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시대 ‘에너지·소재·ESG’로 기후변화산업 진출 기회
이정표 없는 사업환경···투자 실효성 견인할 정부 역할 중요

기후위기의 한 가운데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 스스로도 친환경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한 규제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기후위기의 한 가운데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 스스로도 친환경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한 규제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2019년 인도양 서쪽 동부아프리카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 남수단에서만 90만명, 인접한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도 각각 5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축과 농경지는 수몰됐고 식량이 오가던 도로가 사라졌다. 기후위기가 만든 재앙이다. 같은 해 남부아프리카엔 수십년 만의 가뭄까지 닥쳤다. 세계에서 가장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도 가혹한 피해를 맞고 있는 ‘아프리카의 비극’이다.    

현재 세네갈부터 지부티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폭 15㎞, 길이 7775㎞ 숲의 장벽이 조성 중이다. 사막화로 인한 기근을 막아보기 위함이다. 저탄소 기술도 외치고 있다. 모로코는 2030년까지 52%, 나이지리아는 30%의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세웠다. 2019년 이미 탄소세법을 도입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3%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비닐봉지 사용을 금하는 탈플라스틱 바람도 불고 있다. 다만, 부족한 인프라와 기술로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아직은 생존을 위한 규제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프리카 비극이 가져올 미래 

하지만 빠른 경제 성장세는 변화의 가능성을 충분하게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의 아프리카 지역 에너지 수요는 2013년 대비 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세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4월6일 한·아프리카재단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아프리카 비즈니스 웹세미나’에서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정부차원의 아프리카 자원개발 지원이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국가적 부정부패, 도로나 철도의 열악함, 금융조달이 어려운 사업환경을 면밀히 분석해 진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외교적 리스크를 감안해서라도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략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외교적 리스크를 감안해서라도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략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배터리 원료의 상당량이 매장된 곳이다. 전기차값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난제다. 저렴한 배터리를 어떻게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성장의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예 원료부터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그래서 치열하다.

문은 좁아지고 있다. 스위스와 중국, 호주, 영국, 캐나다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스위스와 중국이 특히 강세로 세계 매장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DR콩고 내 생산을 주도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집계된 2019년 자료만 보면 Glencore(스위스) 한 곳의 생산량은 2만4000톤에 달한다. 이 기간 한국광물공사가 캐나다, 일본과 공동으로 마다가스카르에서 생산한 것이 총 3273톤임을 감안하면 막대한 양이다.

전기차 시대의 각축장 

생산된 원료는 배터리 부품사에 납품되고 제조사들은 이를 가공해 배터리를 만든다. 지난해 삼성SDI가 Glencore와 2024년까지 2만1000톤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듯 부족한 양은 메이저 기업들로부터 사 오면 된다. 하지만 외교적 마찰 등 국제 정세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현지 자급 시스템 마련에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요인이다. 

게다가 광물 가격회복과 세금 확보 등 명목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자원 민족주의적 태세도 우려를 키운다. DR콩고가 광업법을 개정해 세금부담을 높인 것과, 기니 정부가 프로젝트의 일정 지분 확보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고 사업 조건으로 인프라 구축과 현금을 요구했던 건 대표 사례다.  

서상현 수석연구원은 “아프리카의 정치적 체계와 지도자의 성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국가적 리스크를 어떤 식으로 줄여 나갈지 살펴야 하는데,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 시기에 이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환경까지 생각하는 기업에서 투자가치를 찾겠다는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로의 패러다임 변화도 변수가 되고 있다. 기업의 측면에서 아프리카는 새로운 가치를 증명할 무대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원료 확보 투자의 실효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아이들은 '솔라카우'에서 에너지를 충전해 가면서 교육의 효과도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다. /사진출처=Yolk
아이들은 '솔라카우'에서 에너지를 충전해 가면서 교육의 효과도 지속적으로 누린다. /사진출처=Yolk

태양광을 접목한 혁신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요크(Yolk)의 사례에서 그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꿈을 꾸는 아이들과 후원자들을 에너지로 교감시키며 선순환을 그려 가는 ‘솔라카우(Solar Cow)’ 프로젝트의 얘기다.

매일 아침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엔 솔라카우가 있다. 이곳에선 에너지를 충전해 갈 수 있다. 가정까지 연결시킬 인프라 없이도 아이들의 활동 그 자체가 공급원이 된다. 학교를 찾는 발걸음을 끊이지 않게 해 교육 환경을 지속하는 데도 한몫한다. 오는 5월30~31일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서울 정상회의에서 소개될 이슈이기도 하다.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 ESG 

장성은 Yolk 대표는 “ESG만을 위해 별도로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 핵심요소 자체가 ESG 성격을 포함하고 있어 흥미로운 것”이라며 “아프리카 아이들이 학교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솔라카우가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친환경 시장으로의 진입에서 막대한 투자는 불가피하다. 그렇다 보니 국제기구나 다자개발은행, 각국 정부들의 유·무상 원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투자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위한 패키지 형식으로 바뀔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발전시설만이 아니라 송·배전망까지 신경 쓰고 관련된 제도적 지원도 같이 포함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협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다.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투자규모가 커질 것을 대비해 다자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 복합금융투자나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점”이라면서 “현지 국가의 정부나 기업과 공동참여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하는 문제도 과제로 남았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다각도로 투자방안을 찾아야 하는 분위기는 ESG라는 신가치 창출의 기회를 더욱 부각시킨다. 경쟁을 위한 실효성 있는 투자를 현지에서 해 나가려면 기업들엔 이정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솔라카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주는 메시지다.  

변수 가득··· 진정성 있는 변화 되려면

전기차 시장만 봐도 참여자들 간 패권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아프리카는 소재 채굴을 위한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동차회사나 배터리 제조사가 아닌 다른 분야와 상황들 역시 이 시장을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와 기술이 덜 갖춰진 조건에 ESG 패러다임까지 받아든 아프리카의 현재가 그렇다.

장성은 Yolk 대표는 “아프리카는 거리와 심리적으로 멀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정책으로나 네트워크상으로 접점이 부족하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비전으로 생겨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이 현지로 진출하는 데 큰 장애요인”이라며 “어떤 경로로 어떻게 알아보고 가야 하는지 참고할 모델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정부 차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NEF(BNEF)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8년에만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에 총 74억 달러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졌다. 이 흐름대로 오는 2040년이 되면 전력망 혜택을 보지 못하던 인구의 30%까지 책임질 수 있을 거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도 나왔다. 그 사이 기후재앙은 또 언제 닥칠지 모른다. 생존과 기술의 경계에 선 아프리카, 불확실한 변화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미지의 세계가 아닌 기후변화 산업의 새로운 진출의 장으로 정부, 기업의  현명한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지난 4월6일 아프리카 비즈니스 웹세미나가 온라인으로 동시에 열렸다. /사진=온라인 캡처
지난 4월6일 아프리카 비즈니스 웹세미나가 온라인으로 동시에 열렸다. /사진=온라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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