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bs_img_1
SH공사(구 도시개발공사)와 서울시는 상임이사와 관련한 인사권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전 개발이사 L씨의 임기가 지난 6월 25일자로 종료가 됨에 따라 SH공사노조는 내부승진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특별한 사유 없이 개발이사가 퇴임 후 23일(7월19일 현재)이 지나도록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선호 SH공사노조 위원장은 “89년 공사창립이후, 서울시는 SH공사의 설립목적인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증진 도모에 전혀 관심이 없이 오로지 임원자리에 서울시 퇴출, 퇴직관료들을 낙하산 인사하여 왔다”며 매우 불쾌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서울시는 SH공사 임원들에 대한 인사를 놓고 많은 관여를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사장을 제외한 개발이사, 시설이사, 총무이사, 감사의 자리에 89년 공사창립이후부터 지금까지 7~8명의 서울시 퇴출, 퇴직관료들을 낙하산 인사를 단행했다.
“SH공사 이사직을 놓고 공사 사장이 내부자 추천에 의해 서울시로 공문을 보내면, 검토를 진행해 인사를 진행한 것이 옳지만 지금까지 공사 직원의 임원자질 운운하며 낙하산인사를 정당화 시켰다”는 것이 노조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동안 총무이사직만 노조에서 강하게 반발해 내부승진을 한 사례로 유일하다”며 서울시 인사권 간섭에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또한 노조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미 자체적으로 7월에 정년퇴임하는 사람을 이사직으로 결정해 놓고 술수를 쓰고 있다”며 더 이상 낙하산 인사를 볼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다.
이 위원장은 “서울시 6개 투자기관은 낙하산문제와 관련해서는 낙하산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낙하산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경영진은 서울시와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낙하산 활용론’으로 이를 강변해 왔다. 그러나 부임한 사람들 대부분은 오히려 무소신과 무사안일로 일관하며 자신이 몸담게 된 조직문화는 아랑곳없이 직위를 이용한 권위적인 업무처리로 일관함으로써 조직발전에 저해요인이 되었다”며 조직에 반하는 낙하산인사에 반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관계기관과의 업무협조 활용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무늬만 바꿨을 뿐 낙하산은 여전하다는 게 관계기관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정부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 산하 기관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방침과 달리 실제로는 산하 기관이나 업무상 관련이 있는 단체에 취업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퇴직한 1급 공무원 7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산하기관 등으로 옮겼다. 여기에 정치권으로 나간 16명을 제외하면 유관기관 재취업률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고위 공무원들의 정년을 연장해 준 셈"이라고 비꼬았다.
이번 서울시와 SH공사의 인사권 힘겨루기가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서울시는 더 이상 공기업의 책임경영, 자율경영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공사가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낙하산 인사와 같은 낡은 관행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hkbs_img_2
▲서울시의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SH공사 노조 성명서 내용
글·사진 / 류 철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