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그늘에 가린 소규모 건설업체의 열악한 현장에는 낮은 목소리의 근로자들이 숱한 서러움을 토해내기 일쑤다. 작가 김홍신의 소설‘인간시장’의 배경으로도 나오는 이들은 질곡속에 핀 방초인양 좋은 작업환경은 애시당초 사치에 불과하다. 노동부가 밝힌 올 1/4분기 산업재해에 있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여 산업현장의 안전환경에 다소나마 청신호를 예고해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구체적인 통계치로 살펴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1/4분기 동안 발생한 산업재해자 수는 2만6백49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천9백38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업종별 재해자 분포는 여전히 제조업이 8천8백66명의 43%로 가장 많았으며 건설업이 4천3백43명의 21%로 다음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03년 노동부 백서에서 국내 1백만6천5백49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수가 9만4천9백24명으로, 재작년 8만1천9백11명에 비해 15.9%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무상 사고자 수는 재작년 7만6천4백94명에서 지난해 8만5천7백94명으로 12.2%가 증가했다. 위험성이 내재된 공사현장에 나날의 기상조건에 따라 일을 하거나 쉬는 일이 반복되는 날품팔이로 생계를 잇는 가장의 수는 아예 당국의 시선에서 벗어난게 일반적인 관례이다. 더욱이 재해 사망자는 2천9백23명으로 재작년 2천6백5명에서 12.2% 가량이 늘어나 공사현장의 안전환경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작 소리없이 숨져간 그들은 시련의 삶을 뒤로한채 별다른 변화없이 해를 거듭하고 있다. 당국이 집계한 결과, 하루 평균 8명이나 불의의 안전사고 등으로 하나뿐인 고귀한 목숨을 잃어가는 셈이다. 작업환경이 열악한 조건속에 경제활동에 급급한 산업전사들은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에서 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가진 자의 경제논리에 맞대응할 수 없는 약한 신분에 어쩌면 생과 사를 가눌 작업조건도 마다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이다. 제조업에 이어 가장 위험직종으로 일컫는 건설현장에서 오늘도 쉼없이 건설의 망치소리를 높이는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환경이 절실할 때이다. 개도국을 지난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른 명예와 달리 건설업계의 정서는 아직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들어 다소나마 언로가 트이고 산업현장의 웅변이 장애없이 열린지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성숙된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직접 산업현장을 찾고 어려움을 풀어주는 미래지향적인 제도보완이 이제는 시도돼야 타당하다. 선진국의 모델을 거울삼아 건설업계의 독소조항을 과감히 손질하고 다듬는 열린행정이 펼쳐지길 바란다. 2만불 시대를 문턱에 두고 3D업종의 최 일선에 몸을 맡긴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을 쇄신하는 촉매제를 기대해본다. 충분한 복지여건을 조성하진 못할지라도 생명을 내놓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오르내리는 노동자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일말의 과오를 벗어나 자신들의 귀책사유로 소중한 목숨을 잃어 망자의 억울함이 없도록 정책적으로 나설 때가 아닌가 싶다. 관할 당국은 이제라도 열악한 작업환경을 중심으로 세심하게 체크하는 수범어린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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