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경 변호사 “신축 시 일조권·조망권 침해 가능성 신중하게 접근해야”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를 연재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했다. <편집자 주>

박호경 변호사 hkpark@jipyong.com
박호경 변호사 hkpark@jipyong.com

[환경일보] 한강변에 점차 들어서는 고층건물을 보면 건물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강이나 호수,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한강 전망을 염두에 두고 아파트나 주상복합을 샀는데, 한강과 사이에 새로운 고층건물이 들어선다면 거주자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건물신축과 둘러싼 환경권 침해에는 주로 일조권과 조망권이 문제가 됩니다. 일조권은 햇빛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건물을 짓더라도 인근 건물에 일정 시간 햇빛이 들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일조방해가 쟁점이 되면 대법원은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요소로는 일조방해 정도, 피해이익 법적 성질,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 관계, 가해방지·피해회피 가능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이 있습니다(대법원 2006다35865 판결).

일조방해 정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신축 중인 건물의 경우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기별로 햇빛이 드는 정도를 파악합니다. 법원이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주류적인 하급심 판결례에 따르면 해가 가장 짧게 뜨는 동지를 기준으로 일조방해를 파악합니다. 동지를 기준으로 햇빛이 연속으로 비추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은 돼야 하며, 연속은 아니더라도 하루 중 햇빛이 드는 시간이 4시간 이상이 돼야 한다고 보는 판결례가 다수입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일조권 침해로 판단돼 건설사에 공사금지를 구하는 임시처분신청이 허용된다고 봅니다(대법원 98다56997 판결). 물론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조망권은 좀 더 엄격하게 인정됩니다. 주거하는 아파트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었지만, 한강과 사이의 토지가 공터였거나 저층 건물로 인해 한강을 볼 수 있었던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터 등을 소유한 자의 재산권 행사도 존중하고 있습니다. 국토계획법 상용도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권리남용 등 사정이 없는 한 신축을 금지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04다54282 판결). 보통 지역에 인공적으로 특별한 시설을 갖춤으로써 누릴 수 있는 조망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되는 조망권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해당 장소에서 한강을 조망하면서 특별한 가치를 지녀 그 조망 이익이 사회 통념상 독자적 이익으로 승인돼야 할 정도로 중요성이 인정될 때, 조망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다72485 판결).

물론 조망권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흑석동에는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된 지역이 있어 의외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근에 용봉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유원지처럼 사용하면서 경관지구로 지정했다가 현재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여기에 흑석동 저층 빌라촌이 있었는데, 대부분 빌라가 한강조망을 위해 남향을 포기하고, 북동이나 북동향으로 주택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산비탈에 건물을 신축하면서 대부분 거주자가 20~30년을 살고 있었습니다. 즉 높은 산비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주민들은 저층 주택의 형태로 한강조망을 공유하면서 장기간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발사업자가 10층 아파트를 신축하려고 했습니다. 법원은 일대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있고, 인근 주민들이 질적·양적인 조망수준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해 6층 이내로 건물을 신축하도록 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07카합1546, 2007카합2651 결정). 이처럼 조망권 침해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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