹고 있는 구출 사육곰 (사진제공=녹색연합)

시민들은 앞으로 더 많은 곰들이 이처럼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며 녹색연합의 사육곰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2018년 12월7일, 녹색연합은 3마리의 사육곰(반이, 달이, 곰이)을 농장에서 구출했다.

웅담채취를 위해 사육되던 곰이 살아서 농장 밖으로 나온 것은 사육곰 산업이 시작된 지 37년 만에 처음이다.

그리고 작년 9월24일, 3마리와 같은 농장, 같은 해에 태어난 1마리의 곰(들이)을 다시 한번 구출해냈다.

이들 중 반이, 달이, 들이는 청주동물원에서, 곰이는 전주동물원에서 보호 아래 건강히 지내고 있다.

4마리 사육곰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은 시민 3600여명의 참여와 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구출 사육곰을 만난 시민들 (사진제공=녹색연합)
구출 사육곰을 만난 시민들 (사진제공=녹색연합)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423마리의 웅담채취용 사육곰(20년 9월 말 기준)이 남아있다.

39년의 잔인한 사육곰 산업은 이제 종식의 길에 들어섰다. 시민의 뜨거운 관심에 정책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5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심각한 사육곰 불법증식 문제 해결을 위해 녹색연합이 주장해왔던 ‘몰수보호시설(불법증식된 곰을 몰수해 국가에서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위한 설계비 예산이 기재부를 통과했다. 몰수보호시설은 이제 국회 예산 통과를 앞두고 있다.

불법으로 증식돼 불법 임대, 식용으로 이용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사육곰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호박 선물을 들고 방사장 안에서 사육사의 설명을 듣는 시민들 (사진제공=녹색연합)
호박 선물을 들고 방사장 안에서 사육사의 설명을 듣는 시민들 (사진제공=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이와 더불어 국회는 매년 야생생물법의 국제멸종위기종의 불법 증식에 관한 처벌 조항을 반드시 강화시켜야 한다”며 “앞으로 국가가 만들고 방치한 사육곰 문제를 국가가 제대로 매듭지을 수 시민과 함께 사육곰 산업 종식과 보호 활동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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