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후·에너지 컨퍼런스 개최···“친환경 바이든 체제, 기대 속 우려”
기후위기 대응 미-중 갈등 관건, 녹색금융 대전환 속 시장 균형 잡아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 '친환경' 바이든 체재의 도래에 따라 기후위기 대안으로서의 글로벌 협력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사진출처=White House)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 '친환경' 바이든 체재의 도래에 따라 기후위기 대안으로서의 글로벌 협력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사진출처=White House)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정책과 금융, 학계의 리더들은 탄소중립이라는 전례 없는 도전은 결국 혼자 풀어갈 수 없다며 ‘협력’에 입을 모았다. 지난 11월27일 ‘제7회 서울 기후·에너지 컨퍼런스’에서의 키워드는 ‘바이든의 미국이 불러올 변화와 글로벌 협력’이었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 대통령 당선자는 친환경정책을 선두에 내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0’을 목표로 2021년부터 4년간 2조 달러(약 2223조원)의 투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파리협약 복귀 의사도 표명했다. 

최근(11월23일)에는 파리협약을 이끌었던 존 케리(John Forbes Kerry) 전 국무장관을 기후특사로 임명, “국가안보위원회(NSC)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알렸다. 기후위기를 국가 안보에 준하는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파리협약 재가입과 2050 탄소중립 선언이 예상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력이 여러 국가와 단체들의 고민으로 떠올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미국, 그린 미래 가속화할까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컨퍼런스에서 “한국과 미국은 미래의 차량과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양자 간 협력을 시작했다”면서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녹색미래를 위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이비드 빅터(David G. Victor)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 San Diego) 교수도 “국무장관 경험이 있고, 기후위기를 주요 어젠다로 활용해 온 존 케리가 정책 조언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향후 중국과의 관계는 기후위기 대응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양국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할뿐더러 에너지·탈탄소 시장의 최대 수요처기 때문이다. 중국의 2060년 탄소중립 선언과 ‘친환경’ 바이든 체재의 등장으로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에선 긍정적 전망과 함께 우려도 교차하는 모양새다. 먼저, 그동안의 치열한 패권 다툼 속에서도 기후위기 문제만큼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상민 국립외교원 교수(국제법센터 책임교수)는 “경쟁 관계에 있으나, 기후위기 문제는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기후변화 솔루션의 저렴한 도입 방안과 원자력발전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알리스테어 리치(Alistair Ritchie)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 국장도 “탄소가격책정과 ETS(Emission Trading Scheme, 배출권거래제)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리더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조만간 ETS를 시작하게 되면,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2021~2025)’ 내 ETS 도입을 밝힌 바 있다.  

탄소가격제는 에너지·탈탄소를 위한 재원조달의 역할을 한다. 이 자금으로 수소연료전지차나 탄소포집에 투자해 재생에너지 정책의 효율성을 더할 수 있다. ETS는 탄소 가격 경쟁력을 위한 대안이다. 탄소중립 목표와 연계한 지속적 개발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온라인으로 열린 '제7회 서울 기후에너지 컨퍼런스'의 주요 연사들. Alistair Ritchie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국장, 심상민 국립외교원 교수, David G. Victor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Yannick Glemarec GCF 사무총장(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출처=우리들의미래)
온라인으로 열린 '제7회 서울 기후에너지 컨퍼런스'의 주요 연사들. Alistair Ritchie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국장, 심상민 국립외교원 교수, David G. Victor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Yannick Glemarec GCF 사무총장(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사진출처=우리들의미래)

기후위기만큼은 미·중 타협 중요

향후 중국의 가세가 국제 ETS 수요를 끌어올리면 저렴한 가격에 도입하려는 국가 간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제는 미·중 양국에 남아있는 ‘무역적 앙금’이다. 

심상민 교수는 “무역제재에 서로가 민감한 상황은 분명 기후위기의 집단적 대응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도 양국에 기후위기 어젠다를 적극 권장하고, 때에 따라선 일정 부분 타협도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는 특정 국가나 기관이 단독으로 풀어갈 수  없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사고도 필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는 두 국가가 따로 가는 모습은 곧 탈탄소의 실패와도 다름없다. 

바이든 정부가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후 정상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해법을 우선 과제로 고민하는 모습이다.  

데이비드 빅터 교수는 “참여한 최근 회의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주제”라며 “글로벌 경제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기후위기에 대해서만 관계를 가지려 한다면 모순이다. 양국이 차이에 집중하면 갈등을 유발하나 공통점에 집중하면 협력을 유발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외교적 갈등을 조속히 떨쳐야 하는 이유는 그만큼 힘을 모아 해결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글로벌 금융의 대전환’이라는 과제에 마주해 있다. 녹색투자 증대와 저탄소, 기후탄력적 발전이 앞으로 요구되는 만큼 민간투자 활성화가 빠져선 안 된다. 하지만 아직 기후위기는 금융과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는 걸림돌이다. 높은 초기자본을 요구하고 투자회수의 기간도 길며, 기술적 새로움이라는 장애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기후위기’는 여전히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야닉 글레마렉(Yannick Glemarec) GCF 사무총장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기후위기로 인한 물리적·전환적 위험의 수치화를 통해 결국 시장은 녹색투자의 특징과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월23일 유엔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도 대비 4.2~7.5%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산업활동과 이동이 줄면서 나타난 결과다. 

‘기술’과 ‘금융’ 어느 하나 협력 없인 불가능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더 중요한 대기 중 ‘온실가스 축적도’는 계속 늘고 있었다. 올해 하와이 마우나로아(Mauna Loa)에서의 축적도는 9월 평균 411.3ppm으로 관측됐다. 지난 2015년 400ppm을 넘어선 이 수치는 4년 만인 2019년 410ppm으로 상승했다. 축적도는 꾸준한 노력 없이 줄지 않을 거란 얘기다.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술’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기존을 대체할 혁신과도 같다. 한국판 그린뉴딜과 LEDS(장기저탄소 발전전략)에 ‘기술적 해법’을 중심 축으로 담은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축적도는 계속 늘고 있다.  /하와이 Mauna Loa에서의 관측 데이터, 자료출처=국립해양대기국)
온실가스 축적도는 계속 늘고 있다.  /하와이 Mauna Loa에서의 관측 데이터, 자료출처=국립해양대기국)

데이비드 빅터 교수는 기술 발전의 가속을 위한 방법으로 다음을 제시했다.

먼저, 일반적 목표에 치우치지 말고 업종 및 개인별로 ‘세분화’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차원의 접근보다는 그룹을 최소화해 살펴보는 것이 보다 용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협력 체계 또한 강조된다. 그리고 이 설계의 시작은 지금부터 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상협 제주연구원장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 할까’라는 가치관적 접근이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앞서 22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주최로 진행된 화상회의에서 “환경 훼손을 예방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정부 소식에 따르면 지난 27일 장관급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제협력이 최우선”이라고 각 부처에 당부했다.

전 지구적 도전 앞에 세계는 협력을 말하고 있다. 다만, 정말 같이 갈 수 있는지는 국가 간 의지와 행동이 그 과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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