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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내 자동분사기에서 방향제가 아닌 살충제가 뿌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정의는 지난 29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환경정의에서 지난 14일 무작위로 선정한 고속도로 휴게소 42개소를 대상으로, 건물내에 설치된 자동분사기를 조사한 결과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살충제 및 방향제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그중 17군데(약 40%)의 휴게소가 식당에 살충제를 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중 9곳에서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알려진 퍼메트린이 함유된 살충제를 설치했으며, 사용성분이 아예 기재되지 않은 살충제도 절반 이상의 휴게소에서 쓰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살충제 '깐깐' 방향제 '허술'
허점투성 관리체계 개선시급

이번 휴게소내 자동분사기를 통한 살충제 살포로 일반 시민들은 본의아니게 살충제에 노출됐으며 노약자의 경우 각종 알레르기 및 피부염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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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되는 살충제의 '사용상 주의사항'에는 분명히 '밀폐된 실내에서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환기할 것', '인체를 향해 분사하지 말 것', '분무기체를 직접 흡입하지 말 것' 등이 명시되어 있느데도 불구하고 에어컨 사용으로 모든 문이 닫혀 있어 주의사항이 전혀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인해 음식 배식대 주위에 주로 설치된 자동분사기가 뿜은 살충제가 음식물과 섞이고 있음은 피할 수 없는 결론이 돼버렸다. 보다 경악할만한 사실은 몇몇 휴게소에서 바퀴벌레까지도 잡아낼 수 있는 고독성의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살충제가 섞인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음식에 농약을 뿌려 판매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임산부, 노약자의 경우 유해화학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방향제의 경우 대다수의 제품이 성분표시를 하지 않아 유,무해성 여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품을 살충제로 등록할 경우 의약품으로 처리돼 복잡한 단계 및 제재를 받는 반면 방향제로 등록할 경우 단순히 공산품으로 분류돼 한결 쉽게 유통할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결국 허술한 관리체계가 이번 사건을 낳았다고도 할 수 있다.

관계기관, 떠넘기기 급급
환경부, 권한없어 관여못해?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도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관리공단 등 관계기관은 책임이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으며 환경부 역시 단속이나 관리 권한이 없다고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그럴것이 살충제의 자동분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이같은 회피소동은 예고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퍼메트린이 사용된 살충제의 사용허가에 대한 책임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있지만 관리`단속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며 환경부는 살충제의 허가 및 사용관리에 대한 감독이 식약청에 있으므로 '화학물질안전과', '환경보건정책과', '유해물질과' 등 관련부서를 두고도 "단속권한이 없어 관여를 못하는 상황"이라 전하고 있다.
어쨌건 이번 사건은 최종 책임자인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관리공단에서의 관리`감독 허술로 인한 피해로 봐도 무방한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성규 사무처장은 "이러한 문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 유해화학물질을 통합`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유해 살충제 관계 기준 강화 및 방향제의 성분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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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충제에 노출됐나?
무관심한 시민도 각성해야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방향제가 뿌려지는지 살충제가 뿌려지는지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는 시민들도 어느 정도의 잘못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전성이 검증조차 안 된 화학물질이 이렇게 쉽게 유통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무관심이 일조했다는 것이다.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김미진 위원장은 "가로수에 살충제가 뿌려지는 모습을 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무런 위해성도 못 느낀채 지나칠 정도로 너무나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다"며 "이제 더이상 어린이들의 피부트러블이나 툭하면 식중독에 걸리는 등의 병증이 단순한 체질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유해한 환경에 노출됐다는 최종 경고와도 같다"고 강조했다.
대구 카톨릭대 허용 교수 역시 "이러한 종합적 영향이 결국 이상질병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일반시민의 환경의식 제고를 당부했다.
점차 방향제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유해성분도 덩달아 높아지는 만큼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퍼메트린
세계야생기금(WWF)과 일본 후생성 등이 지정한 환경호르몬으로 농약류오 분류되는 물질로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두통, 메스꺼움, 현기증,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며 심하게 중독되면 혈압상승, 정신경련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만성적으로는 돌연변이성이나 발암성 등도 있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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