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어떠한 일이든지 오랜 연원을 찾고 앞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적지 않은 이가 자신의 위상이나 치적을 강조하고자할 때 최초·건국이래·유사이래·단군이래라는 말을 서슴없이 즐겨 한다. 이러다보니 자기는 잘했다고 하는지 몰라도 남 특히 외국인이 보기에는 역사성이 없고 선례와 검증이 없어 그의 말조차 신빙성과 연륜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객관적 사실이나 통계자료의 파악도 없이 마구 말해버리면 도무지 경륜이나 경험이 없는 신생국가나 초보민족처럼 보이게 되고 만다.
선례(전례)나 역사적 사실과 근거, 오랜 진행과 발달과정이 있는 지금의 모습을 거론해야 누가 보더라도 정통성과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법이다.


<잘못 알고 있는 나의 모습>
1. 단일 민족
2. 5천년 역사
3. 국호 바로 쓰기
4. 시대 구분이나 명칭
5. 동북지방과 극동지방
6. 개발도상국
7. 하루라도 더 오랜 역사와 연원 찾아 앞세우기

1. 우리는 '단일민족'인가.
한국인은 혈통이 하나인 민족임을 밝히거나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우리는 주로 혈통 개념에서 민족을 구분짓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단일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우리 민족을 '한겨레, 한민족, 배달겨레, 배달민족' 등으로 부른다.

하지만 애초부터 한 갈래의 단일 혈통만 있었을 리는 만무하지 않는가. 숱은 씨족(氏族)과 부족(部族)이 서로 합해지는 과정을 거쳤고, 이들이 모이고 모여 국가와 민족을 형성해 오지 않았는가.

또한 고대 조선과 부여·고구려·백제를 세운 부여족, 한대륙과 한반도 북동부지역에 주로 살던 예족·맥족, 한반도 남부 지역에 살던 원주민격인 삼한인들, 초원의 길을 따라 철기를 갖고 신라 등 들어 온 북방인들 등이 어울어지면서 오늘날 우리 한민족을 형성한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거란·말갈·몽골 일부처럼 우리 영토와 역사 속에 있다가 이질화되어 버린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수천년 동안 함께 살아왔던 이들을 외면하는 것도 옳지만은 않다. 한국사에는 한민족의 강역과 그 안에서 살았던 모든 이들을 우리 역사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단일민족이라 하여 외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것처럼 마냥 강조할 일도 아닌 듯 싶다.

아직도 외국인은 1628년 벨테브레가 최초이고 이후 선교사나 UN군 등 소수가 한국에 입국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고대 조선 이후 대진국에 이르기까지 터키계(타타르인·돌궐족) 등과 끊임없이 교류했고 혼인관계도 맺었다. 가야의 시조 수로왕의 왕비 허왕옥은 인도에서 건너왔고 이들의 후손이 오늘날까지도 가장 후손의 많은 가문인 김해 김씨, 김해 허씨로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9세기에는 이슬람과 교역한 기록과 고지도가 숱하게 남아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영문국호 'Korea'도 아랍상인이 고려와 교역하면서 호칭한 데서 비롯되었듯이 신라와 고려는 중국·동남아는 물론 중동까지 교역하였던 까닭에 여러 계통의 혈통이 섞이게 마련이다.

이런 까닭에 한민족도 조선족·부여족·예족·맥족 등이 어울리고 합해져 이루어졌고, 글안(契丹. 거란[키타이])과 여진(만주족)은 한 울타리 안에서 수천 년 동안 공동의 역사를 살아왔고 몽골·한족·일본계 일부, 동남아나 기타 지역의 백인까지도 한국화 하거나 피가 섞였다고 봐야 한다.

물론 한겨레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과거에는 물론 현대 한국에서도 여러 민족의 유입과 이동이 계속되어 왔고 날이 갈수록 더할 것이다. 사실 2002년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만도 40만 명을 넘어섰고 실제로는 그 배를 넘는다고 한다. 또한, 외교·기업·유학 등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사람도 많다.

특히,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으로 온 아시아인들이 이제는 한국계와 결혼하면서 '코시안(코리안 + 아시안)'이라 불리는 이들 가정에서 태어난 혼혈인들이 2010년이면 10만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이들은 결코 차별의 대상이 아니며, 당당한 신 한국인의 한 유형일 뿐이다.

그렇기에 다민족 국가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98년 9월에는 국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그 논리의 토대로 한국이 '다민족 국가'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 세계 유수의 거의 대부분 국가가 다민족 국가다. 설령 어느 한 민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소수 민족들을 염두에 두고 그리 하는 것이다. 세계화시대에도 훨씬 유리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한국인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백인이든 한족이든 가릴 까닭이 없다. 우리 한국인을 늘려 잡지 않을 까닭이 없다.
다만 민족 통합 및 국민 통합, 애국심 고취 및 일체감 형성 작업이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5천년 역사'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정치학·행정학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리학·한국학을 하면서도 우리 역사를 그리 소중히 삼고 활용하지 않으면서 역사의 오램을 이야기할 때는 그래도 많다. 그나마도 5천년 또는 반만년 역사라고 한다.

역사의 연원을 놓고 볼 때 이 말은 틀렸다. 한국·배달국 시대를 합친 신화시대가 기원전 7199년부터 기원전 2333년 동안이라서 4866년에 걸치고, 역사시대를 기원전 2333년부터 서기 1999년까지로 볼 때 역사시대만 하더라도 '4332년간'이고 신화시대까지 합치면 '9198년'이 되는 것이다.
굳이 역사의 유구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만년 역사'라 하면 되리라 본다.

3. '조선·신라' 등의 국호를 다시 바로잡아 써야 할 것이다.
조선은 한민족이 세운 최초의 고대 제국이다. 이후에도 1392년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이 고려를 멸망시키고 나라를 열면서 역사적 정당성을 대내외에 밝히고자 그 국호를 다시 '조선'이라 했고, 1948년 김일성이 한반도 북부 지역을 점령한 후 마찬가지의 이유로 지금도 나라이름을 조선이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고대제국 조선을 '고조선'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고는 근세조선을 '조선'이라 하고 북한에서는 자신들을 '북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어느 나라든 처음 국호를 정한 나라를 원래 국호대로 부르고 후에 세워진 나라는 다른 명칭을 붙여 구분하는 법이다. 중국도 같은 나라의 호칭이 겹칠 경우 후대에 세워진 나라를 동주·후한·남송 등으로 구분지어 부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도 다른 경우는 마찬가지식으로 하고 있다. 남부여·후고구려·후백제 등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고대 조선을 '조선' 또는 '고대 조선'이라 하고 이성계가 세운 조선은 '근세 조선' '후조선' 등으로 부르는게 맞을 듯하다.

또한 고구려 멸망 이후의 신라를 통일신라라 하는데 이도 잘못 되었다.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을 뿐이며, 고구려가 망한 해가 668년인데 이내 고구려유민이 대조영의 지도아래 699년에 발해를 세우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굳이 이전의 시대와 분리하자면 '후신라' 등으로 달리 불러야 마땅하다.

4. 시대구분이나 명칭도 그렇다.
지금도 적지 않은 이들이 고대사를 상고사와 삼국시대로 나누고 상고사는 고작 몇 줄이나 몇 장, 삼국시대라고 해봐야 몇 장이나 몇 십장 적고는 다 살펴본 듯이 가볍게 다루고는 끝내 버린다.
고대사는 고대 조선의 건국 이후 고려가 천하통일을 마무리한 936년까지 무려 3269년을 넘어서는 장구한 시절이었던 데다 승리와 영광의 역사가 점철되었던 힘이 넘치던 시대였다.

그렇기에 이렇게 다루는 법이 아니다. 또한, 이 시절을 나눌 때도 「조선시대→ 열국시대 → 삼국시대→ 나진 남북국시대」로 해야 맞다. 조선시대는 조선이 한반도와 한대륙(조선이 개척한 이래 고구려·백제·발해 등에 걸쳐 통치한 한겨레의 영토 중 대륙 지역을 총칭)은 물론이고 사방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하고, 부여·고구려·예·한(韓. 삼한) 등 숱한 거수국들을 지방분권적 통치 체제로 구축하고 국가를 운영한 시절이다.

열국시대는 조선이 약화되면서 수많은 거수국들이 제각기 독립하여 정복과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삼국시대는 이러한 열국시대를 거쳐 고구려·백제·신라가 3각 정립 체제를 확립하여 주도하던 시대였으며 부여·가야 등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나라들도 이 과정에서 하나하나 정복당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나진 남북국시대는 신라가 고구려·백제를 멸망시키면서 한반도를 석권하고, 이어 발해가 고구려 유민과 거란·말갈족들을 망라해 한대륙을 차지하면서 신라와 발해가 정립하던 시절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서양식 역사전개법을 억지로 한국사에도 적용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사의 과학성과 학문적 보편성을 찾기 위한 일을 한답시고 원시 공동체사회·중세 봉건사회·근대사회 등으로 나누고, 그 시대의 특징에 따라 한국사를 재편집하려고 한다. 한국사에 봉건주의 시대가 언제 있었고 중세와 근대를 구분지을 특징이 어디 있는가. 그러니 맞을 리도 없고, 시대와 문화의 특징도 제대로 정립할 수 없다.
중국과 일본 등 동양의 역사가 다 그런 것처럼 한국사는 한국사에 맞는 그 나름대로의 특징에 따라 연구하고 개념정립과 이론전개를 하면 되는 법이다.

5. 동북 지방(만주[滿洲. 만슈리아]. 동북 방면·동북 3성)이라고 부르는 중국 치하의 대륙 지역과 극동으로 불리는 러시아 치하의 대륙 지역도 다시 고쳐 부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반도를 '한반도'라고 하듯 이 지역 대륙은 '한대륙'이라 불러야 한다.

우리 민족의 발원지이자 발해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우리의 터전이었던 곳이다. 더욱이 우리의 문화재와 유적이 남아 있고 아직도 많은 한겨레가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려벌·구려하 등 여러 지역으로 나누어진 채 나름대로의 우리 지역 명칭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부를 포괄하는 한대륙 개념을 설정하고 다시 세부 지역별로 나누어 지도를 작성하고, 도시나 강과 산은 물론이고 조그만 마을 하나에도 우리식 지명을 부여하여 불러야 하겠다.

6. 한국의 발전 단계로 '(신흥)선진국'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 13위의 경제규모 국가인 데다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에 달하는 마당에 중진국·개발도상국은 결코 아니다. 또한, 신흥공업국이라 하여 사회·문화 역량이 감안되지 않은 채 단순히 산업이 다소 발전된 공업국가로 불려질 것도 아니다.
물론 97년 11월 서방자본의 공세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듯이 이마저 극복하면서 새로운 한국으로 다시 일어서지 않았는가. 게다가 튼튼한 산업 기반과 능력이 있고 OECD의 일원인 데다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 국가이며 세계 경제 3대 축의 하나인 동북아 덩어리(경제블록)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위치인 만큼 국제 경제 질서에서 양과 질에서 리더 국가들 속에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가들에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보고 있으며 더러는 신흥경제국·신흥공업국 등 여러 표현을 사용하여 안정된 선진국 진입을 앞둔 과도적 한국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실 선진국이라고 자처함으로써 지게 될 부담은 크다. 그러나, 그 부담을 두려워하여 당당한 위상과 비전을 거부할 까닭이 없다. 부담을 질 만한 시기까지 신흥 선진국으로써 유예 받든지, 우리에게 큰짐이 되거나 타격이 큰 부문에서는 부분적·단기적으로 별도로 이전 위치를 고수하면 될 것이다.

선진국이라야 결국은 여러 모로 유리하다. 각종 대외 활동과 국제 위상의 강화, 대외 신인도 제고, 치안 및 국내 여건의 안정성 확보를 통한 관광산업의 진흥 등에서 유익하기 마련이다. 특히, 일찍이 선민(選民)으로 자처해 온 우리 민족이 21C에도 번영을 누릴 것이라는 민족적 자긍심은 절대로 중요하다.

7. 하루라도 더 오랜 연원을 찾아 이 사실을 앞세우고 인용하고 강조해야 한다. 누구든지 어떠한 일이든지 오랜 연원을 찾고 앞세우는 자세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적지 않은 이가 자신의 위상이나 치적을 강조하고자 할 때 최초·건국이래·유사이래·단군이래라는 말을 서슴없이 즐겨 한다. 이러다보니 자기는 잘했다고 하는지 몰라도 남 특히 외국인이 보기에는 역사성이 없고 선례와 검증이 없어 그의 말조차 신빙성과 연륜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객관적 사실이나 통계자료의 파악도 없이 마구 말해버리면 도무지 경륜이나 경험이 없는 신생국가나 초보민족처럼 보이게 되고 만다.

선례(전례)나 역사적 사실과 근거, 오랜 진행과 발달과정이 있었고 그에 근거하는 지금의 모습을 거론해야 누가 보더라도 정통성과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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