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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외교는 상품으로 하는게 아니라 환경으로 하게 될 겁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와는 달리 일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면 왠지모를 의욕과 자부심이 넘쳐난다.
유연철 과장이 본격적으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거슬러 내려간다. ’87년 당시 외무부에 입부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한데 이어 ’91년 과학환경과에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과 인연을 맺게 됐다.
"지구환경문제는 우선 과학에서부터 시작하죠. 그리고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며 여러 협약체결과 관련해서는 경제적인 면과 규범을 무시할 수 없죠. 즉 환경은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인만큼 총합적으로 협조해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유연철 과장은 환경문제만큼은 결코 외발자전거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한국은 외롭다,
하지만 외교도 변했다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도국 그룹에서 탈퇴했다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 만큼은 아직도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간에서 치이는 부분도 많죠. 개도국의 지위를 가지면서 선진국에 상응하는 부담을 치러야 하니 말예요. 앞으로 점차 선진국이 개도국에 가하는 환경에 대한 의무부담이 가중될텐데 그 일순위가 바로 우리나라와 멕시코입니다. 두 나라 모두 OECD가입국가임에도 환경에 있어서만큼은 개도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선진국도 개도국도 아닌 한국... 그래서 한국은 외롭다고 한다. 힘들다고 도와줄 선진국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유 과장의 생각은 그 반대이다. 두 국가간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런 야심찬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달라진 외교상황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외교는 영토와 상품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아니, 앞으로 달라질 겁니다. 미래외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나 이산화탄소만으로도 국가간 경쟁력을 잴 수 있을만큼 제한된 환경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즉 앞으로는 상품의 개념이 가시적인 것에서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실제 내년부터 EU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만 봐도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국가는 적게 배출하는 국가에 그 이산화탄소를 판매하면서 서로의 환경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유과장은 강조한다.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환경기술개발 뿐이라고 말이다. 친환경기술 개발만이 경제와 환경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이다.

환경의식 제고가 급선무
책임감 넘어선 사명감으로

“국제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국내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여건이 미비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신속하게 전할 수 있는 법적, 절차적 개선이 시급합니다. 그래야 보다 많은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받을 수 있으니까요.”
환경협력과로 들어오는 국제자료가 거의 초안이라고 할 수 있는만큼 이곳에서 어떻게 진행시키느냐에 따라 정책방향조차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는 유연철 과장.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을 넘어선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으로 국내에서 지구환경 문제를 논의하는 전문가들이 적다는 것을 꼽았다. 부서간 잦은 인사이동으로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건... 외국에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유 과장 역시 외국에 나가서는 우리나라의 국익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아무리 사회가 발달하고 그럴수록 완화되는 게 많다지만 그와는 반대로 환경에 대해서 만큼은 규제가 심해지겠죠? 지난 3월 제주에서 개최된 UNEP환경행사도 환경의식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문제로 시끌한 탓에 정작 큰 효과는 못 본 것 같아요. 일반 시민들의 환경의식 제고가 가장 중요한데 말이죠.”
몰론 그가 말하는 ‘국익’은 환경마인드가 전제된 ‘지속가능한 개발’을 의미한다.

체력·심력·지력
이것만 유념해도 O.K!

유연철 과장이 항상 유념한다는 세 가지!
바로 체력, 심력, 지력이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기본적인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가장 기본적이기에 가장 중요하다는게 유 과장의 이론이다.
“따로 운동은 하지 않지만 퇴근시간쯤 되면 외교부 건물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걷기 운동을 하고 있으며 가끔 지하에 있는 체력단련실도 애용하죠.”
넘쳐나는 일을 하다보면 제때 퇴근하기도 어려운 만큼 시간내 운동하는 것도 이젠 또다른 일이 돼 버렸다.
“두번째로 말한 심력은 마음이 아프지 말아야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심력을 키워줄만한 책을 읽었는데 마음이 한결 포근해지더군요.”
유 과장이 추천한 심력을 키워주는 책은 다름아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나날이 업그레이드 된 심력을 키운다고 한다. 또한 유 과장은 심력이 도서로써 키워진다면 지력은 일로써 키워진다고 말한다.
이렇게 세가지를 극대화했을때 자신의 최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유 과장의 신념이자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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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리리 일에 묻히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루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자료더미에서 그가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정보더미에서 벗어나는게 아니라 아예 거기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정보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정시에 퇴근한게 언젠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다. 야근을 안 한다해도 그의 일은 집에서도 계속된다.
많은 정보를 알아야만 보다 큰 활동을 할 수 있는만큼 관련자료들은 빠짐없이 체크하고 읽는다는 유연철 과장의 모습에서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다.
"집에서까지 일을 한다는 게 썩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그런만큼 보다 일찍 일어나 자료를 훑어보는게 이젠 제 개인의 생활패턴 유지에도 좋은 것 같아요. 회사에서보다 집중도 잘 돼고요."
이런 그에게 과연 여유시간이란게 있긴 할까? 역시나 '아니올시다'였다. 유 과장 역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데 아쉬움을 전했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꼭 해야할 일이 있는만큼 보다 많은 시간을 일에 쏟고싶다고 한다.
그런 유연철 과장이 앞으로 꼭 한번 국제회의에서 의장을 맡아보고 싶다고 한다. 의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회의를 중재하며 한국을 잘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소망이 바로 국익증진으로 이어지니 이보다 더한 소망이 있을까. 그의 소박한 '체어맨'의 꿈이 곧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주요약력

1961.6.5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
영국 옥스퍼드대 외교관 과정 수료
주일본·몽골 대사관 서기관
주토론토(총) 영사
현, 외교부 환경협력과 과장

글·사진/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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