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금지 대상이 아닌 수입 가능 종 규정하는 야생생물법 발의

[환경일보] 코로나19와 메르스처럼 야생동물에서 파생된 인수공통감염병이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외 유통단계에서부터 이를 엄격히 규제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국회의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정관리 야생동물’ 정의조항을 신설하고, 기존 관리대상이 아닌 야생동물을 분류군별로 나눠 수입·양도·양수·보관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 골자이다.

또한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를 수입·반입 가능한 종을 따로 백색목록으로 규정하고 야생동물을 생산‧수입‧판매 등을 영위하는 영업자들에 대한 허가규정도 마련했다.

라쿤은 생태계교란과 함께 질병 감염 우려가 있지만 마땅한 관리체계가 없어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다. /사진제공=어웨어
라쿤은 생태계교란과 함께 질병 감염 우려가 있지만 마땅한 관리체계가 없어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다. /사진제공=어웨어

감염병 60%가 인수공통감염병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나 생태계 교란종 등으로 지정된 일부 종을 제외한 야생동물의 거래 및 개인소유에 관한 규정은 거의 전무한 상태로, 수만 종에 달하는 야생동물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여우, 라쿤 등 관리대상에 속하지 않은 야생동물들은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생태적 습성에 맞지 않는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과일박쥐, 사향고양이 등 바이러스 숙주로 알려진 종 동물들까지 인터넷을 통해 개인 간에 거래되고 있다.

어떤 환경에서 번식됐고, 어떤 병원체를 갖고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야생동물이 개인 간에 유통되고 있는 현실은 동물복지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동물과 사람, 유입동물과 자생종 동물 간의 질병 전파 위험을 높여 공중보건까지 위협하고 있다.

백색목록 제도는 외래 유입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고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제도다.

동물복지, 환경적 위험, 공중보건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위험성이 없는 야생동물 종을 지정해 개인소유를 허가하는 것이다.

백색목록 제도는 명확하며 새로운 야생동물 종이 발견될 때마다 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존 일부 종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보다 효율적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인간과 동물과의 접점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곧 야생동물을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인간을 감염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체 감염병의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이며, 최근 발생한 감염병 중 8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또 다른 팬데믹이 도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관리되지 않는 야생동물과의 접점을 줄이고 접촉 빈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야생동물들을 수입가능여부에 따라 백색목록으로 지정, 관리하면 야생동물 관리체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야생동물과 국내 생태계 보호뿐만 아니라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질의와 국정감사에서 돌고래 등 야생동물 관리실태와 동물복지 문제를 지적해 온 양이원영 의원은 “동물단체와의 간담회 등 연대와 협력으로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야생생물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동물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 위한 행동, 동물자유연대, 환경운동연합은 “무분별한 야생동물 거래를 정부가 방관하는 것은 동물복지 뿐 아니라 국민건강, 나아가서 전 인류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시민사회단체들은 선제적인 야생동물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이번 개정안 발의를 적극 환영하며 국회가 조속히 심사해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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