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성 연구 등 전문인력 태부족


기념비적인 국책사업중 20년 남짓 뒷전으로 밀린 환경보건 정책이 답보를 거듭한 가운데 전반적인 궤도수정이 요원하다는 목소리다.
해외 선진국과 달리, 국내의 환경보건 정책은 지난 3월 환경부내에 첫 태동한 이래 극히 걸음마 수준으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시급하다.
환경부 환경정책실에서 추진중인 환경보건 정책은 정부내 화학물질 관리업무를 종합적으로 조정,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사실상 근시안적인 마스터 플랜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환경부 환경정책실(실장 고재영)이 ‘환경관련질환 10개년 계획’의 명제아래 추진하는 역점사업은 7,8명의 비 전문인과 인색한 예산반영으로 기대이상의 작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각국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EU의 환경 마인드를 모델로 삼아 그나마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이 또한 역부족인 셈이다.
이미 상당수준에 이른 EU도 새로운 환경보건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세밀함을 엿볼 수 있다.
반면, 환경부와 우리 당국의 현실은 제도시행에 앞서 예방학 전공자 등 전문요원이 턱없이 부족, 해외 의학계 등과의 접근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환경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인체에 치명적인 각종 화학물질 배출로 인해 인체건강은 물론, 생태계 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기본대책 수립과 인프라 구축은 아직 초보단계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화학물질 관리를 독성관리에서 인체 노출을 고려한 위해성 관리로 전환한 데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유발하는 환경성 질환의 규명 및 자구책을 찾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 80년대부터 각계 환경학계와 환경 원로들의 발의로 시작된 환경보건의 비중은 OECD에 버금가는 제도적 혁신을 위해 산발적인 노력이 고작이다.
그러나, 정부와 환경부의 정책실현은 다소 미흡한 수준으로 보건복지부와의 견해차 등 실질적인 정책추진에는 각종 걸림돌로 난항을 겪고 있다.
환경부가 내세운 환경보건정책의 경우 각종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개정과 운영에 관한 사항, 신규와 기존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제도, 위해우려물질 관리사업 등 발빠른 정책실현에 청신호를 예고한다. 또한, 환경성 질환예방과 저감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련의 제도도입과 내홍을 거울삼아 이달중 새로운 변혁의 바람이 일 예정으로 용역의뢰를 거친후 계약에 착수할 예정이다. 환경보건 학자들은 화학물질의 인체와 환경위해성 평가(Risk Assessment)에 관한 사항을 들어 OECD, UNEP 등과의 국제협력에 관한 적극적인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당초 환경부 화학물질과로 시작해 나뉜 환경보건정책·화학물질·유해물질과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실현에 분주한 나날을 맞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원장 이덕길) 환경위해성연구부의 나진균(55.공학박사) 부장은 “환경위해성 평가를 통해 국민 안전에 따른 원천적인 기준평가와 국지적인 예측에 이어 인체와 생태계까지 망라한 다각적인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 박사는 또 “현재로써는 관련분야의 국내 전문인이 100여명을 밑도는 미개척 분야로 대기, 수질, 토양은 물론, 일반 가정내에서의 새집증후군(SHS) 등 각종 문제점이 대두돼 심도있는 기반구축과 정책대안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기존의 환경보건과 관련된 산하기관의 경우 토양과 수질, 대기, 폐기물 등에 국한됐으나 총괄적 개념이 내재된 위해성 여부의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립환경연구원 역시 기존의 생물다양성 연구부와 대기·물환경·폐기물연구부에 견주는 환경위해성 연구부를 신설, 역학과 미량물질과를 보완한 바 있다.
최근들어 인체에 대한 위해성이 광범위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봄철 황사피해로 인한 대기오염과 빌딩증후군(SBS) 등 실내공기 유해에 대한 실질적 연구 등 정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소비자를 연구하는 시민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환경보건 행정의 일부 수용안으로 사람과 자연생태계를 다룬 환경보건학의 학술가치를 높이 평가해 대조를 보인다.”고 일렀다.
실제로 대기오염 피해는 지난 1930년 호흡기 질환으로 60여명이 숨진 벨기에의 뮤즈계곡 사건을 비롯, 52년 런던 스모그로 무려 4천내지 8천여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를 빚었다.
이듬해 4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미나마타 사건과 84년 MIC누출로 인해 2천500여명이 숨진 인도의 보팔 가스누출 사고도 치명적인 사태를 가져왔다. 올 7월기준 세계적인 화학물질과 건강에 관한 국제동향은 미국 환경처(EPA)는 미국 2위의 화학제조사인 듀폰사를 유해물질 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해 경종을 울렸다.
EPA는 듀폰사가 테프론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물질인 퍼플루오로옥탄산(C-8)에 대한 인체위해성 평가를 보고하지 않아, 해당 법규를 지난 81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20년간 위반했다고 밝혔다.
국내 환경보건 학계는“관련분야의 활성화를 통해 그동안 소외돼온 환경학도들의 사회진출에 숨통을 트일 수 있다”며 “환경보건 정책에 늦게나마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의대 부설 환경공해연구소장 신동천 교수는 “일반적인 환경기사 배출에 치중하던 일선 대학의 커리귤럼이 개선돼야 한다"며 “환경보건 전문인들이 좀더 많이 배출돼야 할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환경보건정책과는 앞서 ‘환경부와 그 소속기관에 대한 직제' 등에 관한 시행령이 국무회의와 법제처 심의를 통과함으로써 뒤늦게 빛을 발하게 됐다.
환경부 환경정책실의 한 간부는 “국가정책의 합리적인 추진사업에 걸맞도록 시간적 여유와 충분한 재원이 대외적 협력에 필요하다”며 “일반 환경직과 미생물 전공 등을 포함한 전문요원의 효율적 충원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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