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아침 시간에 10여 가지에 이르는 품목을 씻어 말리고 꼼꼼히 분류해 내놓는 쓰레기종량제.
95년 도입된 이 제도가 여성을 차별하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더욱이 하필이면 아침 출근 시간에 분리수거를 하는 바람에 남성들이 본의아닌 주부들에게 쓰레기 처리를 맡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여성개발원은 23일 "쓰레기 종량제가 환경정책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될지 몰라도 성차별적 정책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쓰레기 종량제가 성별 역할 분리를 고착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전업주부든 겸업주부든 상관없이 폐기물 처리는 '여성의 몫'이라 규정한 셈이다.

여성이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만 잘하면 환경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종량제가 여성에게 가사 이외에 또 하나의 무보수 노동부담을 지웠다고 평가했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김미화 사무처장도 "분리 배출 종류가 늘어나면 여성의 부담만 가중되고 분리수거를 잘못하면 주부들만 비난받기 일쑤"라고 우려했다.

연구를 담당한 김양희 박사는 "실제 가정에서 누가 어떻게 분리배출을 하고, 어떤 불편을 겪는지 환경부가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가사의 남녀 분담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제도로 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민 박모(서울 목동.회사원)씨는 "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 시행과 때맞춰 토요일에 집중적으로 분리수거를 하거나,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에게는 당일 출근시간을 늦춰주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부 폐기물정책과의 이필재 과장은 "사회가 달라지면서 가사 분담과 마찬가지로 종량제 분리배출에도 남성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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